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두희 원장 ㅣ 수원 센트럴요양병원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부부는 살면서 많은 부분이 닮게 된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아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심지어 외모가 닮은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외모가 비슷해서 서로 부부의 연이 된것인지, 살다 보니 외모마저도 닮아가는건지 진실은 잘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부부는 삶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기에 질병도 닮아간다는 것이다. 

노노간병이라는 말이 이제 낯설지 않은 요즘, 배우자 수발 때문에 힘들어하는 시니어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 관심사가 환자에게 맞춰지다 보니, 정작 간병을 담당하는 본인의 건강상태, 특히 정신적 건강에 대해서는 소홀하기가 쉽다. 나이가 있다보니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스스로도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배우자에 신경을 쓰고, 우선 순위에서 스스로를 배제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병을 키워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얼마 전 분당서울대 교수팀이 미국의사협회지(JAMA Network Open)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배우자가 치매에 걸린 경우 본인이 치매에 걸릴 위험이 그렇지 않은 경우 대비 약 75%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여러 요소 중, 신체 활동 부족, 흡연 노출, 머리 손상 과거력, 우울증이 연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의 배우자라면 현재 치매 환자가 아니라도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이해가 가능하다. 그런데 만일 내가 치매 환자를 돌보는 배우자라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앞서 나온 네 가지 요소 중 제일 손쉽게 시행할 수 있는 것이 부족한 신체 활동을 늘리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나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 남과 함께 하는 운동이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은 참 힘들고 고독한 일이다. 육체적으로도 힘겹지만 환자 곁에서 24시간 있어야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우울감, 무기력에 빠지기 쉽다. 더군다나 치매 환자 특성상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으며, 이는 간병을 함에 있어 참 견디기 힘든 점 중 하나이다. 그래서 옆의 누군가가 그 짐을 덜어주어야 한다. 자식이든, 이웃이든, 아니면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든 환자로부터 잠시 떨어져 나를 온전히 챙기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나의 정신 건강 상태를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들 한다. 그만큼 흔하지만, 감기에서 폐렴으로 진행하듯 큰 병으로 이어질 초기 증상일 수도 있다. 스스로 입맛이 없고,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면, 잠을 잘 못 이루고, 무언가 울적한 기분이 든다면 이는 우울증 초기이다. 환자의 정신건강을 돌보는데 집중하다 나의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놓칠 수도 있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빨리 받는 것이 현명한 선책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는 스스로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다. 원시사회도 그랬고, 지금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그런데 코로나의 전염력 때문에 사람들간 교류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인근 공원에서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대화하며 운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으나, 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본적인 에티켓이 되어서 사람들이 모이려 하지 않고, 낯선 이와의 대화 역시 꺼려지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혼자 하는 운동 보다는 여럿이 어울려 하는 운동이 훨씬 즐겁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즐거운 경험은 뇌에 좋은 자극이 되어 신체와 인지 기능 향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어떤 약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야외활동 하기 좋은 계절이다. 주변은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지고, 밖에서 활동하는데 딱 좋은 계절이다. 즐거운 야외활동으로 치매도 예방하고, 코로나의 위험성에서 조금은 벗어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는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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