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세 곳의 천지 전부를 허락했다!!

▲ 백두산 남파에서 바라본 천지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 백두산 남파에서 바라본 천지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시작되는 애국가 때문에 백두산은 지정학적으로는 중국과 북한에 있지만, 왠지 설악산이나 한라산처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산인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인이라면 백두산에 한 번쯤은 꼭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백두산의 천지는 1년 365일 중에서 100일 정도만이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할 정도로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천지를 본다는 간절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이 애틋하다. 

 

백두산 천지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중국에서 북파, 서파, 남파를 통해 갈 수 있다. 그중에서 남파는 북한과 더 인접해있어서 하루 방문객도 1,500명이고, 500명은 중국인들만 들어갈 수 있는 표이기 때문에, 운이 좋아야 1,000명 안에 들어갈 수 있다. 북파 16,000명, 서파 8,000명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방문객만 방문할 수 있다.

중국에서 장백산(长白山)이라고 불리는 백두산(白頭山)의 한자 뜻은 하얀 머리가 있는 산이라는 뜻으로 산머리가 1년 중 8개월이 눈으로 덮여 있는 곳이다. 즉, 6월 말부터 10월까지가 백두산을 보기 좋은 시기이다.

우리가 말하는 백두대간(白頭大幹)은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이르는데, 한반도의 기본이 되는 이 산줄기에서 뻗어간 모든 산이 우리나라 곳곳에 뿌리를 내렸다. 그래서 예로부터 한민족에게 성스러운 산으로 숭배되고, 단군이 태어난 성지로 여겨진다. 

백두산은 아직 죽지 않은 활화산으로 백두산 폭발설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백두산이 곧 분화할 것이라는 전조증상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 안심하고 다녀와도 될 듯하다. 

중국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 1순위가 바로 백두산이었다!

 

▲ 천지로 올라가는 길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 천지로 올라가는 길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천지를 못 보고 왔다는 사람들이 많은 정도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다. 그래서 오롯이 천지를 보기 위해 3일 여행 일정 모두 백두산 천지가 목표였다. 힘들이지 않고 편하게 다녀올 수 있고 장백폭포와 온천 등 볼거리가 많은 북파, 북한과 가장 가깝다는 남파, 그리고 계단이 1,442개나 있다는 서파, 하루에 한 곳씩 방문하기로 여행계획을 세웠다.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민족의 영산이라는 이유로 많이 방문하는 곳이지만, 중국인들에게도 더운 여름을 피해 피서로 떠나는 시원한 관광지로 주목받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관광지에 국가 인증을 등급으로 부여하는데, 백두산은 ‘중화 10대 명산’으로 불리며, ‘중국 국가급 5A 여행 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중국인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의 수많은 도시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더위를 피해 시원하고 상쾌한 기온을 유지한 백두산이 중국인들에게도 여름 피서지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겨울에 백두산을 더 많이 온다고 한다. 그 이유는 스키장 때문이다. 백두산을 등반하기 힘든 겨울은 비수기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백두산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미리 온라인으로 3일 전부터 오픈이 되는 표를 예약해야 방문할 수 있는데, 남파로 올라가는 표를 구하기 위해 3일 전 자정이 지나고 여행사 담당자와 함께 여행하기로 한 동생과 나는 12시가 땡 지나고 예약 버튼을 누르려고 했으나 거의 3초 컷이었던 것 같았다. 예약 가능 표 ‘0’이라는 글자를 보고 남파를 혹시나 못 가는 건 아닐까…. 생각하며 오전 내내 취소 표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계속 핸드폰으로 예약화면을 새로 고치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예약 가능 표가 없어서 좌절하려고 한 그때, 여행사 직원이 오후 3시쯤 연락이 왔다. 취소가 난 표를 겨우 두 장 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행사 직원이 여행객이 2명이니 가능했지, 10명이면 불가능했을 거라며 앞으로 남파를 통해 가는 백두산 일정은 만들지 않겠다는 여행사 직원의 볼멘소리를 들었지만, 어렵게 성공한 남파로 향하는 입장권을 샀다는 사실만으로 여행사 직원의 불평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 백두산 남파 천지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 백두산 남파 천지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하지만, 실제로 여행을 가기 전 일기예보에서는 계속 구름과 비가 있었다. 실제로 당일이 될 때까지도 날씨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날씨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자부했고, 천지도 볼 수 있다는 내심 기대하긴 했었다.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을 믿는 나는, 계속 “나는 깨끗하고 맑은 천지를 볼 수 있어, 꼭 볼 거야!”라며 주문을 걸었고, 그 주문은 마법처럼 이루어졌다! 

