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안전이 우선인 병원 인테리어…직접 확인해보고 구매
까다로운 의료시설 법규…의료법·장애인법‧소방법 규정 등에 맞춰야

홍두희 원장 | 수원센트럴요양병원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이다. 서로 왕래할 수 없으니 만남의 장이 되었던 여러 시설들은 텅 비게 되고, 주요 상권에서 사람 찾기가 힘드니 경제 또한 말이 아니다. 

이 와중에 호황 아닌 호황인 곳이 인테리어 업계라 한다. 실내에만 있다 보니 공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좀 더 안락하고 내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를 하려는 수요가 늘어서라니, 세상일은 다 명암이 있는 것 같다. 

2년 전 가을, 필자의 병원은 한창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다. 여러 병원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의 기본 설계 도면을 연필로 그려가며 공간을 구상해 봤지만 막상 현장은 필자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환자는 편안하게, 직원은 수월하게 일하는 병원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는 꼭 이루고 싶었다. 

병원 인테리어는 여타 다른 상업공간의 인테리어와는 조금 다른 점이 존재한다. 공간의 목적이 다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필자는 1번으로 생각했던 것이 환자의 안전이었다. 외관상 번쩍번쩍 하는 타일 바닥 대신 미끄럽지 않은 재질의 바닥재를 선택하였다. 밝은 조명은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침상에 누워 있는 환자 입장에서는 눈부심을 유발하고 오히려 불편할 수 있어 조도는 떨어지지만 따뜻한 느낌의 조명을 달았다. 

 

또한 침대 식판을 접을 때 환자 발가락을 다치게 할 수 있어 살며시 접히는 제품으로 골랐는데, 침대는 브로셔만으로 확인이 어려워 완제품을 보려 전시장도 가고, 공장도 방문해 보았다.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문손잡이는 잡기 편하고 둥근 형태를 골랐다. 

병실 문은 닫힐 때 손가락이 끼일까 걱정되어 충격을 줄여주는 댐퍼를 달았고, 손잡이를 낮게 달아 휠체어 사용하는 분들의 팔이 위치를 고려하였다. 

 

욕실의 문턱은 항상 난제인데, 배수를 위해서 구배를 잡아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턱이 지면 낙상 위험이 증가되기에 그 중간점을 찾아 공사하는게 쉽지 않았다. 공사업체 입장에서는 배수가 안되면 물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하니 구배를 좀 더 해야 한다고 하고, 한편으로는 그만큼 욕실에 턱이 생기게 된다. 결국 선택을 해야 하는데 그 결정은 오롯이 병원장인 필자의 몫이었다. 

의료시설은 관련 법규에 따른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의료법에는 복도 폭, 병실 크기 및 병상간 간격, 비상벨, 약제 관리, 폐기물 처리 시설 등 세세한 것에 대한 규정이 있고, 장애인법에는 휠체어 사용자가 활동하기에 알맞은 문 폭, 손잡이 높이, 핸드레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있다. 심지어 병실 호수를 알리는 표지판마저 붙이는 높이가 정해져 있다. 

 

또한 소방법에는 스프링클러를 비롯하여 소화기, 화재 대피 안내도 게시를 명문화 하였으며, 각 층마다 대피소 및 대피 시설을 갖추도록 하였다. 매년 소방 대피 훈련을 하고, 환자별로 피난 시 우선순위를 정하도록 하여 유사시를 대비하도록 하게 하였다. 비상대피로는 층당 두 곳 이상 있어야 하며, 환자 안전 및 보안상 잠가두어야 하나, 화재 발생 시는 열려야 한다. 이를 위한 설비 역시 필수이다. 

환기 시설 또한 필수인데, 요양병원은 기저귀 사용하는 분들이 많아 항상 냄새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병원 설계 당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기도 해서 병실을 구역별로 환기가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설비를 보강하였다. 그 덕에 우리 병원은 냄새 없는 요양병원이 되었지만 강제 급배기를 하니 냉난방비 걱정은 필자의 끊이지 않는 숙제가 되었다. 

병원은 다소 딱딱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이에 여러 병원에서는 병원의 설립 컨셉에 따라 친근하게, 편안하게, 때로는 고급스럽게 인테리어를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어떤 인테리어 컨셉의 병원이라도 유심히 살펴보면 환자 안전을 위한 장치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병원 방문 시 천장도 한 번 올려다보고, 복도의 여러 설비도 한번 눈여겨 보면서 숨은그림 찾듯이 병원의 인테리어를 감상해보면 어떨까? 

일견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는 병원의 인테리어에는 안전을 위한 규정을 따르면서도 개성 있고 병원을 좀 더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여러사람들의 고민의 흔적이 녹아들어 있다. 

누군가가 이를 알아봐 준다면, 이는 필자와 석달 넘게 동고동락한 많은 작업자들에게는 크나큰 보람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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