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청음 반려동물그룹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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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제24조의2 제1항 본문은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환자에게 일정한 사항을 설명하고 서면으로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2항에서는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등 의사의 설명의무가 인정되는 사항들을 비교적 자세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수의사법에는 의료법과 같이 명시적으로 수의사에게 설명의무를 부여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도 설명의무를 부담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 설명의무는 헌법상 인격권 내지 자기결정권을 그 근거로 삼는다고 알려져 있으며, 실무상으로는 의료행위라는 고도의 전문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의료과실에 대하여 환자의 입증책임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의료법상으로도 설명의무는 환자 본인의 동의를 받는 것이 원칙이므로, 인격권 내지 자기결정권의 주체도 아니고 스스로 동의를 표시할 수도 없는 동물에게까지 설명의무를 인정해야 하는지는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하급심 판례가 있어 그 내용을 소개하려고 합니다(전주지방법원 2014나9048). 원고 A는 반려견의 소유자와 그 가족들입니다. 피고 B는 원고 A 가족의 반려견의 종양을 치료했던 수의사입니다. 원고 A는 피고 B의 의료과실로 인한 반려견의 사망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수술 장비의 위생상태, 수술 전 필수검사의 미시행, 수술 중 처치 과정의 문제, 수술 후 처치 과정의 문제 등 다양한 주장을 펼쳤는데, 그 중 수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원고 A의 반려견이 노견이었음에도 피고 B가 수술 전 기본검사가 필수이며, 수술 시 위험성과 치료계획, 부작용 등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 판례에서 법원은 “의사는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 밖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에게 수술 등 인체에 위험을 가하는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그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에 대하여 사전에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예후 및 예상되는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과 부작용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수술이나 투약에 응할 것인가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고, (…) 이러한 설명을 하지 아니한 채 환자의 승낙 없이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는, 설령 의사에게 치료상의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그 의료행위는 환자의 승낙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가 되는 바”라고 하여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여 수의사 B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였습니다.

수의사에게도 설명의무를 부여할 수 있다는 근거로는 수의사법 제1조의 목적과 의료법 제1조의 목적이 모두 ‘동물’ 또는 ‘사람’의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동물의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수의사의 진료행위에는 의료법상의 의료인에게 적용되는 법리를 유추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였습니다.

 다만 위 판례는 하급심 판례라는 점과 수의사의 설명의무 자체를 논하였다기보다는 의료법상의 법리를 유추적용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섣불리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설명의무 위반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위 사안에서는 설명의무 위반 외에도 각종 주장 및 증거자료에 의하여 수술 과정 및 수술 전후 치료과정에서의 의료과실도 인정되었습니다.

수의사의 설명의무와 관련된 문제는 언젠가 입법이나 대법원 판례를 통해서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수의사 선생님들은 반려동물의 보호자에게, 반려동물의 보호자는 수의사 선생님에게 반려동물의 건강과 관련된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미리 설명하고 또 질문해가면서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의사와 보호자 모두 ‘동물의 건강증진’이라는 같은 목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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