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만족한 상태가 아닌, 하나라도 만족한 순간이 있다면,
그것을 '완벽한 하루'로 정의합니다.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서, '완벽한 하루'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김영태 작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비게이션은 모르는 길을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때로는, 아는 길을 갈 때 틀어놓기도 합니다. 빠른 길로 가기 위해서나, 가는 길을 의식하지 않고 가기 위해서입니다. 운전할 때,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또 하나의 맛이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안내하는 화면을 잘못 이해해서, 빠져야 할 곳에서 빠지지 못하기도 하고, 빠지지 말아야 할 곳에서 빠지기도 합니다. 초행길을 갈 때는 다른 생각할 틈 없이,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충실해야 예상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오래전, 부산 출장을 운전으로 갈 때였습니다. 그날따라 어찌나 전화가 많이 오던지, 운전 내내 통화를 하면서 갈 정도였습니다. 요즘은 그런 전화기가 거의 없지만, 그때는 전화기 배터리를 교체하게 되어있었습니다. 배터리 수명이 짧아진 이유도 있지만, 배터리를 2~3번 교체할 정도로 통화를 많이 했습니다. 이어폰을 오래 끼고 있어서, 귀가 아프기까지 했습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200km 가까운 거리를 직진하라는 안내가 떴습니다. 최소 2시간은 아무 생각 없이 달리기만 해도 되겠다 싶어, 전화 통화에 집중하면서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그렇게 한참 전화 통화를 하면서 달리다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빠지지 말아야 할 곳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진입하는 순간, 아차 싶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내비게이션에 보이는 차의 위치는 파란색으로 된 길이 아닌, 엄한 곳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작은 원이 뱅글뱅글 돌다가 다시 자리를 잡았는데, 50km에서 유턴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상 도착시간보다 최소 1시간 이상은 더 걸리게 생긴 것입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전화가 오더라도 받지 않고 운전에 집중했습니다. 차가 막히지 않은 덕도 있었고, 운전에 집중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시간을 앞당겨서 도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비게이션이 길을 알려 준다고 해도, 운전에 집중하지 않으면, 원하는 목적지에 원활하게 도착하기 어렵게 됩니다. 

인생의 핸들을 잡은 우리는,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가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수월하게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집중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엄한 길로 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깨어 있어야 합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내가 가야 할 길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 길을 가는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합당한 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책상에 머물러야 하고,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체육관에 머물러야 합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 그것이 깨어 있다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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