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축제는 구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은 이천 백사 마을로 가보자.
한두 그루로 천천히 시작한 산수유 나무는 군락지로 이어지며 꿈을 꾸는듯 환상적인 노란색 꽃으로 봄의 시작을 알린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겨울은 계절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서서히 봄에게 그 자리를 내어준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길목에 서면 통도사 홍매화를 출발점으로 해서 산수유길을 건너고 개나리 골목을 따라 그렇게 꽃의 계절은 새로운 생명들을 담아낸다.

▲ 김진규 에디터 제공
▲ 김진규 에디터 제공

봄이 오면 한번쯤은 꽃 마중을 나갈 기대감에 마음이 설렌다. 그러나 이른 봄에는 마음만 앞설 뿐 선뜻 어디로 가야할 지 선택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남쪽 지방으로부터 꽃 사진들이 계절의 변화를 전하는데, 수도권은 언제 시작할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마음만 바쁘다. 3월 중순이면 이천 백사 마을(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원적로 775번길 17)로 가보자.

산수유 꽃의 개화시기에 맞추어 산수유 축제가 열리는 이천 백사 마을은 봄에는 노란 꽃으로 그리고 가을에는 붉은색 산수유 열매가 마을에 색감을 더하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산수유 산지로도 유명하다.

마을입구 주차장에는 한옥으로 만들어진 산수유사랑채가 있어 한옥 체험과 숙박도 가능하며, 마을을 지나 산수유가 시작하는 길에는 연인의 길과 산수유 둘레길로 구성된 산책로가 있다. 천천히 길을 걸으며 도심에서의 복잡함을 잠시 잊고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자. 그렇게 몸과 마음이 봄의 생명력이 살아나는 자연으로 동화되는 휴식을 즐겨보자.

▲ 김진규 에디터 제공
▲ 김진규 에디터 제공

마을을 지나 본격적으로 산수유 꽃이 시작되는 지점에 향토문화재로 지정된 조선시대 정자인 육괴정과 보호수로 지정된 세그루의 큰 느티나무가 있다.

기묘사화로 낙향한 엄용순이 건립한 것으로 육괴정이란 이름은 엄용순을 포함한 6명의 선비가 시화와 학문을 논하며 우의를 기리자는 뜻으로 정자 앞에 연못을 파고 6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은 것에서 시작하였는데, 지금은 3그루의 느티나무가 남아 있다.

육괴정 앞을 포함하여 탐방로 몇 곳에는 산수유를 포함하여 백사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파는 곳이 있다.

직접 수확하여 다듬은 각종 채소들과 산수유가 탐방객들의 발길을 끈다. 산수유를 따라 탐방로를 가다 보면 봄을 찾으러 나온 상춘객들의 행렬과 산수유 군락지 아래 자리를 펴고 앉아 봄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산수유 나무를 배경으로 셀프 웨딩 사진을 찍는 분들 그리고 큼직한 고급 렌즈를 들고 단체로 촬영을 나온 사진가들로 북적인다.

그리 길지 않은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마을분들이 집 앞마당을 개방하고 파전이며 도토리묵 그리고 어묵 등을 파는 곳들이 있다. 점심으로 먹어도 좋고 탐방로 걷다 잠시 앉아 간식으로 먹어도 좋다. 마치 나의 전원주택인 듯 잔잔한 음악과 함께 잠시 쉬어도 좋다.

산수유는 우리나라 중부이남에서 주로 심는데, 가장 유명한 곳이 전남 구례군 산동면과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그리고 경북 의성 등이다. 봄에는 환상적인 노란색 꽃으로 가을에는 붉은 과실로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며, 그 과실은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모든 면에서 완벽한 존재다.

▲ 김진규 에디터 제공
▲ 김진규 에디터 제공

산수유는 자양강장 성분으로 예로부터 한방약제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두통이나 이명 그리고 식은땀 야뇨증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여성의 월경과다 그리고 남성의 정력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이 광고에서 산수유를 재미있게 표현하기도 했다.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라고 하는 광고카피를 다들 기억하실 것이다. 산수유와 비슷한 시기에 꽃이 피고 생김새도 유사해서 산수유로 오해를 받는 꽃이 있는데, 주로 등산로 근처 산에 있는 것은 생강나무 꽃이다.

가지에서 생강냄새가 난다고 해서 생강나무라고 하는데, 생강나무는 주로 야생으로 산에서 자생하기 때문에 산에서 보는 노란 꽃은 생강나무라고 생각하면 판단이 쉽다. 반면 산수유 나무는 중국에서 들여와서 약재로 사용하기 위하여 민가에서 재배를 시작하였기 때문에 마을 주변에서 만나는 꽃은 대부분 산수유로 보면 되는데, 꽃을 자세히 보면 산수유는 꽃이 대칭으로 마주보고, 생강나무는 꽃이 어긋나게 달린다.

이천 백사 마을 산수유 탐방로를 걷다 보면 세월의 흔적이 물씬 풍기는 오래된 집부터 새로 지어진 전원 주택 들 그리고 그 속에 자연스레 조화를 이루는 벽화들과 재치 있는 글귀들은 또다른 재미를 준다. 사진에 담아도 좋고 그냥 그렇게 미소만 띄워도 좋다.

간단한 음료와 과자를 들고가서 산수유나무 아래 잠시 앉아도 좋을 것이다. 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에서 보면 ‘산수유 꽃은 꽃이라기 보다 나무가 꾸는 꿈과 같다.’라고 표현을 했다. 산수유 꽃을 자세히 보면 꿈을 꾸는 듯 몽환적인 느낌을 느낄 수 있다.

▲ 김진규 에디터 제공
▲ 김진규 에디터 제공

조리개를 열고 인물에 초점을 맞추면 정말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망원렌즈를 장착한 사진가 일행들이 연신 셔터를 누르고, 3월의 신부가 산수유 꽃을 배경으로 셀프 웨딩 사진을 담는 것을 보면 이천 백사마을 산수유 축제는 하루 봄나들이로 충분히 훌륭한 곳이라는 생각이다.

이천 백사마을 산수유 탐방로는 공용주차장을 벗어나면 화장실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공용주차장 화장실에서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가급적 이른 시간에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교통 정체도 피하고 탐방로도 여유를 가지고 둘러볼 수 있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매화도 볼 수 있고, 또 주변에 이천 쌀밥집이나 천서리로 넘어 가서 막국수에 편육을 같이 먹어도 좋다. 필자는 오늘 천서리로 향한다. 남한강을 따라 서울로 가는 길의 풍광도 좋을 뿐만 아니라 점심으로 천서리 막국수를 먹기 위해서다.

천서리를 가면 홍원막국수집에 들러 막국수와 편육을 주문하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매장입구 테이블링 시스템을 사용할 정도로 줄이 길다. 30분 정도 기다리다 식사를 하니 배고픔이 반찬이라 막국수와 편육의 맛이 두배가 된다. 단촐한 반찬에 정갈하나 투박하게 담긴 편육을 먼저 먹고 막국수로 마무리를 한다.

이천 백사마을 산수유 축제로의 여행은 서울까지 왕복하는 국도도 좋은 드라이브 코스가 되니 이 보다 더 좋은 봄날 여행이 또 있을까 싶다. 3월 중하순이 절정이므로 잠시 일상을 내려 두고 자연과 함께 쉼하는 이런 기분, 이번 주말에 느껴보면 어떨까?

▲ 김진규 에디터 제공
▲ 김진규 에디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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