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이 어렵지 않고 좋은 경치 쉽게 볼 수 있어 많은 등산객들이 찾아
볼거리 많은 태백산…더운 여름과 매서운 겨울 추위에도 태백산 찾는 이유

태백산 정상에서...              사진제공=김진규 컬럼리스트
▲ 태백산 정상에서...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의 세월을 지켜내는 주목 군락지 태백산. 장군봉을 넘어 겹겹히 쌓인 산그리메가 펼쳐지는 능선을 따라 천제단으로 걷는 길에 힘든 일은 묻어 두고 작은 소망하나 가슴에 담아 보는 것, 이것이 힐링 아닌가.

흔히들 태백은 겨울 산이라고 한다. 눈 덮인 등산로를 따라 걷는 것도 좋지만 주목 군락지에 오른 상고대(눈꽃)가 너무나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원도의 매서운 겨울 추위에도 태백을 찾는 충분한 이유를 만들어 준다. 

태백산은 산이 깊고 높아 보이지만 실제 산행은 그렇게 힘들지 않다. 어떻게 보면 그 좋은 경치를 비교적 쉽게 내어주는 푸근한 산이라는 표현이 맞을 게다. 삼척이나 정동진 여행 할 때 고속도로를 이용하기 보다는 강원도 정선 방향으로 움직이면 태백을 거치게 된다. 잠시 시간을 내어 올라보는 태백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필자는 정동진을 갈 때나 또는 동해에서 집으로 향하는 길 중에서 하나를 국도로 잡는다. 단순한 이동의 수단인 고속도로 보다는 국도를 따라 계절의 변화도 느껴보고 각 지역의 먹거리나 문화도 체험해 보기 위해서다. 

그리고 때로 삶은 ‘천천히’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길은 삼척으로 향하는 길에 태백산을 들러 보기로 한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선 탓에 아침을 거르고 길가에서 파는 구운 밤 몇 개로 허기를 달랜다. 태백으로 향하는 길에 잠시 차를 멈춘 강원도 영월의 한반도 지형! 티브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몇 번 소개가 되었던 곳인데, 오늘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 잠시 둘러 보기로 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영원의 한반도 지형
▲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영원의 한반도 지형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지형과 선암 마을. 더 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오염되지 않고 자연이 잘 유지된 까닭에 백로, 원앙, 수달 등의 여러 희귀한 동물들이 살고 물속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쉬리를 비롯하여 민물조개, 다슬기 등이 있다. 

다음 방문 시에는 선암 마을까지 방문해 보는 것으로 하고 오늘은 차를 태백으로 향한다. 초록물이 오른 산을 따라 눈길을 이동해보면 어느새 파란 하늘이 색감의 대조를 이루며 감탄을 자아낸다. 그렇게 강원도 국도를 달려 도착한 태백산 등산로 입구. 등산로 입구 매점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물과 비상식량을 준비할 요량이었는데, 아뿔싸…. 등산 안내소조차 문을 닫고 매표를 하지 않는다. 

산을 오르는 것을 막지는 않으나 이 곳에서 가게를 찾으려면 차로 한참을 달려 당골 광장 쪽으로 이동을 해야한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렇게 험하지 않은 코스이니 그냥 오르기로 한다. 등산로 초입에 있는 태백사라는 사찰에서 물을 두어 병 구할 수 있어 다행이다. 

SUV 차량이 다닐 정도로 정비가 되어 있는 도로길을 따라 걷는 것이 유일사 등반 코스의 반 이상이다. 그러기에 준비가 좀 부족해도 그냥 오르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등산길따라 피어 있는 야생화들의 향연, 아직은 봄기운이 한참인 시기라서 얼레지 꽃이 좋다. 바람난 여인 또는 질투라는 꽃말을 가진 얼레지 꽃은 우리나라 산지의 비옥한 땅에 널리 분포한다. 

잎은 나물로 하며 비늘줄기는 약용으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사실 얼레지를 만나면 다른 생각 없이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꽃 잎이 막 피어날 때 그리고 꽃 잎이 뒤로 말려 도도한 숙녀티를 낼 때 등 담고 싶은 사진 프레임이 너무 많은 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봄 꽃들을 즐기며 산을 오른다. 이윽고 유일사 갈림길에 도착한다. 잠시 숨을 돌리고는 왼쪽으로 몸을 틀어 장군봉 방향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태백산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일까? 벌써부터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한다. 주목 나무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니 제법 숨이 가빠온다. 사진을 핑계로 잠시 잠시 숨을 돌려 본다. 
 

