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가 사는 의령 한우산에서 힐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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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사는 의령 한우산에서 힐링하기
  • 박종희 객원기자
  • 승인 2020.08.0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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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만난 풍경을 경북 의령에서 찾다
한우도령과 응봉낭자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남아있는 곳

 

경상남도 의령 한우산                                        @사진=박종희 객원기자
경상남도 의령 한우산                                        @사진=박종희 객원기자

경상남도 의령에 가보신 적이 있나요?

의령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하면 유명한 관광지의 순위가 매겨져 있지만 그중에서 우리가 알만한 곳은 많지 않다. 의령 가볼 만한 곳 1위는 의령구름다리, 2위는 한우산, 3위는 정암루, 4위는 설뫼충효테마파크, 5위는 청아생태농장이다. 나는 이 중에서 알고 있던 곳이 한 곳뿐이었다. 그것도 최근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사진 찍기 좋은 곳인 한우산이었다. 

지금 말한 5위 이외에는 삼성호암 이병철 생가, 의병박물관, 충익사가 있다. 충익사는 의병 곽재우 장군을 추모하기 위한 사당이다. 충익사가 의령에 있는 이유는 의병 곽재우 장군의 생가와 더불어 조선시대 최초 항일의병이 봉기한 역사적인 고향이기 때문이다. 의령을 한자로 풀이하면 마땅의宜, 편안할령寧이다. 어찌 보면 마땅히 편안해야 하는 곳에서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가장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전쟁에 앞장선 고향이 바로 의령이었다.

그래서 그 뜻을 이어받아 2009년까지는 ‘의병제전’ 축제를 개최하였고, 2020년부터는 ‘의령 홍의장군축제’로 열리고 있다. 이제는 그 어느 지방보다 마땅히 편안한 곳이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의령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특별히 유명한 관광지가 없다. 그래서 언택트 여행이 대세인 지금 같은 시기에 관광객이 없는 곳으로 조용히 떠나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곳이 바로 경남 의령이다.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우산은 들어봤을 것이다. 혹 어떤 분은 한우산이면 한우가 유명한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한우산에는 한우는 없고 도깨비가 살고 있다.

도깨비 숲을 가기 위해서는 한우산의 한우정까지 가는 방법이 있다. 주말에는 한우정의 주차장이 협소해 한우정까지 차로 갈 수 없도록 통제를 하고 있지만, 주중에는 한우정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갈 수 있다. 한우정에 차를 주차한다면 도깨비 숲은 바로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곳에 있다. 정확한 명칭은 한우산 도깨비 철쭉숲이다. 사람보다 커다란 도깨비 모형이 도깨비 철쭉숲 입구를 안내한다. 

도깨비 철쭉숲은 나무 데크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면 되는 동선이다. 전혀 힘들지 않게 다녀올 수 있는 코스로 되어있다. 

도깨비 철쭉숲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아주 먼 옛날, 한우산에는 차가워 보이지만 마음이 따뜻한 한우도령과 달님처럼 예쁜 응봉낭자가 살았는데, 응봉낭자는 망개떡을 좋아해 둘이 함께 자주 한우산에 올라 사랑을 고백하며 망개떡을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한우산에 출몰했던 도깨비 쇠목이                                        @사진=박종희 객원기자
한우산에 출몰했던 도깨비 쇠목이                                        @사진=박종희 객원기자

하지만 한우산은 땅속 황금동굴에 사는 욕심많고 심술궂은 도깨비가 자주 출몰하는 곳이었다. 도깨비는 낮에는 황금동굴에 모여 있다가 밤에는 한우산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지나가는 나그네를 괴롭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황금동굴의 대장 도깨비 쇠목이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응봉낭자를 만나 첫눈에 반해 넋을 잃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에겐 의령 최고의 선남 한우도령이 있으니 속앓이를 하면서도 심술이 났다.

그러던 중 황금동굴 대장 도깨비 쇠목이는 큰 결심을 하고 응봉낭자가 좋아하는 망개떡을 황금으로 만들어 두 손 가득 들고 찾아가 사랑을 고백했지만 거절을 당했다. 이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한우도령을 찾아가 숨통을 조이며 그가 세상에서 없어지기를 바랬다.

