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를 따라 물윗길을 걸어 태봉대교까지!

▲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 @김진규 작가
▲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 @김진규 작가

한국의 그랜드캐년으로 불리우는 한탄강 주상절리길, 유네스코 세계지질 공원으로 유명한 잔도를 따라 물윗길까지 걸어보자.

시간을 잊게 만드는 절경과 포인트별 짜릿한 경험으로 어느새 12KM를 완주하게 된다.

봄으로 가는 겨울여행. 영하의 날씨, 체감 온도는 훨씬 더 낮다. 차로 가는 것이 아니라 길고도 긴 트레킹을 해야 한다면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여행 전 검색한 자료들을 보면 모두 절경이라는 칭찬일색이다. 그렇다면 카메라도 제대로 챙겨야 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비상 식량과 아이젠까지 챙기고 보니 카메라 배낭은 어느새 무게를 더해간다. 주말 이른 시간에 출발한 차는 강원도 철원까지 꽤 긴 시간을 달려간다. 주상절리길 잔도의 출발점으로 잡은 드르니 매표소가 가까워질 무렵, 국밥으로 든든히 속을 채우고 달콤한 자판기 커피 한잔으로 잠을 깨운다.

드르니 매표소에 와서 입장료 10,000원을 내면 5,000원을 상품권으로 돌려 준다. 철원지역 어디서도 사용할 수 있는 지역 상품권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좋은 마케팅 아이디어다.

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 공원으로 등재된 주상절리길 잔도는 순담에서 출발을 해도 되고, 드르니 매표소에도 출발해도 된다. 총 연장 3.6km, 폭1.5m의 그리 길지는 않지만 벼랑 끝 잔도를 따라 걸으며 주상절리를 포함한 한탄강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트레킹 코스는 작년 11월에 개통되었다.

작가는 궁예가 도망치다가 들른 마을이라는 의미의 드르니 마을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임시 개방된 물윗길까지 염두에 두고 출발한 까닭이다. 주상절리길만 여행하려면 순담에서 출발하든 드리니매표소에서 출발하든 셔틀 버스를 운행하기 때문에 주차를 어디에 하든 상관이 없지만, 물윗길 트레킹까지 계획에 둔다면 드르니 매표소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순담에서 태봉대교로 향하는 물윗길은 별도의 구간으로 입장료를 다시 내어야 하는데, 역시 10,000원을 내면 5,000원 지역 상품권을 돌려주니, 결국 입장료는 5,000원인 셈이다. 물윗길도 각 구간별로 출입이 가능하며, 각 구간에 셔틀버스를 운행하니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주상절리길을 이야기하면서 잔도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잔도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찾아보니, 잔도란 벼랑 같은 곳에 선반처럼 매단 길, 즉 인공적으로 벼랑에 길을 만들어 한탄강을 발아래 두고 걷는 하늘길의 개념이다.

한탄강의 절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 중간중간 투명창을 두어 아찔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10개의 쉼터, 3개의 전망대 그리고 13개의 다리로 구성된 주상 절리길 잔도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으나 계단으로 잘 정비되어 있고 잔도 관리가 잘되어 있기 때문에 트레킹화 정도면 충분히 걸을만 하다. 3.6km의 주상절리길 잔도는 매 구간마다 새로운 각도로 한탄강의 비경과 주상절리가 주는 신비감으로 채워진다.

몇 십만년 전 있었던 화산 폭발로 생겨난 주상절리 그리고 그 당시 흐른 용암으로 생겨난 검은색 현무암 그리고 한탄강 자체가 주는 경치를 보다 보면 어느 구역에 어떤 이름의 쉼터, 전망대 그리고 13개 각각의 다리 이름을 읽을 틈도 없이 순담까지 도착하게 된다. 사실 출발점에 서는 순간부터 카메라 셔터를 눌러는 손의 움직임이 빨라 짐을 느낀다. 이제 출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순간 순간을 놓치기 싫은 것일 게다.
 

