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두희 원장 ㅣ 수원 센트럴요양병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말 연시는 다들 바쁘다. 그동안 눌려 있던 모임 수요가 폭발해서일까, 필자도 오래간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졌다. 만나서 하는 대화는 모임의 성격마다 다르지만 이야기꽃이 활짝 피면 다들 건강, 특히 비만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게 된다. 그러다가 갑자기 필자가 입방아에 오른다.

왠만한 모임에서 필자보다 마른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노파심에 밝혀두지만, 필자의 체중은 정상 범위에 있다.) 굳이 관리를 하지 않는데, 20년째 몸무게가 큰 변화가 없는건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당사자에게는 고민이기도 하다. 

필자가 전공의 시절 당시 한 교수님으로부터 비만을 전공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이유인즉슨 비만인들이 지닌 음식에 대한 욕망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면 필자는 먹는 것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다. 아니 많은 경우 식사때가 되니 음식을 먹는 것이지, 무엇을 먹는지에 대한 갈망이 크지 않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먹는 양이 적다. 배가 부르다고 느끼는 순간 맛있게 먹던 음식이 맛이 없게 느껴진다. 그래서 바로 숟가락을 내려 놓게 되고, 이것이 비결 아닌 비결인 듯 하다.   

10년 전인 2013년 미국의학협회에서 비만을 질병으로 선언한 후 비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비만 관리를 위한 건강기능식품의 위치에 있던 다이어트 보조제와 차원이 다른 진짜 약제를 이용한 비만 치료제가 처방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퇴출되기도 하였고, 처음에는 비만을 해결할 게임 체인저로서 등장하였다 현재는 보조 요법으로 위상이 추락한 약제도 있다.

최근 화제는 살빼는 주사인데, 이 약제는 식욕 저하 및 포만감을 유지시켜주는 호르몬 유사체이다. 식욕 감퇴 및 포만감을 유지시켜 주므로 식사량이 줄어들고, 혈당을 낮게 유지해주고, 적게 칼로리를 섭취한 만큼 살이 빠진다는 기전인데, 일견 보면 아주 이상적인 체중 조절 방법임에 틀림없다. 그래서일까, 주변에서 이 주사를 맞았다는 경험담을 쉽게 들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고가이다 보니 저렴하게 처방받는 곳에 대한 정보도 공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약이라는 것을 잊고, 많은 사람들이 유행에 편승해서 ㅇㅇㅇ 다이어트에 나도 동참해보겠다는 말을 들을 때에는 걱정이 앞서게 된다.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 약이라면 한편으로는 그 효과로 인해 다른 부분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인지해야 한다. 포만감을 유지시켜 준다는 것은 소화를 늦춘다는 말인데, 이는 소화 불량이나 때로는 구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혈당을 낮춰주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때로 저혈당이 발생하여 실신 또는 드물게는 저혈당성 경련의 위험성도 있다.

물론 건강한 사람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전이 있어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 노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약의 부작용은 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에 유행처럼 특정 약제를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약제는 초반 반응이 중요해서, 반응이 없는 경우 약제를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많이 먹으면 살찐다. 아주 평범한 내용이다. 그런데 배고픈건 참 참기 힘들다. 포만감은 식후 20분 정도 지나야 오기 때문에 식사를 천천히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굶는 것은 체중 조절에 아주 좋지 않다. 굶을수록 몸은 더욱 영양분을 원하기에 적게라도 세끼 다 챙겨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덧붙이자면.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데에도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그리고 체중 감량 후 6개월간은 다시 원래 몸무게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으니 이 시기를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우리 몸은 줄어든 몸무게에 적응하게 된다. 

새해가 될 때마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결심하셨던 분들, 체중 감량에는 비법이 없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2023년에는 꼭 성공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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