그렇게 한우도령은 힘없이 쓰러졌고, 그 모습을 발견한 응봉낭자가 슬퍼하다 그 자리에서 나무로 변하고 철쭉꽃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대장 도깨비는 그 꽃이라도 갖고 싶은 마음에 철쭉 꽃잎을 따서 먹었는데 그 독에 의하여 바로 쓰러지며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이를 지켜보던 한우산의 홍의송 정령들은 한우도령과 응봉낭자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안타까워하며 한우도령을 도깨비가 없는 하늘로 올려보내 차가운 비를 내리는 구름이 되게 만들고, 철쭉이 된 응봉낭자는 한우도령의 비를 맞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한편 잠들어버린 쇠목이는 과거의 기억을 모두 지우고 깨어나 사람들에게 황금 망개떡을 나누어주며 자신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대신해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착한 도깨비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때때로 대장 도깨비 쇠목이는 응봉낭자와 한우도령을 시샘하며 강한 바람이 되어 둘 사이를 갈라놓는다고 한다.

지금은 착한 도깨비가 살고있는 한우산 철쭉도깨비숲은 한우산의 정상 바로 아래에 있다. 도깨비에게 황금 망개떡도 받고, 소원도 빌어보자.

그리고 조금만 더 올라가면 한우산 정상을 갈 수 있다. 올라가는 길의 풍경은 마치 강원도 삼양목장의 풍력발전소가 떠오르기도 하고, 제주의 오름과 풍력발전소가 떠오르는 풍경이다. 능선을 따라 거대한 선풍기가 돌아가는 것처럼 휙휙 돌아가는 커다란 풍력발전기가 이곳이 의령이라는 사실을 잊게 한다. 그야말로 언택트 여행의 여행코스로 최고이다. 바람과 하늘, 그리고 새소리를 들으며 올라가는 풍경에 마음을 빼앗길지도 모른다.

한우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한걸음 한걸음마다 자연의 멋진 풍광에 매료되어 평소에 잘 쓰지 않던 감탄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리고 나의 손은 카메라 버튼을 계속 눌렀다. 혼자만 보기 너무 아까운 그런 멋진 전경이었다. 그동안 잘 모르던 고장인 의령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주가 느껴졌다. 기대가 없어서 더 크게 다가온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제주에 가지 않고도 그런 느낌을 이곳 의령에서 받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부산에서 서울을 오면서 잠깐 들렀다 가는 곳으로 생각했던 의령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으로 느끼게 될 줄 몰랐다. 의령의 한우산은 지나가다 들리는 곳이 아니라 이곳을 목적지로 해서 올만한 곳이었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에서 자연을 느끼고 힐링을 받고 싶다면 의령 한우산으로 떠나자. 이젠 나에게 힐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여행지를 추천한다면 의령의 한우산도 손가락 안에 꼽힐 것 같다.

그리고 의령에 가면 맛 봐야할 음식이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망개떡과 망개소바이다. 망개떡의 전설은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 설은 이바지 음식 유래설이다.

어느 날 백제의 한 귀족이 사냥 중에 말에서 떨어져 크게 다쳤는데, 이때 아라가야의 심마니가 구해줘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 귀족은 자신을 돌보아준 심마니의 딸에게 마음을 빼앗겼고, 결국 두 사람은 혼인을 하여 이어졌다. 이때 심마니의 딸은 백제에 이바지 음식으로 망개떡을 가져갔다. 이때부터 망개떡은 후일 아라가야와 백제의 친선관계를 상징하는 음식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설은 전쟁 때 식량으로 사용했던 설이다. 임진왜란으로 전쟁에 자주 나갔던 의병들은 수시로 이동하면서 적을 기습 공격했다. 그래서 식사도 정상적으로 챙겨서 먹기가 쉽지 않았다. 이때 의병들이 먹었던 식사가 바로 청미래덩굴 잎으로 싼 밥이었다. 청미래덩굴 잎으로 싼 음식은 쉽게 상하지 않았다. 이를 이어받아 의령에서는 망개잎을 이용한 망개떡으로 발전해서 이어져오고 있다는 설이다. 

손바닥만큼 큰 망개잎속에 쫀득쫀득한 찹쌀떡과 그안에 품고있는 팥소는 어찌 보면 찹쌀떡 같지만 떡을 감싸고 있는 망개잎의 향이 떡안에 배어 있어 다른 떡과는 분명 다르다. 그 어떤 다른 지역에도 없는 의령에만 있는 떡이니 의령 재래시장에 가서 맛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재래시장에는 망개소바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많으니 함께 맛보기에 좋다.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는 곳. 자연을 느끼며 힐링을 받고 싶은 곳으로 떠나고 싶다면 지금 경남 의령으로 떠나보자. 그곳에서 어쩌면 보약 같은 풍경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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