홍두희 원장 ㅣ 수원 센트럴요양병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명절 이후는 급작스럽게 입원 문의를 하는 분들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멀리 계신 부모님을 찾아뵈었는데, 아무래도 건강이 안 좋아진 것 같아 자녀들이 모셔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은 늘어났지만 건강수명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기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좀 더 건강한 노년기를 맞이하기를 바라며 일본 건강 장수 의료 센터 연구소에서 발표한 건강 장수 가이드라인을 소개해볼까 한다. 

건강 장수를 위한 12개조
1.    식생활: 골고루 먹어서 체중감소와 영양부족을 방지하자.
2.    치아 건강: 치아를 잘 보존해서, 씹는 힘을 유지하자.
3.    체력, 신체활동: 근력과 걷는 힘으로 생활체력을 유지하자.
4.    사회참여: 외츨, 교류, 활동으로 이웃과 함께하자.
5.    마음(심리): 웰빙을 목표로 장수하는 사람의 마음을 배우자.
6.    사고예방: 나이가 들수록 늘어하는 가정 내 사고를 방지하자.
7.    건강식품/보충제: 올바른 사용법을 알자. 
8.    지역력(地域力): 내가 사는 동네를 잘 알고 지내자.
9.    쇠약: 영양, 체력, 사회참가를 통해 쇠약해지는 것을 막자.
10.    인지기능장애(치매): 잘 먹고, 잘 걷고, 잘 말하여 인지기능을 유지하자
11.    만성질환: 노년기의 지병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질환에 대한 지식을 갖추자
12.    간병, 임종기: 사전에 준비하여 마지막까지 내 삶을 즐기자. 

내용이 길지만 하나 하나 따져보면 그리 어렵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이 중 제일 중요한 것이 식생활, 체력과 신체활동, 사회참여이다. 한마디로 잘 먹고, 운동을 통해 체력을 유지하고, 사회와 함께하여 정신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분들의 치료 목표로 현상 유지인 분들이 많다. 그만큼 쇠약한 상태이기에 환자를 돌보는데 어려움이 있다. 수 년째 입원해 있는 분들을 보면 약해지는 것이 눈에 보여 마음이 무겁다. 

A 할아버지는 치매 증상이 너무 심하여 오신 분인데, 특히 공격성이 심해서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러 입원하였다. 10년 전에 처음 치매 진단을 받았고, 그래도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폭력적인 성향을 보여서 다른 병원에 입원하였다가 거기서 다른 환자와 크게 문제가 발생하여 우리 병원에 오신 분이었다. 워낙 키가 크고 기골이 장대한 분이라 직원들도 겁을 먹을 정도였다. 그나마 약은 잘 드시는 편이어서 약물 조절 하면서 계셨는데, 반년쯤 지나 음식을 삼키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레가 자주 들고 관절이 뻣뻣한 양상이어서 파킨슨병이 의심되었는데, 신경과 검진에서 파킨슨병이 확인되어 재활치료를 병행하면서 1년간 잘 지냈었다. 그러다 어느날 흡인성 폐렴이 와서 항생제 치료를 받았는데, 폐렴은 나아졌지만 부축해서 보행 가능하던 분이 보행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수 개월 후 식사를 전혀 못하여 콧줄을 사용하게 되었고, 지금은 완전히 침대에서 누워서만 지내고 있다. 가족들은 이전의 건강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하고, 필자 역시 A 할아버지가 건강을 잃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노년기 건강을 유지하는게 참 쉽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쑥 커버린 것 같다.

노년기 건강을 잃는 과정도 서서히 나빠지는 경우보다는 어떤 이벤트 후 계단식으로 크게 나빠지는 것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는 내내 마지막 순간까지 건강을 잃지 않는 삶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오늘이 내 인생에서 제일 젊은 날, 오늘부터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D-day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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