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암촛대바위 '삼척'·태양의 해변 '솔비치', 동해안 주요관광지 급부상
지중해풍의 색감과 구조물이 모여 있는 산토리니 광장에서의 일출맞이

 

솔비치
▲ 대명콘도 솔비치

아침 일찍 출발한 여정은 강원도를 가로질러 영월의 한반도 지형을 둘러보고 녹음이 가득한 국도를 천천히 즐기며 태백으로 향한다. 

장군봉에 올라 시원한 경치와 주목 그리고 야생화를 담느라 제법 시간을 보낸 후, 태백 시내 실비집에서 신선한 소고기로 제법 푸짐한 점심 식사를 하고는 동해 바다로 향한다. 

미리 예약해둔 대명콘도 솔비치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경. 숙소는 잠시 쉬어가는 곳 외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작가는 주로 밤늦게 체크인을 하는데, 오늘은 지금까지 체크인한 시간 중에서 아마 가장 빠른 시간일 것이다. 

바다 전망이 좋은 방으로 주세요 하니 이미 왠만한 방은 배정이 끝났다고 한다. 예약할 때부터 바다 전망으로 메모까지 남겨 두었다며 항의 아닌 항의를 해봐도 체크인 순서대로 방을 배정할 뿐 방법이 없다고 한다. 

나무에 바다 풍경이 좀 가리는 방이 하나 있다고 해서 얼른 키를 받아 들고는 방으로 올라 가며 생각해 보니, 금요일이나 토요일도 아니고 일요일 오후인데 벌써 방 배정이 끝났다는 것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 

삼척이 어느새 관광명소로서의 지위를 인정 받은 것인지 아니면 대명콘도 솔비치가 인기가 좋아서 그런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바다 풍경을 고집해서 그런지 오늘은 콘도가 아닌 호텔방으로 배정이 되었는데, 나무에 좀 가려도 추암 촛대 바위가 바라다 보이는 전망이 꽤 괜찮은 깔끔한 방이다. 

새벽부터 시작한 일정에 태백산 등반과 장거리 이동을 했더니 엄청난 피곤함이 몰려온다. 등산으로 지친 몸을 씻어내고 카메라 가방을 재정비한 후에 배터리가 충전 되는 동안 잠시 쉬기로 한다. 
 

▲ 산토리니 광장에서
▲ 산토리니 광장에서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해가 지기 전에 솔비치를 둘러보고 싶어서 전망 좋다는 산토리니 광장으로 가니 지중해풍 구조물과 색감, 그리고 쉼이라는 감성을 더해 둔 디자인이 작가를 반긴다. 사진 몇 장을 담고, 내일 아침 일출 포인트는 어디가 좋을까라는 구상을 하고는 계단 밑 리조트와 연결된 해변을 물끄러미 바라 보다가 저녁식사 할 곳을 찾아 호텔을 나선다. 

리조트에서도 다양한 메뉴와 프로모션 기획으로 필자를 유혹하지만 오랜만에 삼척을 왔으니, 삼척 현지 식당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은 여행작가로서의 본능일까? 

우선 삼척항 쪽으로 차를 몰아 번개 시장으로 가본다. 삼척항에서 갓 잡아온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곳인데, 새벽 시장 개념이라서 그런지 저녁에는 겨우 불을 밝힌 몇개의 식당 외에는 특별함이 없다. 

차를 돌려 삼척항으로 가니 활어를 파는 곳이 있기는 한데, 기대 했던 것보다는 마땅한 집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 항구에 가도 있는 횟집 정도랄까. 

삼척항을 돌아 나오는 길에 자그마한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 온다. ‘쨍하고 회뜰날’, 나름 재미 있는 간판에 내부 분위기를 보니 현지인들이 고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싱싱한 회에 소주 한잔 곁들이는 그런 집이다. 

주소가 삼척시 새천년도로 67-1인데, 삼척항이 그리 크지 않으니 항구로 들어가는 길에 쉽게 보인다. 시간도 제법 늦었고 리조트까지 대리기사를 부르기도 좀 그런데 하며 식당에 들어서니 앉을 자리도 없다. 

