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보전 및 CCTV 설치 의무에 관한「의료법」개정안에 비추어 본 반려동물 의료소송

PET LAWFIRM
법무법인 청음 반려동물그룹
문강석 변호사 ㅣ 조찬형 변호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과 관련한 법률 상담을 하다 보면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사망하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종종 동물 보호자들은 수술 시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CCTV의 열람을 병원에 요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재 수의사법 등 관련 법령을 살펴보면 동물병원 수술실에서 CCTV 설치는 의무가 아니며, 영상 자료 제공 의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법이 규율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르면 동물병원이 보호자에게 CCTV 영상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이거나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 두 가지를 상정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반려동물의 경우 생명이 있는 존재이기는 하나 현행 법률상 재물로 평가됩니다(현재 저희 반려동물그룹은 반려동물이 단순한 재물이 아닌 생명체로서 평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최근 법무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규정을 추가한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습니다).

대부분 동물 의료사고의 경우 의료진이 고의로 동물을 방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보다는 과실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경우 고의를 전제로 하는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수사기관을 통하여 위 CCTV 영상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동물병원이 보호자에게 CCTV 영상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뿐이므로 CCTV 영상에 찍힌 정보주체인 의료진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CCTV 영상의 제공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호자가 개인정보 보호법을 통해서 CCTV 영상을 확인하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은 증거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증거조사를 할 수 있는데(동법 제375조), 매우 어렵고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많지 않지만, 이에 근거하여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하여 CCTV 영상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동물이 사망하는 것은 때로는 의료진이 최선을 다한 경우에도 치료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동물의 상태가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좋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객관적 증거 없이는(때로는 객관적 증거가 있다 하더라도) 사망의 구체적인 원인을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보호자가 의료진에 대하여 민사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의료 과실에 대한 입증자료가 필요하며 그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호자에게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가 있다하더라도 대부분 그 내용이 충분치 않아 동물의 사망과 의료진의 과실 사이에 인과관계를 밝히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실제로는 보호자가 이를 입증하는 것이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수의사의 진료기록부 공개 의무 여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큰 몫을 할 것입니다. 

동물병원도 의료 행위 당시 수술실을 촬영한 CCTV 영상을 확보할 수 있다면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고,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보호자의 오해로 인한 불필요한 제소로부터 일정 부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사람 병원에 대해서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2021년 8월 31일 국회를 통과해 올해 9월 25일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현행 수의사법에는 이와 같은 의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 3호, 4호 칼럼(수의사의 설명의무I, II)에서 살펴본 내용과 같이 ‘수의사의 설명의무’의 경우, 의료법에만 존재하던 설명의무 조항에 관해 판례에서 먼저 ‘수의사의 진료행위에도 의료법상 의료인에게 적용되는 법리를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확인한 후 수의사법 또한 의료법과 유사한 취지로 개정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수의업계에서도 위 개정안을 주목할 만한 점이 있습니다. 

개정된 의료법에 따르면,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병원은 수술실 내부에 「개인정보 보호법」 및 관련 법령에 따른 CCTV를 설치하여야 합니다. 이 때 환자 또는 보호자의 요청이 있으면 CCTV 영상을 녹음 없이 촬영해야 하지만,  ① 수술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응급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나 ②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등과 같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의료인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의료법 제38조의2 ‘수술실 내 폐쇄회로 텔레비전의 설치운영’)

위 개정 의료법은 지난 2016년 9월 한 성형외과 의원 원장이 환자를 수술하는 과정에서 간호조무사에게 지혈 처치를 맡기는 등 후속 조치의 미비로 과다출혈로 숨지게 한 사건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위 원장에게 지난 12일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는데, 당시 수술실을 촬영한 CCTV 영상이 법원의 판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객관적인 증거가 되었다는 점이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찬성하는 측 의견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개정 의료법 시행을 앞둔 지금도 CCTV 설치 의무화로 인한 직업의 자율성 침해, 의료인의 수술 중 심리적 부담감 증가로 인한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 의료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문제와 같은 반대 의견이 거센 상황입니다. 동물병원 수술실에도 CCTV 설치 의무화의 움직임이 시작된다면 현재 의료법 개정과 관련하여 논의되는 문제와 유사한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술실 CCTV 설치를 찬성하는 환자와 보호자 측은 보호자의 알권리 보장,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명확하고 신속한 판단을 위해 객관적인 증거 수집이 필요하다는 점, 마치 차량의 블랙박스가 하는 역할과 같이 간혹 일어날 수 있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주장하고, 반대하는 측은 CCTV 촬영으로 인한 의료인의 방어적ㆍ소극적 의료행위 가능성, 이에 따른 환자의 생존율 하락 가능성, 의사들의 외과계 지원 기피 가능성, CCTV설치가 아닌 수술실 입구 CCTV설치나 진료기록부의 상세한 기재 등 CCTV의 의무 설치 및 촬영 외에 보다 덜 침익적인 다른 대안이 존재한다는 점 등을 주장할 것입니다.

사람 병원의 경우 현재 의료법 개정에 관한 찬반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서도 일부 병원은 선제적으로 수술실 CCTV를 설치하고 이를 안심마케팅의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오히려 의료소송에 대비하기 위한 방책으로 사용하는 등 이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 비추어,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았을 때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측면으로 보강되어가는 법령의 개정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의 경우 수술시 마취를 하는 경우가 잦고, 사람과의 의사소통에 있어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사람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경우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의사와 반려동물 보호자 사이의 신뢰의 문제' 라고 생각됩니다.

반드시 CCTV의 의무적 설치 및 촬영 조항을 신설하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양자 서로간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 때 수의업계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가급적 지양하여야 소비자 입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호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수의사와 보호자 사이에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며, 저희 반려동물그룹도 새로운 방안 모색에 대한 고민에 함께 동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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