▲ 한탄강 주상절리 @김진규 작가
▲ 한탄강 주상절리 @김진규 작가

작가는 각 포인트마다 기억을 위하여 사진으로 남겨 뒀으나 굳이 각 구간의 이름과 그 구간의 경치를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글과 같이 실린 몇 장의 사진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면 당장 차를 운전하여 다녀오기를 권장한다. 더군다나 물윗길은 3월까지 임시개방이기 때문에 서둘러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순담에 도착하면 일단 밖으로 나가야 한다.

다행히 매표소 앞에 푸드트럭이 있어 어묵과 뜨끈한 국물로 몸을 녹일 수 있었다. 계산은 당연히 입장료 내고 받은 지역 상품권으로 한다. 한탄강 최고의 경치를 봤으니, 철원 다른 지역을 돌아볼 것인가 아니면 물윗길을 따라 얼음 트레킹에 도전할 것인가에 대하여 잠깐 고민을 한다.

물윗길이 8KM정도 되기 때문에 주상절리길 잔도와 합하면 약 12KM정도의 구간이 되고, 중간에 식사할 곳이 없으면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내하시는 분에게 문의하니 다행히 각 포인트(고석정, 승일교, 은하수교, 태봉대교)마다 출입구가 있고 셔틀버스가 정차를 하니 트레킹을 즐기다가 힘들면 끊고 나와도 된다고 한다. 그래 그러면 일단 출발이지!

한탄강 잔도를 따라 경치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순담에 도착하게 되고, 이제 다 왔나 싶을 때면 한탄강 강물위로 길게 늘어져 있는 부교가 눈앞에 보인다.

‘저기는 뭐지?’ 하는 궁금증이 생기고 멈출까 더갈까에 대한 판단은 이미 내려져 있게 된다. 여기서 첫 도착지인 고석정까지 1.5KM 구간은 한탄강 최고의 아름다운 계곡으로 철원 5경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니, 멈춘다는 것이 오히려 어색해지는 것이다. 부교를 따라 걸어가면 지금까지의 잔도가 주는 인공미와 대비되는 자연미를 느낄 수 있다.

물윗길 8KM구간은 부교길 2.4KM와 강변길 5.6KM로 구성되어 있는데, 중간 중간에 얼음위를 그대로 걸을 수 있는 얼음 트레킹 코스가 있다. 다만 얼음 트레킹을 계획한다면 아이젠을 가지고 가야 공식적으로 들어 갈 수 있다.

부교길은 강을 가로질러가며 얼음위로 플라스틱 부교를 깔아 둔 길이기 때문에 3월까지만 개방된다. 하늘길에 이어 물윗길을 걸으니 마치 도인이 된 듯하다. 하늘을 걷고 물위를 걷는 도인! 첫 도착지인 고석정은 철원 9경중 제1경으로 강 중앙의 고석과 정자 그리고 그 일대의 현무암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방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신라 진평왕때 고석바위 맞은편에 10평 규모의 2층 누각을 짓고 고석정이라 불렀다고 한다.

고석정을 지나 한참을 오르니 승일교가 나오고 승일교 앞에 펼쳐지는 어마 어마한 얼음산. 이곳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인증사진을 찍는 곳이다. 승일교 앞의 엄청난 얼음 절벽을 보고 나니, 다음은 또 뭐가 있을까라는 기대와 혀함께 자연스레 은하수교로 향하게 된다.

@김진규 작가
@김진규 작가

지친 다리는 잠시 잊고, 배고픔도 잠시 접어 두고 일단 출발을 할 수밖에 없다. 또다시 얼마를 걸었을까 사실 한탄강의 아름다움에 더한 동장군이 만들어낸 겨울 왕국을 구경하다보니 보면 어느새 철원 8경 송대소 주상절리를 만나게 된다.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한탄강, 수십만년의 시간이 만들어 낸 현무암협곡은 30m 높이의 현무암절벽을 따라 주상절리들이 빼곡하다. 물윗길 최고의 명소인 송대소 주상절리는 잠시 멈춰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아름다움이다. 잠시 멈춘 길에 준비해온 간식도 나누고 지친 다리도 두들겨 또 남은 길을 걸을 에너지를 넣어 본다.