나름 동네 맛집이라는 포스! 포장이 되냐고 물으니 퉁명스런 답이 돌아온다. 포장은 그리 반가운 손님이 아닌가 보다. 모듬회를 포장하고는 호텔에서 먹을 것이니 반찬을 좀 챙겨 달라고 하자 짜증 아닌 짜증을 낸다. 도시 식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맛집 주인장의 배짱인가라며 잠시 머뭇대는데, 이 집은 삼척항에서 갓 잡아온 자연산 횟감을 활어센터와 경쟁하며 판매를 하는데, 주로 현지인들이 단골 손님들이라 회 가격은 싸게 하고 대신 바닷가 사람들을 술을 좀 마시는 편이라서 소주 팔아서 겨우 이익을 좀 챙긴다고 한다. 포장은 재고를 회전시키는 정도의 용도랄까. 

아뿔싸…… ‘포장하는 손님이 그리 좋은 소리를 들을 상황은 아니구나’를 직감하고는 반찬값을 별도로 지불하겠다고 하니 겨우 몇 가지를 같이 포장하여 챙겨준다. 

싱싱함 외에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회 한점을 입에 넣는 순간, 뭐지 이 아삭한 식감의 싱싱함 뒤에 오는 고소함 그리고 단맛! 바닷가에서 먹는 갓 잡은 싱싱한 자연산 회가 아니면 절대 맛볼 수 없는 그런 맛이다. 

활어회를 좀 아시는 분들은 무슨 이야기 인지 쉽게 아실 것이라 믿는다. 자연산 횟감들이 가진 본연을 맛을 그대로 살려낸 맛이다. 서울로 장거리 이동을 하며 지칠 대로 지친 맛이 아닌, 바다에서 갓 올라온 그래서 육질이 본연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그런 맛이다. 화이트 와인 한잔을 곁들이니 그 맛이 더욱 선명해지는 느낌이다. 

제법 넉넉한 양을 포장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언제 다 먹었는지 어느새 살짝 취기가 돈다. 낮에 둘러본 산토리니 광장의 구조물에 동해바다 일출을 담아 내면, 태양의 해변이라는 솔비치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깊은 잠에 빠져든다. 

해가 뜨기 전의 이른 시간, 미리 맞춰둔 알람 소리에 눈은 떴으나, 여독이 풀리지 않은 무거운 몸은 쉽게 침대 밖을 나오지 못한다. 어제의 여독이 제대로 올라오는 모양이다. 
 

▲ 산토리니 광장
▲ 산토리니 광장

그러나 그 피곤함도 산토리니 광장으로 향하는 작가의 발길을 잡지는 못한다. 몇몇 부지런한 분들은 이미 나와서 일출을 감상하고 기념 사진을 찍으며 추억 남기기에 바쁘다. 연인들, 가족들, 부모님을 모시고 온 성인이 된 아들과 딸들… 월요일 아침이기 때문에 붐비지 않아서 차분히 일출을 담기에 좋다. 

산토리니 광장의 구조물들과 동해바다 멀리서 떠오르는 태양을 잘 조합해 본다. 태양의 해변이라는 의미를 이해할 것 같다. 하얀 외벽과 파란색 지붕, 그리스 키클라틱 건축양식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이 곳은 환상적인 바다 풍경과 함께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일출 시간의 화려함은 동해 일출 포인트 중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기회에는 도보 거리에 있는 추암 촛대 바위 일출을 담아 보리라 생각하며 삼각대를 정리한다.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솔비치를 둘러 보기로 한다. 모닝 커피겸 디저트를 먹기 위해 카페로 내려가니 전망 좋은 자리는 경쟁이 치열하다. 창가 자리가 비면 마시던 커피잔을 들고 얼른 옮겨가서 바다를 바라다보며 물멍을 즐긴다. 
 

▲ 리조트와 연결된 삼척 해안가
▲ 리조트와 연결된 삼척 해안가

리조트와 연결된 삼척 해안가는 또 나름대로의 멋이 있다. 바람이 심한 날이어서 앉아서 쉬기 보다는 산책을 하며 경치를 둘러 보는데, 짧은 일정이 또 아쉽다. 체험샵과 기념품 점들 포함하여 리조트 곳곳을 둘러 본다. 

