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듦을 느낄 때 나를 위로해 주는 힐링 여행, 갈매기 날갯짓하는 푸른 바다 건너로 이어진 길을 따라 솔밭 아래에 앉아 쉼이라고 적어볼 수 있는 곳. Bakery Café '설악산로' 에서 잠시 쉼을 얻다...

 

연휴가 무색하게 몸은 피곤하고 기분이 늘어짐을 느낀다. 유난히 뜨겁고 길었던 여름을 버텨온 체력이 이제 한계에 닿은 것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아래서 뒹굴 거리는 휴식도 좋지만 뭔가 떠날 핑계를 찾고 싶다. 그러나 눈 앞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여 시계 바늘만 저녁으로 흐르고 있다. 우연히 보게 된 후배의 인스타 포스팅, 2박 3일 혼자 여행을 떠난 다는 것이다.

뭔가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닌지 괜한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더니, 가장 간편한 준비물로 가평에 위치한 캠핑장을 예약하고 자연에서 쉼을 얻고 싶다는 것이다. 사업도 잘되고 별 문제 없는데, 본인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혼자하는 캠핑을 실천하고 싶다고 하면서 방문해주면 식사라도 대접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통화를 종료하였다. 깊은 고민. 그냥 드라이브 삼아 잠시 다녀 올까. 혹시 모르니 옷가지라도 좀 챙겨볼까 하고 있는데, 옆지기도 같이 가고 싶단다. 그래 일단 떠나보자.

제법 어둑한 저녁 시간에 차를 몰아 후배가 있는 가평 캠핑장을 가니 9시 30분. 늦은 시간이라 바비큐 같은 것은 무리인 것으로 보여 뭘 할까 하고 있는데, 식사를 했냐고 물어봐서 아직이라고 하니 우선 라면을 끓여 캔맥주와 함께 꺼내 놓는다.
나름의 아이디어로 휴대폰 후레쉬로 만든 간이 랜턴을 벗삼아 먹는 계곡에서의 라면 한 그릇. 뭐라 표현해야 할지 그 맛을 조각하기가 힘들다.

우연히 바라다본 하늘에는 은하수가 흐르고 귓가를 간지럽히는 계곡의 물소리는 자연의 음악으로 변한다. 인공음으로 부터의 자유 그리고 인공빛으로 부터의 해방. 문득 추위를 느껴 비상용으로 가져온 자켓을 걸치고 맥주 한모금을 들이킨다.
이야기가 이어지고 계곡 하늘의 별은 별대로, 계곡물은 물대로 제 갈길을 가고 있다. 얼마만의 해방감인가. 얼마만의 자연속 고요함인가.

오랜 시간을 머물면 혼행을 온 후배의 시간을 빼았는 것 같아서 근처 예약해둔 숙소로 이동하여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춘천이나 다녀올까 생각을 한다. 춘천으로 향하는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는데 춘천보다 동해 바다에서 회를 먹고 오자는 제안...아. 좋기는 한데 하루 일정으로 다녀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어느새 차는 양양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른 시간이라서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린 차는 어느새 양양 표지판을 마주한다. 여기오면 자연스레 설악항 진흥호를 찾는다. 제철에 갓 잡아온 횟감을 좀 투박하나 현지 맛대로 썰어주는 집이다.

충청도 아줌마, 유나 엄마의 인심을 얹어 오늘은 큼직한 광어 한 마리를 구워서 같이 내어 준다.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잠시 갈매기 날갯짓이 상쾌한 설악항을 둘러 본다. 파도는 덤이고 파닥이는 횟감에 어느새 일상의 피로는 날아가기 시작한다.
시간을 보아하니 오늘 넘어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여서 우선 급한대로 호텔을 알아보고 잠시 쉬다가 설악산으로 들어가는 길에 위치한 베이커리 카페를 찾아 보기로 한다. SNS상에서 알게된 분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인데, 오픈 준비 과정부터 보아왔던 터라 한번은 방문해서 맛을 보고 싶었다. 

