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 없이 떠난 여행 중에 커피맛 즐기러 방문하는 커피성지
대한민국 보헤미안커피 역사 속 1세대 바리스타의 커피를 맛보다

보헤미안 영진      @사진=김진규 칼럼리스트
보헤미안 영진      @사진=김진규 칼럼리스트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꼭 찾아가서 맛보는 소위 커피성지라는 곳들이 있다. 경치나 실내 인테리어가 좋아서 찾는 현대식 카페와는 달리 커피성지는 커피맛 자체를 위하여 방문한다. 

바리스타 챔피언쉽을 가진 젊은 바리스타의 매장들이 주로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아메리카노나 화려한 라떼아트가 유명하다면, 지긋한 연륜을 자랑하는 바리스타들의 커피집은 원두가 가진 고유의 맛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이러한 곳을 방문하면 유명 바리스타가 직접 생두를 고르고 로스팅을 하여 손흘림으로 내리는 핸드드립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스페셜티급 또는 최소한 하이 커머셜 등급 이상의 생두를 볶아서 원두가 가진 특유의 맛과 향 살려 내리는 것이 핸드드립이다. 

적도를 기준으로 북위 25도와 남위 25도 사이를 커피벨트라고 부르는데, 커피벨트 지대는 커피 재배에 적당한 기후와 토양을 가지고 있다. 평균기온이 약 20도 내외로 연간 큰 기온 차가 없으며, 강우량은 평균 1500~1600mm정도 그리고 유기질이 풍부한 비옥토의 조건을 갖춘 곳에서 커피나무가 잘 자란다. 아프리카의 케냐, 에티오피아, 카메룬 그리고 중남미의 과테말라, 콜롬비아, 브라질, 코스타리카가 유명하고 아시아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에서 커피가 재배된다. 

직장생활 초기부터 오랜 기간동안 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분들과 동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 그러하듯 특별한 목적지를 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숙소만 정해두고 1박 2일 동안 쉬다 온다는 정도가 계획의 전부이다. 

속초 영금정에서 맞이하는 일출      @사진=김진규 칼럼리스트
속초 영금정에서 맞이하는 일출      @사진=김진규 칼럼리스트

속초시장에서 사온 문어와 아바이순대로 저녁을 겸한 술자리를 열고, 아침 일찍 영금정으로 내려가 일출을 맞이한 후에 대명 콘도 야외 온천에서 쉼을 얻는다. 울산 바위가 바라보이는 테라스에서 마시는 모닝커피 한잔. 여행의 여유로움과 낭만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집에서 미리 준비해간 드립백 커피를 뜨거운 물로 내려 일행들에게 나눠준 것이기에 그 맛이 더욱 진하고 좋다. 

동해바다를 따라 강릉 방향으로 내려가 본다. 해안선을 따라가는 드라이브길은 굳이 어디를 지정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경치를 준다. 정동진까지 내려가 바다마을 횟집에서 섭국으로 어젯밤 술자리를 풀고 기찻길에서 잠시 동심에 젖어 보기도 한다. 

연륜이 있는 바리스타들이 답답한 도심을 떠나 자리를 잡은 곳이 이곳 강릉 안목항이다. 

매년 커피 축제를 열만큼 커피 문화가 발전한 강릉에는 박이추의 보헤미안 커피가 두 곳이 있다. 흔히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강릉 해변가 박이추의 보헤미안 커피공장 그리고 보헤미안커피점 펜션이다. 

보헤미안 커피 공장은 젊은 로스터 그리고 젊은 바리스타들이 트렌디 한 커피를 판매한다. 로스팅 정도도 가볍게 볶아 생두가 가진 본연의 맛을 잘 살리고 있다. 반면 보헤미안 커피점 펜션은 박이추 선생이 직접 로스팅하고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 곳으로 커피를 제대로 알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곳을 찾는다. 

강한 쌉싸름한 맛이 먼저 오는 보헤미안 영진의 커피      @사진=김진규 칼럼리스트
강한 쌉싸름한 맛이 먼저 오는 보헤미안 영진의 커피      @사진=김진규 칼럼리스트

이곳의 커피는 대체로 강배전이다. 핸드드립으로 내려도 강한 쌉싸름함이 먼저 온다. 강릉 바닷가 보헤미안 커피 공장은 주말에 가면 줄 서는데 40분, 커피 마시는데 40분 그리고 계산하기 위하여 줄 서는데 또 40분이 걸렸던 기억이 있다. 

이곳 보헤미안커피점 펜션은 본래 펜션을 하려고 했던 곳으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조금은 외딴곳에 있기 때문에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찾아오는 곳이다. 찻길 옆으로 나무로 만든 자그마한 간판이 보이고,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는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각종 언론을 통해 소개되었던 박이추 선생의 역사      @사진=김진규 칼럼리스트
각종 언론을 통해 소개되었던 박이추 선생의 역사      @사진=김진규 칼럼리스트

“커피 한잔은 150ml입니다. 그 작은 잔에 담은 것은 커피만은 아닙니다. 나의 사랑입니다”라는 문구가 손님을 반긴다. 보다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기 위하여 월, 화, 수요일은 쉰다는 내용도 안내가 되어있다. 신문과 잡지에 나갔던 각종 사진과 기사들이 먼저 인사를 한다. 실내로 들어서니 뭔가 특이한 음색을 가진 음악이 들린다. 국내에 몇 없는 명품 스피커를 통해 쉼을 연주하듯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커피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삶의 여유이고 커피는 말 그대로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삶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이야기 하였듯이 이곳의 보헤미안 커피숍은 번잡함이 없는 쉼이요 풍요로움으로 다가온다. 

매장을 들어서면 커피를 준비하고 내리는 주방 앞에 각 나라에서 온 다양한 종류의 원두들이 진열되어 있고, 그 옆으로 문으로 분리된 별도의 공간으로 로스팅실이 있다. 세월의 흔적으로 페인트가 벗겨진 로스팅 기계의 버튼들이 그 역사를 잘 보여준다. 

한잔의 커피를 들고 귓가에 흐르는 편안한 음악과 함께 시선을 돌리니 창밖으로 시원한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그래 여기가 커피집이다. 

1949년생의 현직 바리스타 박이추 선생은 지금도 직접 커피를 볶고 손님 주문 하나하나에 직접 커피를 내린다. 직원들이 커피를 준비하고 선생님 준비 되었습니다라고 하면 로스팅에서 나와 주방으로 향한다. 

박이추 선생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를 기대한다      @사진=김진규 칼럼리스트
박이추 선생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를 기대한다      @사진=김진규 칼럼리스트

어깨너머로 보이는 그의 드립은 물줄기가 꽤 굵다. 그러나 일정한 굵기와 속도 그리고 방향으로 커피 가루에 물을 준다. 그렇게 한잔의 커피가 완성되고 손님들 테이블로 나온다. 1980년대 1서 3박의 커피명인들 중에서 유일한 현직 바리스타는 오늘도 커피를 내린다. 손님 한분 한분의 주문에 맞춰서 삶에 지친 이들의 갈증을 풀어줄 맛있는 커피를 내린다.

이번 휴가지로 동해바다를 계획하고 있는 분이라면 잠시 짬을 내어 커피 장인의 미소에서 묻어나는 진한 커피향을 느껴 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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