삼척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환선굴은 예전에 다녀왔으니 오늘은 가지 않아도 될 것이고, 인위적인 관광코스를 선택하는 대신 촛대 바위를 둘러 보고 동해 바닷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기로 한다. 

촛대 바위는 애국가에 등장하여 유명한 곳인데, 두어 번 촛대 바위를 보러 왔다가 시간이 맞지 않아 발길을 돌린 적이 있어 이번에는 꼭 들러보기로 한다. 차를 주차하고 해변길을 따라 자그마한 언덕을 오르면 우뚝 솟은 촛대 바위가 있다. 

옛날 옛적 추암에 살던 어떤 남자가 본처에 첩을 얻은 뒤 서로 시기 질투가 심하여 하늘이 벼락을 내려서 남자만 남겨 두었는데 남겨진 남자의 형상이 촛대 바위라고 하는 전설이 있다. 
 

▲ 추암 촛대바위
▲ 추암 촛대바위

사실 촛대 바위는 촛대를 닮은 기암괴석인데, 주변에 있는 바위들과 조화를 이루며 동해 바다의 절경을 연출한다. 조선시대 도체찰사로 있던 한명회는 이 일대의 바위군들이 만들어 내는 경치를 미인의 발걸음과 닮았다고 하여 ‘능파대’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 해변가 멀리에서 바라 본 촛대 바위, 야간에 조명을 밝혔던 느낌 그리고 낮에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각각의 느낌 모두가 좋다. 

해안도로를 제법 달려 도착한 묵호항 근처 길. 몇 해전 찾았던 생선구이 맛집을 찾았으나 간판이 바뀌어 있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정성을 다해 구워내는 생선구이에 곁들였던 술한잔이 생각나 묵호항까지 왔는데 하며 잠시 그 집을 바라보다 이내 아쉬움을 뒤로하고 점심 식사할 곳을 찾아 들어 가서 생선구이를 주문한다. 

사실 현지인이나 지리에 밝은 사람이 아니면 동해안 특산물을 파는 식당에서는 주문을 하기가 좀 부담이 된다. 서울에서는 너무나 흔한 1인분 개념이 이곳에서는 대중소로 구분되는 세트메뉴로 바뀌기 때문이다. 

생선구이를 시키고 메뉴판을 보니 시원한 곰치국이 눈길을 끄는데, 3~4명은 같이 해야 먹을 수 있는 양일 것이다. 다음을 기약하며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이야기를 들었는지 독심술로 생각을 읽었는지 생선구이에 곰치국을 반찬 개념으로 가져다 준다. 
 

▲ 생선구이와 곰치국
▲ 생선구이와 곰치국

아~ 이런 횡재가! 시원한 곰치 국물이 생선구이의 담백함과 잘 어우러지는 이곳은 묵호항을 살짝 벗어나 강릉 방향으로 향하는 바닷길에 있는 ‘화성 곰치국’이다. 바닷가에 있는 호텔 또는 모텔 건물을 따라 꺽어 지는 길에 있기 때문에 눈에 잘 띄는 집이다. 

나이가 지긋하신 부부가 운영하는 40년 전통의 맛집으로 티브이에도 몇 번 나온 것 같다. 맛에 대한 평가는 굳이 할 필요 없는 묵호항 맛집이다. 느긋하게 점심 식사를 하고는 커피 한잔을 받아 들고, 해안가에서 한참을 바다를 바라보다가 바닷길을 따라 강릉방향으로 좀 더 올라와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검은색 바탕에 흰 줄이 그어진 이 길은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돌아올 곳이 있어 여행이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짧은 일정이어서 그런지 작가의 마음은 여전히 푸른 바다에 머물고 싶다.

여행이 주는 힐링과 태양의 해변이 주는 일출의 기운 그리고 싱싱한 먹거리를 내어주는 시원한 동해 바다! 가슴이 탁 트이는 푸르름에 힘찬 파도! 좀 먼 길을 돌아 천천히 차를 운전하는 여유는 어느새 일상의 팍팍함을 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힘을 얻기에 충분하다. 그래 여행은 이런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을 떠나 잠시 다른 관점에서 나를 바라다 보는 것 그래서 다시 일상을 살아낼 힘을 얻어 가는 것.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힐링앤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