▲ 등산길에 보이는 주목들
▲ 등산길에 보이는 주목들

사실 그렇게 험한 등산로가 아닌데, 움직임이 덜했던 지난 몇 개월 동안에 몸의 근육들이 무뎌져서 그렇다. 주목은 침엽수 상록교목으로 고산지대에서 자라며 태백산, 소백산, 덕유산, 한라산 등에서 볼 수 있는데 특히 겨울 태백산의 눈이 내린 또는 상고대가 핀 주목의 모습은 환상적이다. 고상함, 비애, 죽음의 의미를 가진 나무로 나무 껍질과 나무의 심재가 붉기 때문에 주목(朱木)이라고 한다. 

고대 유럽에서의 주목은 환생과 부활의 식물로 인식되었으며 주목의 즙을 화살촉에 바르면 살상 효과가 크기 때문에 죽음을 상징하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볼드모트의 지팡이가 주목으로 만든 것이고, 과거에 주목 나무를 활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했을 정도로 재질이 좋은 나무다. 

한국에서는 가지와 잎을 약재로 사용하는데, 가을에 채취하여 그늘에 말려 사용한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세, 신장염, 부종, 월경불순, 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며 말린 약재 3~8g을 약 200cc의 물로 달여서 복용하면 좋다고 한다. 

이 곳 태백산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의 주목나무들은 수령이 9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천연 기념물들이며, 태백산 일원에는 300년 이상 수령을 가진 주목 나무가 4천여 그루 있다고 한다. 장군봉에 가까워질수록 세월의 흔적과 자연의 신비함을 담은 오랜 수령의 주목들은 그 지켜온 세월만큼의 신비함과 함께 거친 숨을 몰아 쉬는 인간들의 짧은 삶을 지켜 보는 듯하다. 
 

개천절이면 천왕제를 올리는 천제단
▲ 매년 개천절이면 천왕제를 올리는 천제단

장군봉(해발1567m)은 태백산 최고봉으로 나무들이 낮게 자라 전망이 잘 트여 있어 좋고, 천제단으로 향하는 능선길 또한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태백산은 예로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여겨졌으며, 이 곳 천제단에서는 매년 개천절에 천왕제를 올린다. 천왕제 외에도 계절에 관계없이 무속인들나 일반인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태백산 기념사진을 담고는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간다. 당골 광장 방향으로 가고 싶으나 차를 유일사 매표소 주차장에 세워 두었고, 신발도 불편하여 안전한 길을 선택한 것이다. 

오랜만에 찾은 태백산이지만 큰 변화없이 그 모양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하산길은 그래도 여유가 있다. 올라올 때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저 멀리 끝없이 보이는 산봉우리들, 얼레지꽃 그리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 사람들로 붐비지 않아 지금의 태백산이 오히려 좋다. 줄을 서서 오르는 겨울 태백을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미 일부는 고사목이된 주목들의 길고도 긴 세월을 느끼며 일상 속 힘든 것들은 이 곳에 묻어두고 작은 소망 하나쯤은 신비감 넘치는 천제단에서 담아 가는 것도 좋다. 간단한 등산 도구만 있으면 유일사 매표소에서 천제단까지 왕복 3시간에서 4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설악산, 오대산 등과 함께 태백 산맥의 영산으로 불리는 태백산은 그 이름에서 오는 것과 같이 웅장하고 정중한 느낌의 산이나 간단한 등반 준비만 한다면 등산길이 생각보다는 험하지 않은 산이다. 

태백을 지나는 길이 있다면 일정을 맞추어서 천제단까지 천천히 걸어 보기를 권한다. 태백산을 걸었으니, 이제 시내로 나가 이곳 태백의 별미인 실비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한다.

실비집이란 육사시미, 갈비살 모듬 숯불 구이 등을 파는 식당들인데, 태백의 실비는 숙성하지 않은 생고기를 사용하여 담백한 맛이 좋다. 등산 후 단백질 보충한다는 핑계로 소고기 한점에 시골 된장에 버무린 공기밥 한 그릇으로 좀 늦은 점심 식사를 해도 좋을 것이다. 
 

▲ 태백의 실비집에서 맛보는 소고기
▲ 태백의 실비집에서 맛보는 소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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