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만족한 상태가 아닌, 하나라도 만족한 순간이 있다면,
그것을 '완벽한 하루'로 정의합니다.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서, '완벽한 하루'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김영태 작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학창 시절, 극기 훈련(오랜만에 떠오른 추억이네요)이나 수학여행을 갔을 때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재미있는 일이 참 많이 일어났었는데, 출발할 때부터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늦게 오는 친구가 있어서, 버스 출발을 정시에 한 적이 없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휴게소에 들려서 문이 열리면, 좀비 영화에 나오는 좀비들처럼,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우리가 머무른 그 시간만큼은, 휴게소가 학교 매점이 돼버립니다. 

출장을 가다 휴게소에 들렸을 때, 학생들이 단체로 몰려있는 모습을 보면, 그때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실내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뛰어다니는 모습에 인상 쓰지 않고 웃으면서 바라볼 수 있는 이유는, 시간은 다르지만 같은 추억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정해진 일정대로 하루를 보냅니다. 일과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면, 그때부터 새로운 하루가 시작됩니다.다른 시간은 정해진 대로 잘 따르지만, 취침 시간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게 대부분의 생각입니다. 

소등이 되면 각자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를 꺼냅니다. 마실 것, 놀 것 그리고 기타 등등. 삼삼오오 모여 풀어놓는 것을 보면서 숨죽인 탄성을 지르면, 다른 모둠에서 뭐냐며, 달려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만의 축제를 즐기다 보면, 한둘씩 잠에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그럼 이때, 또 다른 활동이 시작됩니다. 잠든 친구들의 얼굴에 예쁜 그림을 그려 넣는 것입니다. 
각 친구에 딱 맞는 맞춤형 그림이 하나둘 그려지면, 그때부터는 잠들기 어렵게 됩니다.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버티다 깜빡 잠이 들고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희생양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잠에서 깨어난 친구들은 눈을 뜨자마자, 앞에 있는 친구의 얼굴을 보고 웃음을 터트립니다. 그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친구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 방을 뒹굴면서 좋아라 합니다. 공통점은 자신의 얼굴도 망가져 있지만, 상대방의 망가진 얼굴을 보면서, 좋다고 웃는다는 것입니다.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거울을 보면, 그때 자신의 얼굴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냥 웃어넘기는 친구도 있지만, 신경질을 내면서 세면대로 향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상대방 얼굴에 그려진 낙서는 금방 알아차릴 수 있지만, 자신의 얼굴에 그려진 낙서는 거울을 봐야 알게 됩니다. 상대방의 얼굴에 그려진 낙서를 보면서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겠지만, 그 순간, 자신의 얼굴을 빨리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눈에 비친 모습을 보고 자신을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출근길 버스에서 내릴 때, 앞사람의 뒷머리가 눌린 모습을 보면서 웃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뒷머리를 점검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이 많습니다. 자신이 자신을 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나만 모르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은 보고 있다고 생각해야겠습니다. 
내가 보이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들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잘 보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비참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자신을 잘 바라볼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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