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여유] 4. 수산경영인의 집, 설악항 8호 진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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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여유] 4. 수산경영인의 집, 설악항 8호 진흥호
  • 김진규 에디터
  • 승인 2020.10.14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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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가 직접 잡은 싱싱한 자연산 활어회를 맛볼 수 있는 곳
제철음식을 제때 맛보고 넉넉한 인심에 흥겨운 곳
쉼이 필요할 때 찾으려고 꼭꼭 숨겨놓은 나만의 숨은맛집

 

도시 생활의 고단함을 날려줄 신선함이 기다리는 동해를 가보자.
도시 생활의 고단함을 날려줄 신선함이 기다리는 동해를 가보자.

 

서울에서 두 시간, 시원하게 뚫린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달려 푸른 동해 바다 바람에서 쉼을 얻고, 넉넉한 인심이 좋은 설악항 8호 진흥호(일명 유나네)에서 도시 생활의 고단함을 날려보자.

주말 아침 눈을 뜨니 문득 동해 바다가 그립다. 서울 양양 고속도로가 막힐까를 먼저 검색해보니, 다행이 아직은 괜찮다. 일단 출발하고 보자. 머리 속에 뭘할까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적어도 동해 바다는 그런 곳이다. 다만 어디로 방향을 잡을까가 고민인데, 그건 가면서도 충분히 결정할 수 있다.

사실 계획은 이미 세워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서울 양양 고속도로가 막히지 않는다면 우선은 타우린 가득한 동해 섭국으로 해장을 할 것이고, 다음은 괜찮은 카페를 찾아 바다를 바라보면서 커피를 한잔하고, 점심때를 맞추어 설악항 8호집 유나네 진흥호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약간의 기분 좋은 피곤함을 안고 돌아올 것이다.

그렇게 이르지 않은 시간의 고속도로는 서울을 빠져 나가는데 약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양양 고속도로에 올라서니 심하게 막히지는 않는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양양. 낙산사 안내판을 뒤로하고 속초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린다. 
 

숙취해소에 좋은 '섭국'으로 지난 밤의 고단함을 날려본다.
숙취해소에 좋은 '섭국'으로 지난 밤의 고단함을 날려본다.

해촌 간판이 눈에 들어오고 유턴하여 들어가 섭국을 주문한다. 섭국은 자연산 홍합을 넣고 된장과 고추장으로 맛을 낸 강원도 양양과 속초의 향토 음식이다. 

홍합을 물에 해감하여 깨끗이 씻어 삶고는 홍합살만 바르고, 파와 고추를 준비한다. 이를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낸 육수에 넣고 끓여 내는 국물 요리다. 본래 홍합은 타우린 성분으로 숙취해소에 좋고, 비타민 A와 B를 함유하고 있어 피부개선과 피로 회복에도 도움이 되는 등 상당한 보양식이다. 

얼큰 담백한 섭국 한그릇을 바닥까지 깨끗이 비우고는 어디를 가서 커피를 한잔할까 검색을 해 본다. 속초 쪽은 사실 커피 맛보다는 경치로 마시기 때문에 화려한 곳보다는 조용하고 작은 곳을 검색해 본다. 

찾았다! 고성 방향으로 올라가며 관동 8경의 하나인 천간정에서 잠시 머물며 바다를 바라본다. 설악산에서 흘러 내리는 청간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인 이 곳 경치는 과거 많은 시인들이 머물며 시간을 보낸 곳이다. 고성 방향으로 좀더 차를 달려 바닷가 작은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 

음료를 주문하고 얼마간의 시간 동안 머물기로 한다. 카페는 공예를 하는 작가의 작은 공방 개념인데, 작품들이 카페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작가에게 이 집은 그냥 창 밖으로 왔다갔다하는 파도와 끝없이 펼쳐진 바다, 그걸로 충분하다. 
 

쉼...
쉼...

쉼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조용한 음악이 깔리고 입안을 맴도는 달콤함이 좋은 음료에 눈 앞에 펼쳐지는 동해 바다. 잠시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울 수 있는 곳. 카페가 좁은 까닭에 오랜 시간을 머물기에는 부담이 되기는 하다. 이런 저런 생각과의 이별. 비움이란 단어로 포장되는 아무 생각이 없는 시간…. 

배꼽시계에 정신을 챙기고 양양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다. 인기 관광지인 속초 대포항과 속초 중앙 시장을 지나 속초시 남쪽 끝에 위치한 설악항에 접어 든다. 세계 명산 설악산이라는 설악산 입구를 알리는 안내판을 뒤로하고 주차장 적당한 곳에 차를 멈춘다. 설악산 입구라는 위치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포항 등 주변 유명 활어센터들에 비해 아직 인지도가 높지는 않은 곳이다.
 

