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은 노인복지케어 중 한 부분, 전체적인 틀 짜여져야
국내 저부담 저복지 시스템, 한국형 지역포괄케어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홍두희 원장 | 수원센트럴요양병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필자는 수원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입원 문의 중에 가끔 있는 케이스가 ‘얼마 못 가서 돌아가실 것 같은데, 입원 가능한가요?’에 대한 것이다. 

돌아가시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한 질문이다. 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택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 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로병사의 많은 순간을 병원에서 맞이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옳고 그름의 영역을 떠나 한번쯤 의문을 가져봄직한 화두이다. 우리는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삶을 마감해야 하는가?

고리타분한 얘기겠지만 예전에는 집에서 아이를 낳고, 집에서 삶을 마감하였다. 출산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필자는 경험이 별로 없기에, 삶을 마감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임종시 모습은 드라마에도 가끔 그려지게 된다. 가족 또는 친한 지인들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마지막 말을 하고 고개를 떨구면서 손이 축 늘어지고, 옆에 있던 심전도 기계가 맥박을 표시하다 한 줄로 바뀌면서 삐- 하고 울리는 그림을 많은 사람들이 떠올릴 것이라 생각한다. 

현실은 어떠할까? 나이가 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먹는 것, 입는 것, 씻는 것 모두 돌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과거는 이 모든 것이 가족의 역할이었다. 지금은 그런 역할을 하기가 너무 힘든 사회가 되어 버렸다. 

주간보호센터, 재가센터가 곳곳에 있어 요양보호사가 짐을 일부 덜어준다. 집에서 모시기 어려운 경우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있어 예전처럼 노부모를 돌보기 위해 하루 종일 애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각 기관은 아직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전신 상태가 크게 문제가 없어 굳이 병원에 있지 않아도 되는 노인 환자가 요양병원에서 장기입원을 하기도 하고, 수시로 컨디션이 나빠지는 상황이 반복되어 의학적 처치가 우선 필요한데도 비용이나 그 밖의 이유로 요양원에서 지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우리 나라 노인 의료 복지체계가 체계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빠르게 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주거와 주거방식, 생활지원/복지서비스, 의료/간호, 개호/재활, 보건/예방의 5가지로 구성되며, 따로따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컨디션에 따라 가장 적합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방식이다. 

가능하면 내 집에서 자연스럽게 나이들어 가면서 상태가 악화될 때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고, 다시 재활을 거쳐 지역사회로 되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종합적인 돌봄 서비스를 통하여 본인이 살고 있는 곳에서 삶을 최대한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의 핵심 모토는 “Aging in Place” 이다. 

살아가다 의료가 필요하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 후에는 집으로 돌아간다. 일부는 재활을 거치기도 하고, 장기 입원을 하기도 한다. 컨디션이 회복되면 집으로 돌아가지만 이전과 같은 기능이 어려운 경우는 개호(가정간호)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최대한 지역에서 생활한다. 그러다가 다시 컨디션이 나빠지면 병원에 입원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전문가가 함께 하고, 가장 적절한 케어를 제공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우리도 이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까? 필자는 현재의 저부담 저복지 시스템에서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일례로 일본의 200병상 병원의 종사자 수는 400명을 훨씬 웃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부끄럽겠지만 환자 수가 종사자 수보다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뿐 아니라 사회복지사끼리 결혼하여 부부가 되면 사회복지 수혜자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복지 분야 인력의 대우는 좋지 않다. 

사람이 하는 일 치고 싸고 좋은 것은 없다. 노인복지라는게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좋은 시스템을 만들면 우리도 나중에 그 수혜자가 되게 된다. 신축년이 한국형 지역포괄케어시스템 구축의 원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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