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만족한 상태가 아닌, 하나라도 만족한 순간이 있다면,
그것을 '완벽한 하루'로 정의합니다.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서, '완벽한 하루'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김영태 작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러 취미 중, 종영된 드라마 연속으로 보기가 있다.
너도나도 재미있다고 언급하는 드라마도, 종영되기 전까지는, 웬만해서는 보지 않는다. 다음 회를 보기 위해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게 싫다. 내킬 때, 몇 편을 내리 봐야 성에 찬다. 종영된 지 한참 지난 드라마를 볼 때도 있다. 누군가가 일명 ‘인생 드라마’라고 극찬하는 드라마다. ‘나의 아저씨’가 그런 드라마 중 하나다. 3년이 지났지만, 최근까지 SNS에서 언급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다. 

최근에 꽂힌 드라마가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 2’다. 제목으로 유추할 수 있듯, 1부가 있지만 1부를 먼저 보진 않았다. 종영된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사이트를 둘러보다 클릭했는데,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지만, 벌어지는 상황과 그에 맞는 대사로 빠질 때가 많다. 귀에 꽂힌 대사는 드라마 안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생각을 건드린다. 잔잔한 강에 작은 돌을 던지면, 그 돌이 떨어진 자리를 중심으로 물결이 퍼져나가듯 머릿속에서 생각이 번져나간다.

2회에서 그런 대사가 들렸다.
몇 번을 다시 보면서 그 대사를 메모했다. 상황은 이렇다. 신의 손이라 불리는 ‘김사부’는, 대형 종합병원의 본원이 아닌, 강원도 정선 분원에서 근무한다. 어느 날, 군사작전 중 국방부 장관이 교통사고로 이 병원에 오게 된다. 심각한 상황에서 1차 수술을 잘 마무리했는데, 김사부와 앙숙인 이사장이 못된 계략을 꾸민다. 본원에서 의료진을 파견해, 국방부 장관의 주치의를 바꾸려는 시도다. 사회적 이슈가 크다는 이유로, 생사가 오가는 사람을, 자신의 큰 그림에 이용하려는 계획이다.

국방부 장관이 심정지가 오는 상황이 발생한다. 
1차 수술을 했던 분원의 의사들과 환자를 넘기라는 본원 의료진이 대치한다. 옥신각신하는 동안 환자의 상태는 점점 악화된다. 김사부는 본원 의료진에 아랑곳하지 않고 환자에게 다가선다. 이를 막아선 본원 책임자가, 눈을 부릅뜨며 힘주어 묻는다. “그러다 잘못되면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이에 김사부는 호통을 치듯 대답한다. “살릴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가르치듯 조용히 이어 말한다. “먼저 이렇게 물어야지” 본원 책임자는 이 말에 더는 제지하지 못하고 치료 과정을 지켜본다.

책임질 수 있냐는 질문과 살릴 수 있냐는 질문에서 다른 느낌을 받는 이유는 뭘까?
의사로서 책임지는 것이, 응급 환자를 살리려는 노력인데 말이다. 같은 듯하지만, 두 질문이 전혀 다른 느낌이 드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 두 사람의 질문이 같을 수 없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의사라는 타이틀은 같지만, 그 안에 든 생각은 전혀 달랐다. 김사부의 살릴 수 있냐는 질문은, 말 그대로 의사로서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이다. 하지만 본원 책임자의 질문 중심에, 환자는 없다. 사회적 이슈에 관한 생각만 가득하다. 의사로서 갖춰야 할 본질에 집중하지 않고,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해득실에만 꽂혀있다.

김사부의 모습에서는 당당함이 느껴지지만, 본원 책임자에게서는 불안함이 느껴진다.
소신이 명확하고 해야 할 것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당당하지만, 소신보다 계산기를 먼저 두드리고 해야 할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에만 몰두하는 사람은 불안하다. 역으로 말하면 당당하고 해야 할 것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소신이라는 중심이 있고, 반대의 사람은 중심이 없다. 중심이 없으니 흔들린다. 두려움으로 마음이 심하게 흔들린다면, 나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볼 시간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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