천지를 처음 만난 그 순간은 감동이었다.

애국가의 첫 소절에 나오는 그곳! 모두에게 허락하지 않는 그곳!

그 천지가 바로 내 눈앞에 펼쳐졌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본다는 그곳! 하늘이 허락한 순간이었다.

우리나라의 영산 그 시작점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에 나는 가슴 깊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이는 설명으로 하기 어려운 만큼, 꼭 한번은 백두산 천지에 직접 가서 느끼라고 말하고 싶다. 당장 버킷리스트에 백두산 천지 여행을 넣어두길!

남파는 북한과 국경이 인접한 관계로 봉고차를 타러 가는 곳까지 갈 때 검문검색이 더 많다. 하지만 북파, 서파에 비해 하루 관람객이 1,500명으로 적은 남파는 비교적 여유롭게 천지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3일 천지 일정 중 첫날 멋진 천지를 보았기에, 북파, 서파에서 못 봐도 괜찮을 수 있다며 남파 천지에서 꽤 오랜 시간 머물렀다. 하지만 패키지로 온 팀들은 서둘러 인증샷만 찍고 여유로움은 즐기지 못한 채 자리를 떴다. 하지만 여행사로 예약은 했지만, 가이드 없이 온 나는 패키지의 장점과 자유여행의 장점을 합친 여행을 하고 있어 내가 원하는 만큼 천지에 머무를 수 있었다. 아쉬움과 미련이 남지 않을 만큼 한참을 천지에서 사진도 찍고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패키지여행 가이드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도 중국은 안전에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혹시 모를 위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여행사를 통해 숙박과 항공, 입장권, 교통, 등 일체를 모두 예약했다. 여행사를 통했지만, 가이드가 없는 자유여행. 특히, 백두산에서는 정말 추천하고 싶다. 물론, 중국어가 서투르거나 중국어를 못하더라도 미리 번역앱을 다운받아서 사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 중국 복건성에서 오신 부부와 함께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 중국 복건성에서 오신 부부와 함께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백두산 남파에서 복건성에서 오신 부부를 만났다. 퇴임 후 부부가 중국 전역을 다니며 여행한다고 했다. 한국인이라는 나와 내 동행자에게 친절하게 말도 걸어주시고, 간식도 주시며, 어느새 우리는 한 팀처럼 백두산 남파투어를 함께했다. 메신저에 추가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우리에게 또 하나의 멋진 백두산 추억을 만들어주셨다. 

남파에서 천지를 봤으니, 서파, 북파는 가지 말고 백두산 주변 지역 관광을 하라고 아주머니는 이야기하셨지만 나는 서파에서 보는 천지, 북파에서 보는 천지 모두 보고 싶었다. 조금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한국인에게 천지가 갖는 의미는 중국인들보다 더 크기 때문에 이해시키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각도에서의 천지를 다 보고 싶다며 남은 이틀 천지에 대한 여행 목적을 설명하고 그렇게 우리는 다음에 또 보자는 약속과 함께 헤어졌다. 

▲ 서파 1442계단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 서파 1442계단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그렇게 나는 두 번째 여행, 서파로 향했다.

서파로 천지를 보려고 한다면 1,442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엄청나게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다른 코스보다는 조금은 힘든 곳이라 할 수 있다. 서파에만 있는 이색 체험이 있는데, 두 사람이 가마를 앞뒤에서 들고 천지까지 올라가는 인력거가 있다. 그냥 걸어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은 길을, 가마꾼들이 관광객을 태우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곳 특유의 볼거리이다.

