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를 돌아보지도, 후회하지도 말고 현재 선택받은 그 길에서 최선을 다 하는것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자격증이 있어야 응시할 수 있는 국가고시가 있다.
바로 임용고시다. 초등이나 중등교사 2급 자격증이 있어야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국가 고시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사법고시, 행정고시, 의사고시 등이다. 가장 어려운 시험으로 알려졌다. 판검사가 되기 위한 사법고시나 의사가 되기 위한 의사고시는 문과와 이과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만 볼 수 있는 전유물로 여겨진다. 그런 시험도 없는, 자격증을 임용고시에서 요구하는 이유가 뭘까?

교사는 사람을 다뤄야 하는 직업이라 그렇다고 했다.
자격증이 있어야 응시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고시라는 것과 왜 그런지, 대학 수업 시간에 들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정확한 내용이라 장담할 수 없지만, 의미만큼은 명확하게 기억한다. 교사는 학생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어야 하는 사람이기에, 그 어떤 분야보다 철저한 검증과 자격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래서 판검사나 의사보다 더 중요한 자리라고 했다. 그렇게 교사 지망생들에게 자부심과 책임감을 불어 넣어주셨다. 불타는 청춘이었고, 불타는 예비 교사였다.

임용고시를 봤다.
한번 봤는데, 떨어졌다. 그때 당시 분위기도, 한 번에 합격한 사람은 10%도 되지 않았다. 보통 2~3번 정도는 각오했어야 했다. 가뜩이나 내가 봤던 해에는 채용인원이 전년 대비 10~20%로 줄었다. 10~20%만큼 준 것이 아니라, 그만큼만 뽑았다. 서울은 전년에 뽑은 60명에서 6명, 경기는 300명에서 60명으로 줄었다. 최악 중에서 최악이었다. T.O라고 하는 합격 인원은, 시험을 치르기 얼마 전에 공지가 된다. 발표된 날, 노량진 근처에 있는 고시생들은 도서관이 아닌 술집으로 몰려들었다. 1명을 뽑아도 될 놈은 되겠지만, 한없이 좁아진 구멍은 우리의 숨통을 조이기에 충분했다. 재수 삼수하던 형들은 지난해에 더 열심히 해서 합격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지만, 어쩌겠나.

다시 봤다면 붙었을까?
그랬다면 지금 나의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지, 나도 궁금하다. 친한 대학 동기들 절반 이상은 현재 교직에 몸담고 있다. 교사가 된 몇몇 친구와 함께 술자리를 한 적이 있었다. 교사 1~2년 차였다. 그렇게 원하던 교사가 됐는데 표정이 한결같이 죽상이었다. 한 친구는 학교를 마치면 가출한 학생을 찾으러, PC방이나 노래방 등 갈만한 곳을 뒤진다고 했다. 자신이 이러려고 그렇게 죽기 살기로 공부하고 운동했냐면서 푸념을 늘어놨다. 학부모회 임원의 입김으로 주도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상황이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있을 것 같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이 놀라웠다.

친구들은 지금도 교사 생활을 잘하고 있다. 
이제는 노련한 교사가 되어 교사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예전에는 푸념으로 늘어놨던 일들을 이제는, 에피소드를 풀어놓듯 가볍게 그리고 재치 있게 말한다. 고등학생 때 봤던, 40년 중후반의 여유 있는 옷차림과 표정의 선생님들이 기억난다. 친구들이 지금 딱 그런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서울 체중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도쿄 올림픽에서 주목을 받았던 황선우 선수와 찍은 사진을 대학 동기 단체 톡방에 올렸다. 자기네 학생이라며 자랑을 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화답을 해줬다. “어? 그럼 황선우 선수 이제 우리 지인이네?”

‘천직’이라는 것이 있을까?
나는 교사가 천직이라 믿으며 살아왔다. 임용시험에서 떨어지고 교사를 포기하기 전까지.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내가 만약 교사가 됐다면 어땠을지. 예전에는 누구보다 잘했을 거라 떠들어 댔지만, 언젠가부터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부터다. 어쩌면 제 성질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왔을 수도 있다. 지금은 오히려, 시험에 떨어진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다 뜻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 길로 가지 못했던 뜻과 지금 걷고 있는 길에는 다 뜻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난 지금 걷고 있는 길에, 선택받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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