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두희 원장 ㅣ 수원 센트럴요양병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잘 살다 죽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웰빙을 넘어 웰다잉을 생각하는 요즘, 얼마 전에 돌아가셨던 한 할머니 생각이 난다. 

이 분은 90이 넘은 나이에도 본인 집에서 지내던 분으로 먼 친척이 같이 살면서 살림 일부를 도와주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사회활동을 지속하며 살았다. 가끔 힘들 때는 자식들 집에서 1~2주 지내기는 하였으나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최근 기력 저하가 심해지고 전보다 좀 건망증이 있어 보여 치매 검사를 하였는데, 치매 초기를 진단 받으셨다 하였다. 식사량이 적고 기력 저하가 길어져 영양제 등을 맞고 싶어 우리 병원에 입월을 하였다. 

혈액 검사를 하니 약간의 염증 수치 상승 및 소변 염증 소견이 있어 항생제 사용을 시작하였다. 빈혈이 좀 심한 편이고, 영양 부족으로 알부민이 낮아 수혈 및 알부민 사용을 권하였는데, 보호자께서 좀 난감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유인즉슨. 종교적인 신념으로 수혈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알부민 역시 혈액제제이므로 마찬가지로 원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런 상황이 되면 의사로서 머리가 복잡해진다. 환자 및 가족의 뜻을 존중하는 것은 맞으나, 어디까지 존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편감이다. 

우선 알부민 대신 아미노산 제제 수액을 사용하고, 빈혈 정밀검사를 해보니 역시나 철 결핍성이어서 철분 주사제를 투여하였다. 하지만 기본적인 체력 저하가 심해서인지 좀처럼 회복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복부 팽만이 더 심해지는 양상이었다. 양측 흉수도 시작되었다. 무언가 더 안좋은 단계로 넘어가는 상황이었고, 정밀검사가 필요하였다.

하지만 상급병원 전원은 안 가고 싶다 하였다. 가족은 뜻은 이러하였다. “어머니 연세가 90이 넘으셨고, 살 만큼 사셨다. 여지껏 큰 병 없이 잘 지내셨는데, 아무래도 이번이 마지막인 것 같다고 본인도 말씀하셨다. 우리 가족 역시 같은 생각이다. 병원측에서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우리 어머니 덜 힘들게만 해 줬으면 좋겠다.”

복수가 점차 심해지고, 호흡 곤란이 악화되어 산소 투여량도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1주일 정도 다소 힘든 시기를 보내던 어느날 회진 중인 나에게 하신 말씀이 ‘어서 죽어야 하는데...’ 였다. 전날까지 3일을 혼수 상태로 보내던 상황이라, 이제 좀 좋아지시려나 하고 속으로 생각하였는데 다음날 새벽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우리 병원 입원 한달째 되던 날이었다. 

95세 할머니, 한달 정도 병원 입원해 있다 돌아가셨다. 이 일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흔히들 죽기 전까지 먹고 싶은거 먹고, 하고 싶은거 하고 살다 딱 일주일만 아프다 죽었으면 좋겠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참 많다. 수 년을 병상에서 지내다 힘들게 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어찌 보면 이번 경우가 더 나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컨디션이 안좋아져서 종합병원으로 옮겨서 검사하고, 치료하면 할머니가 회복할 수 있었을까? 혹시나 복수 등 보면 숨겨진 암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면 그 다음은....

세상 일은 만약이라는 꼬리표를 달면 답이 없다.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 수밖에. 하지만 내가 만약 노년기 어떤 삶을 살 수 있을지 선택할 수 있다면 나 역시 마지막까지 내가 살던 집에서 살다가 잠깐 아프다 세상을 떠나고 싶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웰다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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