설악항 반대편 길이 설악산 신흥사쪽으로 들어가는 길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 설악산로’(강원 속초시 설악산로 108)가 보인다.

한옥풍의 건물에 마당에는 제법 키가 큰 소나무 군락 그리고 작은 연못이 균형을 잘 맞춰 위치를 잡고 있다. 베이커리 카페이니 커피, 팥빙수 그리고 빵을 주문하고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실내 장식도 상당히 세련되고 시원하지만 여기는 야외 테이블이 마음을 잡는 곳이다. 직접 로스팅하여 블렌딩한 수준급 커피는 어디 내어놓아도 맛을 평가 받을만하다.

월간 커피앤티에서 주관하는 Golden Coffee Award, Best Coffee 부문을 수상한 집이니 믿고 마셔도 좋다.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팥빙수는 피로를 풀어 주기에 충분하고 베이커리도 맛이 좋다. 사실 카페 설악산로의 분위기를 한층 더 올려주는 맛의 조화라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카페의 이곳 저곳을 둘러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구석구석 주인장의 손길이 느껴진다. 여기 이렇게 머문다는 자체가 힐링이라는 생각을 할 때쯤 개량한복을 입은 편안한 표정의 강종필대표가 인사를 건넨다. 첫만남이라서 그런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커피 이야기와 카페에 대한 이야기로 인연을 쌓아간다.

본래 카페 설악산로는 펜션이었다고 한다. 펜션을 운영하시던 분이 힘들다고 내놓은 것을 강대표가 인수를 했는데, 20여년 식음료쪽 경험을 살려서 인테리어를 베이커리 카페에 맞춰 바꾸고 이미 키가 큰 소나무도 정리를 하고, 길건너 강변 산책로도 정비를 해서 지금의 카페 설악산로가 탄생했다고 하며, 그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속초 쪽에 올 때마다 한번은 찾아 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하며 이번에 기회가 되어 방문했다고 하니, 이 집 별미라면서 오미자차 한잔을 내어 온다. 새콤달콤한 맛이 한옥 분위기의 카페 설악산로에 새로움을 더한다.
 

본래 건너편 ‘쌍천’의 뚝방길은 정비가 되지 않고 풀이 덮혀 있던 것을 강대표가 일부분이라도 정비를 하다보니 뚝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길래 의자를 하나 놓아 보았다고 한다. 그게 지금은 이 곳을 방문하는 분들의 또다른 포토존이 되었다고...
그래서 시장님께 건의하여 시민들이 산책할 수 있도록 길을 정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드리니 시에서 그 의견을 반영하여 지금은 사람들의 산책코스가 되었다고 한다.

아무도 다니지 않던 풀밭을 잘 정비된 산책로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그렇게 좋고 유용한 방향으로 가게의 인테리어를 개선하고 주변 환경들을 개선해 가는 강대표의 편안한 표정에서 여기 카페 설악산로에서의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가 보인다. 언젠가 다시 찾았을 때는 또 어떻게 변해 있을지가 기대된다.

실내에 걸려 있는 나무판에는 김현태님의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라는 시가 있는데, 이렇게 시작한다.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오늘 그 글귀만큼이나 귀한 인연을 시작하는 것 같다. 주변을 더 둘러보고, 실내를 한번 더 둘러보고는 인사를 나눈다. 다음에 다시 찾을 때에는 또 다른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좀 더 깊은 인연을 쌓아 볼 것이다.

커피나 카페에 대한 주제도 좋지만 아마도 자연에서의 삶이나 힐링 이런 것들이 더 좋은 이야기 감이 될 것이다.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설악산 입구로 향한다. 조금 더 깊이 자연이 주는 기운으로 힐링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에너지를 얻기 위함이다.

이렇듯 자연은 그 자체가 휴식이고 치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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