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흑사병도 사람과 접촉 최대한 피하는 것이 주효
거리두기ㆍ마스크ㆍ손위생 필수…우선 나부터 조심해서 감염 확산 막아야

홍두희 원장 | 수원센트럴요양병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격리와 검역이라는 낯선 단어가 우리의 삶에 들어온 지 벌써 9개월이 넘었다. 이제 마스크 없이 타인을 만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 되었고, 사람을 가까이 대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시절이 되었다.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질병에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타인으로부터 떨어뜨리고, 서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낯선 단어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격리와 검역은 영어로 각각 isolation/quarantine으로 불리운다. isolation은 island에 가둔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단어이고, quarantine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방언 qurantena에서 유래되었으며, 40일이라는 뜻이다. 그럼 왜 40일일까?

흑사병이 유행하던 1300년대 중세 유럽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 뿐이었다. 쥐에 기생하던 벼룩이 매개가 된다는 것을 몰랐던 그 당시 사람들은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였다. 

우리에게 여행지로 잘 알려진 발칸 반도의 크로아티아에는 라구사 공화국이 있었다. 이 곳에서는 외부인과 환자를 성 밖에서 격리시키는 방법을 적용하였다. 

이 방식은 현재 우리가 하는 격리 방법과 비슷한데, 위험지역에 다녀오면 30일간 성 밖에서 격리, 절대 성 안 사람들은 이들을 만나지 말 것이며, 성 내부 사람이 격리중인 사람들 접촉하는 경우 그 사람 또한 30일간 격리 하도록 하였다. 

이 방법이 효과를 보자 유럽 여러 지역에서 격리를 하게 되었고, 기간이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베네치아에서는 흑사병이 의심되는 지역에서 무역선이 들어올 때 항구 밖에서 40일간 기다리게 하였으며 그 기간 동안 선원들에게서 흑사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을 확인한 후 입항을 허락하였다. 

이와 같은 조치를 통하여 흑사병의 전파를 차차 줄이게 되었고,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여기서 quarantine이라는 단어 역시 검역이라는 의미로 쓰이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격리와 검역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격리는 실제 환자와 건강한 사람과의 접촉을 막는 것이고, 검역은 전염성 질병에 노출된 사람이 정말 그 병을 앓게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분리하여 이동을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코로나 환자 접촉자 자가격리는 엄밀히 말하면 환자가 아닌 상태이기에 자가검역이 맞는 말이지만, 자가격리 중 환자로 확진되는 경우도 왕왕 있으니, 실제로 두 단어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전염병을 막는 최선은 방법은 접촉을 막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자 방역당국은 요양병원과 같이 면역력이 약한 고령 환자가 많은 시설의 외부 접촉을 차단하였다. 
필자의 병원 역시 방역 지침에 따라 면회 전면 금지를 시행하였다. 지금은 여러 보호자 분들이 이와 같은 조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침을 잘 따라 주시지만 초반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60세 이전과 이후 코로나 감염시 사망률의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100년에 한 번 있을까 하는 전 세계적인 감염질환으로 우리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추석 명절에 가족간 감염이 발생하고, 이것이 지역사회 감염으로 발전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안전지대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관광지 뉴스를 보면 괜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경제활동과 감염 확산 방지의 중간은 과연 무엇을까?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이겨나가야 할까. 매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출근하는 차에서 내리면서 마스크를 잘 쓰고,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나에게 이렇게 다짐한다.

 

“나도 무증상 상태에서 남에게 감염시킬 수 있다. 거리두기와 마스크, 손위생은 필수이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해 조금만 더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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