이제 남은 구간은 여기서 태봉대교까지다. 이미 먼 길을 걸어왔고, 점심때가 훨씬 지났기 때문에 그만 멈출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 한탄강 @김진규 작가
▲ 한탄강 @김진규 작가

사실 은하수교 위에 올라 한탄강을 내려다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아, 그런데 태봉대교로 향하는 부교 방향에 출입금지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 그만하자’라는 마음반 그리고 ‘뭐지 시작을 했으면 완주를 해야하는데’하는 마음반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씨름을 한다.

마침 안내하시는 분이 있어 태봉대교까지 얼마나 걸리고 왜 출입금지 표시가 되어 있는지를 물어본다. 약 30분정도 걸리는데, 다행히 오늘까지만 갈 수 있다고 한다. 내일부터는 이 구간은 폐쇄가 된다고하니 아…..그래 가라는 것이구나 싶다.

이 구간은 눈 앞에서 주상절리를 바로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구간이다. 굳이 망원렌즈를 사용할 필요 없이 바로 눈 앞에서 주상절리가 그대로 펼쳐지는 그런 특별한 코스를 걸어 보자. 하늘길과 물윗길을 따라 걷는 힐링길은 태봉 대교를 끝으로 한탄강 주상절리길 12KM의 대장정이 끝을 맺는다.

12KM, 5시간 남짓한 걸음은 지리적 특성을 보았을 때, 봄이 오는 길이라고는 하나 사실 혹한의 트레킹이다. 머리에 남은 아름다운 절경과 카메라에 담은 수백장의 사진 기록들을 가지고 출입구를 빠져나와 주차장을 지나니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각 포인트마다 구간별 이동 시간, 셔틀버스 운행 여부 등을 안내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트레킹에 불편함은 없다. 입장권에 포함된 셔틀 버스 서비스를 이용하여 최초 출발지인 드러니 매표소까지 가면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더 보고 싶은지에 대하여 잠시 생각에 잠긴다.

철원을 왔으니 비둘기낭 폭포까지 봤으면, 물윗길을 따라 걸으며 올라가보지 못한 각 명소들 그리고 노동당사에 자꾸 마음이 간다. 고석정, 은하수 대교 등의 명소는 다음에 왔을 때 차로 이동해 보기로 하고, 비둘기낭은 겨울보다는 물이 있는 늦 봄이나 여름이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으로 고석정이나 은하수 대교 등과 묶어서 다시 오면 될 것이다.

 

 

이제 남은 한두시간은 늦은 점심식사를 먹고 차를 돌려 노동당사를 들러 보기로 한다. 전쟁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북한 노동당의 철원 당사는 드르니마을에서 약 20KM정도고 차가 그렇게 많지 않는 민통선 근처 구간이니 넉넉잡고 1시간이면 왕복이 가능하다. 잠시 들러서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귀중함을 느끼며 기념 사진을 남겨도 좋다. 

삼부연 폭포, 직탕 폭포, 매월대 폭포 등과 DMG 생태 공원 등 찾아볼 곳이 많은 철원. 민통선 안내판과 각종 군사시설을 보면 아직도 긴장감이 넘치는 이 곳은 반드시 다시 찾아 청정 자연의 경관을 즐기면서 또다른 힐링의 시간을 가져볼 것이라 계획해 본다. 좋은 사람과의 동행, 12KM 주상절리길에 남겨진 이야기들은 훌륭한 경치와 잘 어우러져 계절이 바뀔 때 쯤이면 다시 이곳으로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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