한번의 우연이 인연을 만든 곳.
한번의 우연이 인연을 만든 곳.

그러나 이곳은 우연찮게 들러 한번 식사를 하고는 속초 방향으로 오면 별 고민 없이 들리는 곳이다. 좀 늦은 저녁에 도착해도 미리 전화를 해두면 기다려 준다. 굳이 회의 종류를 정할 필요도 없는 곳이다. 몇 명이고, 어떤 종류를 먹고 싶다는 정도의 말을 건네면, 그 날 들어온 싱싱한 활어로 회를 준비해 준다. 각종 해물과 홍게도 준비가 되어 있다. 

활어회센타 개념이기 때문에 화려한 반찬이나 깔끔한 공간 따위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환경적인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탱글탱글한 식감의 자연산 회를 맛볼 수 있다. 오히려 선술집 같은 분위기가 바닷가에서 제철에 맞는 싱싱한 회를 먹는다는 생각을 각인시켜준다. 시내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산지의 맛! 가게 앞쪽 바다에는 ‘내가 이 집 주인이요’’ 하듯이 진흥호 배가 정박해 있다.

이 집에는 싱싱한 자연산 활어에 더해 친절이라는 매력이 있다. 바닷바람에 말린 가자미를 구워서비스로 내어주는 넉넉한 인심도 있다. 시간이 늦으면 먹은 만큼만 미리 계산하고 나머지는 손님의 양심에 맡기는 믿음도 있다. 시간이 너무 늦어 포장을 부탁하면 매운탕 거리에 더해 양념이며 기타 준비물들을 꼼꼼히 챙겨주는 세심함도 있다. 회가 좀 덜 맛있는 것 같아요 하면 오늘 먹은 회의 특성을 설명해주면서 슬쩍 원하는 맛의 회를 몇 점 얹어 주는 배려도 있다.

이번에 먹은 회는 탱글한 식감의 도다리, 고소한 참가자미 세꼬시 그리고 바다향 품은 고소함과 달달함 그리고 편안한 식감의 삼식이다. 좀 취하면 어떠리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속초 방향으로 여정을 잡고 검색을 하면 수많은 맛집 리스트가 있다. 개인별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맛집에 가면 실망할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 그러나 획일화된 음식과 서비스에 그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맛 보기는 힘들다.

맛집이란 자고로 숨은 맛집이 제대로 된 곳이다. 마음이 답답할 때나 쉼이 필요할 때 아니면 그냥 바다가 보고 싶을 때 등등 강원도 동해를 찾을 핑계는 너무나 많다. 그만큼 자주 다니다 보니 숨겨 놓은 나만의 맛집이 몇 곳 있기 마련이다. 

필자에게 숨은 맛집이라는 곳의 정의는 제철의 음식들을 지방 특색대로 먹을 수 있는 곳. 그러나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 맛만 좋다고 맛집이 아니라 마음이 편한 곳. 싱싱한 횟감에 더해 특제 양념장 하나 정도는 있어야 맛집이다. 최소한 그런 곳이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집은 때로 주인과 손님이라는 관계보다는 옆에 앉아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집이다. 

단골이라고 해봐야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이 얼마나 자주 갈 수 있을까마는 갈 때마다 마음 편히 제철 회를 즐기고 계산할 때마다 깜짝 놀란다. 관광지라서 수도권보다 비싸면 비싸지 결코 싸지 않은 횟집이 얼마나 많은 가. 장사 수완에 따라 얼마를 받든 사실 제대로 가격을 알기 힘든 것이 자연산 회인데, 그런 귀한 음식을 가격 흥정 없이 그냥 먹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지 않은가. 

문득 입안에 감도는 고소함에 끌려 왕복 5시간의 운전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숨은 맛집이 아닐까. 그 거리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갈 수 있는 매력이 있다면 진정한 숨은 맛집이 아닐까 한다.

계절에 따라 말린 생선에 여유가 있을 때는 별도로 구매를 해오기도 한다. 팔기 보다는 팔아달라고 부탁을 한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오늘도 입안 가득 인심좋은 바다향을 담고 집으로 향한다. 

쉼으로 비워냈기 때문에 또다시 다가오는 일주일의 시작이 즐거울 것이다. 돌아가는 길은 고속도로 보다는 국도길을 따라 천천히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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