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하지 않은 원인으로 치매와 구별하기 어려워
기억력 살리기 위해 가족의 도움 필요 … 주변환경 개선해야

홍두희 원장 | 수원센트럴요양병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휴, 원장님 저 환자 딴 방으로 보내요.
아주 힘들어서 못살겠다고요”

 

회진 돌 때 가끔 나오는 옆 자리 환자의 하소연이다. 

입원한지 얼마 안 된 요로감염 환자인데 야간에 이상 행동이 반복되어 대학병원에서 항생제를 유지하면서 전원된 경우이다. 아무래도 환경이 바뀌고, 대학병원에서는 가족이 돌보다 우리 병원에서 낯선 간병인이 돌봐주게 되니 섬망 증상이 더 심해진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이다. 

보호자 말에 의하면 자택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었던 분인데 갑자기 기운이 없는 것 같고 처져서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요로감염이라 해서 입원했는데, 야간 섬망이 너무 심해서 보호자도 지치고, 주변 환자들 눈치도 보여 왔다고 했다. 이런 환자의 증상은 치매 초기일까?

결론적으로는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치매와 섬망은 연결고리가 있기는 하나 별개의 질환이기 때문이다. 

섬망은 뇌의 전반적인 기능 장애로 인하여 주로 야간에 급격한 불안, 초조, 주의력 결핍, 인지 저하 등을 보이며, 과잉 행동, 환청, 환시 등의 증상을 말한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기저 질환의 악화, 감염이나 외상 등 급격한 신체 상태의 변화, 약물의 부작용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며 치매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임상적으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상 행동이 얼마나 급격히, 그리고 증상의 정도가 어느 정도 변하는지를 가지고 판단한다. 

섬망은 급격히 나타나며 어떤 때는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오지만, 치매는 수 개월~수 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고 비가역적이다. 

섬망은 원인을 제거하면 이전 상태로 회복되지만 치매는 약물로 증상의 일부 호전을 보이게 할 수는 있으나 나빠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럼 섬망을 예방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 중요한 것은 급격한 환경 변화를 줄여주는 것이다. 하루종일 누워만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력을 되살릴 수 있는 추억을 얘기해 보거나 사진 등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청력이나 시각적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본인이 사용하던 안경 및 보청기를 유지하여 주간에 주변 환경의 변화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 

보행이 가능하면 식사 전후 가벼운 산책이 도움이 되며,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침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수분 섭취 역시 중요하다. 

가족 또는 낯익은 사람이 간병을 하고, 야간에는 취침등을 켜서 약간의 조도를 유지한다. 야간에 수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고, 근육이 이완되게 부드러운 마사지를 해 준다. 또한 심신의 안정을 가져오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왕이면 환자에게 익숙한 음악이면 더 효과적이다.  

아까 그 섬망이 심했던 환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론적으로는 며칠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항생제 사용으로 요로감염이 좋아지면서 섬망 증상도 개선되었다. 

하지만 그 기간동안 같은 방을 쓰는 다른 환자들의 불편감이 너무 심하여 며칠간 어쩔 수 없이 야간에 소량의 안정제를 투여하였다. 

약물에 따라 섬망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있고, 과량 투여되는 경우 환자가 쳐질 수 있어 세심하게 약물 종류 및 용량을 조절하였다. 다행히 야간 증상이 개선되면서 안정제를 조금씩 감량하였고, 요로 감염이 호전되면서 더 이상 안정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야간 증상 없이 지내게 되었다. 

와상 상태로 있다 보니 보행 문제가 있어 며칠간 보행 재활 치료를 하고 자택으로 퇴원하였다. 처음에 불편감을 호소하던 같은 방 환자들과 잘 지냈던 것은 물론이고, 퇴원하던 날은 서로 너무 아쉬워하기도 하였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 것인가, 오늘도 요양병원의 밤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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