1,442개의 계단이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다양한 군것질거리를 팔았는데, 주로 천지를 갔다 내려오면서 이용하지만, 함께 갔던 동생의 제안으로 우리는 수박 한쪽을 각각 한 개씩 사서 천지에서 먹기로 했다. 그렇게 비닐봉지에 수박 한쪽을 담아 열심히 천지를 향해 올랐고, 천지에서 시원한 수박을 맛볼 수 있었다! 천지에서 수박을 먹었던 우리가 신기했던지 많은 사람이 우리를 쳐다보며 내심 부러워함을 느낄 수 있었다. 
 

▲ 백두산물 인증샷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 백두산물 인증샷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백두산의 물이 수원지인 물을 가지고 가서 사진을 찍었더니, 주변에 중국인들이 나에게 광고를 찍는 거냐며 물었다. 그냥 재미있는 인증샷을 찍기 위한 나의 행동이 그들 눈에는 마치 협찬받아서 찍는 것처럼 보인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여행 북파! 북파는 관광객이 가장 많은 곳이다.

왜냐하면 많은 계단을 오를 필요도 없이, 작은 봉고차에서 내리면 바로 천지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정말 많아서 천지를 보려고 대기하는 줄이 정말 길다. 그리고 가장 북쪽에 있어서 가장 기온이 낮다. 남파, 서파로 천지를 방문했을 때는 가지고 간 경량 패딩이 짐처럼 느껴질 정도로 날씨가 딱 좋았는데, 북파에서는 패딩을 대여도 하고, 실제로 많은 사람이 패딩을 입고 있었다. 살짝 쌀쌀하긴 했지만, 패딩이 없어도 괜찮았다. 하지만 9월에 방문한다면 경량패딩 하나쯤은 가지고 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 북파에선 바라본 천지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 북파에선 바라본 천지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북파는 관광객이 많다 보니 휴식할 수 있는 테이블도 많이 있고, 관리하는 직원들의 수도 정말 많았다. 다만, 북파에서 보는 천지의 전망은 서파, 남파에 비하면 풍경이 암벽에 가려져있어서 살짝 아쉬웠다. 그러니 꼭 백두산에 간다면 북파만 가지 말고, 서파도 가고, 가능하다면 남파까지 방문하기를!

북파에서는 내려오면서 장백폭포도, 온천물에 삶은 계란과 옥수수도 맛볼 수 있고, 예쁜 연못이 있는 녹연담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더 북파가 인기가 좋은 곳이지 않을까. 

참고로 백두산 천지의 물은 압록강, 송화강, 두만강, 세 강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작은 봉고차를 타고 올라가면서 버스 기사님이 이곳이 압록강의 물줄기라며 설명을 해주셨다. 바로 저기 길만 건너면 북한이라고…. 그리고 북한 사람과 이야기해서도 안 되고, 사진을 찍어서도 안 된다며 주의를 주시기도 했다. 

▲ 북파 천지 주차장과 사람들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 북파 천지 주차장과 사람들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북파, 서파, 남파 모두 천지로 올라갈 때는 무조건 이곳 전용 봉고차를 이용해야 한다. 개인차가 천지 주차장까지는 절대 올라갈 수 없다. 작은 길이기 때문에, 이곳을 잘 아는 전용 기사님들이 운전하는 차를 이용해야 하는데, 올라가면서 백두산을 설명해주는 중국어 방송이 나온다. 물론 기사님도 관광객들의 질문에 대답도 해주고, 설명도 해준다. 그래서 중국어를 할줄 안다면 더 좋다. 

중국어를 못해도 주변 풍경만 봐도 충분히 좋은 곳이기도 하다.

천지를 향하는 길. 그 풍경이 너무 멋져 이곳이 과연 백두산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해외 유명 관광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백두산 천지로 가는 길 또한 너무 멋져 여름 풍경뿐만 아니라 가을 풍경, 눈 덮인 겨울 풍경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중국을 통하지 않고 북한에 있는 동파쪽으로 천지를 바로 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빌어본다.

▲ 북파 천지에서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 북파 천지에서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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