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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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작품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문장으로,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문장이다.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여러 글과 강연에서 인용되는 것을 읽고 들었다. 그래서 알고 있다. 처음 이 문장을 들었을 때, 바로 의미를 이해하진 못했다. 두어 번 반복해서 문장을 속으로 되뇌다가, ‘아!’하고 문장의 의미를 깊이 깨닫게 되었다. 정말 간단한 한 문장이지만,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위해 겪어야 했던 많은 경험과 사색의 깊이가 느껴졌다.
 

가정뿐만 아니라, 모든 공동체가 그렇다.

일이 잘 풀리면 모두가 행복하다. 서로에게 그 공을 돌리면서 결과를 만끽한다. 하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문제가 생기면, 원인 파악에 들어간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문제 과정을 축소 혹은 일부는 은폐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문제 과정을 확대 혹은 미화시키기도 한다. 그걸 잘하는 사람은 오랜 시간 조직에 남게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억울함을 안고 조직을 떠나기도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행복한 가정의 모습과 일이 잘 풀리는 조직의 모습이다. 행복한 가정은 항상 좋은 일만 있을까? 일이 잘 풀리는 조직은 항상 좋은 결과만 나올까? “그렇다!”라고 답을 하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아마 없지 않을까 싶다. 사실이기 그렇기 때문이다. 행복한 가정이 항상 좋은 일만 있다거나, 일이 잘 풀리는 조직이 항상 좋은 결과만 있을 순 없다. 그 어떤 가정도 어떤 조직도 마찬가지다.

상황은 비슷하다.
행복한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이 비슷하다. 일이 잘 풀리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이 비슷하다. 여건이나 벌어지는 상황은 비슷하다. 똑같이 사람이 부대끼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더 편하고 싶고 더 가지고 싶고 더 누리고 싶은 건 사람 모두가 가지고 있는 본능이다. 그래서 부딪힐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부딪히지 않는 방법이 아니라, 부딪히더라도 깨지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것이다.

천국과 지옥의 상황을 묘사한 내용을 들으면 쉽게 이해가 될듯하다.
천국의 식탁과 지옥의 식탁 모습은 같다. 서로가 마주 앉아 있고, 사람의 팔 길이만 한, 긴 숟가락과 젓가락이 놓여있다. 같은 조건이지만 천국의 식탁에서는 서로 맛있게 음식을 나눠 먹는다. 지옥의 식탁에서는 갖은 불평이 쏟아지기만 할 뿐, 누구도 음식을 입에 가져가지 못한다. 같은 조건이지만 그 결과는 전혀 다르다. 왜 그럴까? 
 

천국의 식탁에서는 서로 먹여준다. 

긴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자신이 직접 먹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주 앉아 있는 사람에게 먹여준다. 서로가 그렇게 한다. 하지만 지옥의 식탁은 서로 자기가 먹으려고 한다. 그러니 절대 먹을 수 없다. 서로 먹여주면 될 것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내가 떠먹여 줬는데, 상대방이 안 줄 수도 있다는 불신 때문이다. 믿음과 불신의 차이가 극명한 결과를 가져온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는 가정과 조직은, 믿는다.

문제 상황이 생기거나 부딪히더라도, 다시 좋아질 거라는 믿음이 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은, 그렇게 되도록 서로 노력하게 만든다. 잘못했다면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게 만들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게 한다.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상대방을 가볍게 여기기보다,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위한다. 그래서 문제가 생겨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서로의 믿음이 갈라진 틈을 메워주고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서로 믿음을 갖는데 필요한 건 무엇일까?

서로를 묶어줄 구심점이다. 가정이나 조직을 묶어줄 하나의 구심점을 정하거나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있으면 누군가 벗어나려 해도, 그 힘에 끌려 다시 가운데로 오게 되게 되어있다. 우리 가정은 신앙이 그 구심점이다.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비가 참 많았다. 내가 생각해도 아찔했던 순간이 몇몇 떠오른다. 하지만 신앙의 구심점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함께 잘 지내고 있다고 감히 확신한다. 
 

구심점을 찾아보자!

구심점이 있었는데 간과하고 있었다면, 다시금 명확하게 인지하도록 하면 좋겠다. 마땅한 구심점이 없었다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구심점을 만들면 좋겠다. 그렇게 하나로 모이고 신뢰가 쌓이면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단단한 가정 혹은 조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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