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두희 원장 ㅣ 수원 센트럴요양병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1월 필자의 병원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부스터샷 백신 접종이 있었다. 지난 3월과 5월에 각각 1차와 2차 백신 접종을 하고, 약 6개월만에 다시 백신 접종을 한 셈이다. 백신 접종을 할 때마다 뉴스에서 들었던 부작용이 나에게도 나타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했지만 다행스럽게 큰 탈 없이 지나갔다. 부스터샷을 맞은 주변 다른 사람들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면역학에서는 집단 면역이라는 개념이 있다. 감염성 질환의 경우 전체 구성원 중에서 일정 비율 이상이 면역력을 갖고 있게 되면 질병의 전파가 저하되는 상황을 의미하는 말이다. 예방 접종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를 지속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려주는 개념인데, 의대생 시절에 배웠던 다소 난해한 단어를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 

과거에는 마마라는 속칭으로 불리면서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천연두는 이제 지구상에서 사라진 질병이 되었다. 1796년 예방접종의 효시라 불리는 영국 의사 제너의 종두법이 처음 시도된 이래 우리나라에서는 1879년 지석영에 의해 처음 접종이 이루어졌고, 많은 사람을 천연두의 위협에서 구하였다.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천연두는 아주 무서운 질환이었다. 치사률이 20~30% 였으며 전염력 또한 매우 높았다. 

천연두는 역사를 바꾼 질병으로도 유명하다.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가 조선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후 병합하거나 총독부를 설치하지 않고 서둘러 되돌아간 이유 중 하나가 청나라 군대 내 천연두가 퍼질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주족은 천연두에 대해 내성이 없어서 청나라 초기 많은 사망자가 나왔으며, 황제조차 이 병으로 사망하였다 한다.

더 극적인 예는 아메리카대륙에서 나왔다. 신대륙 사람들이 구대륙 사람들에 정복된 것은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페인 침입자 코르테즈는 단지 수백 명의 군대로 인구 수천 만의 아즈텍 제국을 멸망시켰다.
이는 단지 철기와 기마병 대 석기시대 수준의 군사력의 차이로 승리한 것이 아니라 스페인사람들이 가져온 천연두에 대해 내성이 없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질병으로 사망하게 되면서 이루어진 결과였다. 

지금은 벌써 역사 속의 질병처럼 되어 버린 신종 플루 역시 그리 오래 전 얘기가 아니다. 매 해 접종하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에 포함되어 국민 대다수가 면역을 획득하고, 타미플루라는 치료제가 있어 더 이상 예전처럼 문제가 되지 않을 뿐이지 불과 몇 년 전 우리의 삶을 급격히 바꾸었던 적이 있었다.

필자의 아이는 예방 접종 후에도 신종플루에 걸려 치료를 받은 적이 두어 차례 있었다. 그 때는 이미 예방 접종이 일상화 되고 어찌 보면 흔한 병이 되어 아이만 어린이집에 며칠간 등원하지 못하였을 뿐, 필자는 별 경각심 없이 일상을 지속했던 경험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부스터샷을 맞고 매 주 코로나바이러스 PCR 검사를 받으면서라도 일상을 지속하는 지금, 그나마 백신이 있기에 이 정도의 자유라도 허용되는 것 같아 감사하다. 아직은 코로나가 창궐하는 2021년 12월을 미래의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019년 겨울 처음 보고된 이래 급격히 전 세계로 퍼져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켰지만, 역사적으로 유래 없는 속도로 신속하게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의 도움으로 빠르게 질병을 극복하고, 2022년 봄부터 다시 일상으로 회복되었다는 내용으로 기록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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