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청음 반려동물그룹
문강석 변호사 ㅣ 조찬형 변호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7월 5일부터 모든 동물병원은 수술 등 중대진료 전에 동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에게 ① 진단명, ② 진료의 필요성 및 방법, ③ 발생 가능한 후유증과 ④ 소유자 준수 사항을 구두로 설명하고 동물소유자등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받아야 합니다.

   설명 의무가 적용되는 수술 등 중대진료의 범위는 ① 전신마취를 동반하는 내부장기, 뼈 및 관절 수술, ② 전신마취를 동반하는 수혈로 해당 진료행위는 동물소유자등의 요구와 관계없이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고 위반 시 1차 30만 원, 2차 60만 원, 3차 9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다만,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수술 등 중대진료가 지체되면 동물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동물의 신체에 중대한 장애를 가져올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수술 등 중대진료 이후에 설명하고 동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12월 칼럼(수의사의 설명의무II)에서 다루었던 내용처럼,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병원 이용자의 알 권리와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수의사’에게는 동물의 수술 등 중대진료를 하는 경우 동물 소유자등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을 의무를, ‘동물병원 개설자’에게는 ① 수술 등 중대진료의 예상 진료비용을 사전에 고지할 의무와 ② 진찰 등의 일정한 진료비용은 이용자가 알기 쉽도록 게시할 의무를 각 부과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의사법을 2022년 1월 개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수의사법에서 위임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ㆍ보완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5일 수의사법 시행규칙도 일부 개정되었습니다. ‘반려동물의 수술 등 중대진료에 관한 사전 설명 및 서면 동의 의무화’를 통해 진료비 과다 청구를 예방하여 소비자의 진료 선택권을 강화하고 수의사와 소비자간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진료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가 마련되었다는 긍정적 측면과는 별개로, 여전히 현행법에서는 수의사의 진료기록부 공개 의무를 정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 개정으로는 그 동안 지적되어오던 동물병원의 진료기록부 미공개로 인한 동물 보호자들의 불만 해소에는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동물병원의 진료기록부 미공개로 동물 보호자의 ‘알 권리’가 제한된다는 점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수의사법의 개정 이유가 동물병원 이용자의 알 권리와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함에 있고, 이는 그 동안 반려인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요구되어온 동물병원 의료서비스 개선 문제가 반영된 것이라는 점에서 반려인들의 권리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의료법 제21조 제1항
환자는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본인에 관한 기록(추가기재ㆍ수정된 경우 추가기재ㆍ수정된 기록 및 추가기재ㆍ수정 전의 원본을 모두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열람 또는 그 사본의 발급 등 내용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수의사법 제12조 제3항
수의사는 직접 진료하거나 검안한 동물에 대한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또는 처방전의 발급을 요구받았을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현행법상 동물병원은 보호자들이 진료기록부를 요구할 경우에도 이를 발급해줄 의무가 없습니다. 수의사법에는 ‘진단서’나 ‘처방전’이 아닌 ‘진료기록부’는 발급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 병원에서는 환자 본인이나 가족이 진료기록을 요구할 경우 의무기록을 공개하도록 의료법에서 정하고 있다는 점과 대조적입니다.

이에 동물병원도 사람 병원처럼 진료기록부를 발급하자는 내용의 수의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꾸준히 발의되어오면서 수의업에 대한 규제가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의료와 동물에 대한 수의료를 완전히 동일하게 평가하기에도 어려운 점이 있고, 진료기록이 공개될 경우 약물 오ㆍ남용사례가 발생할 수 있으며, 아직 진료항목이 표준화되지 않은 현실에서 이는 동물병원에 일방적으로 의무만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각도로 살펴보면, 수의료사고 발생 시 동물 보호자는 소송 외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송으로 가더라도 의료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에 비추어 동물병원에 비해 일방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므로 의무기록 확보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늦지 않은 시점에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수의사와 동물 보호자 사이에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진료기록부의 공개 범위를 정하여 발급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의 신설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동물 보호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동물 진료 및 수술에 대한 필요 사항을 공개하여 합리적인 신뢰를 줄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수의업계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지양하여 소비자 입장에서도 계속해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양자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는 제도적 완충장치의 마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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