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에게 진상했던 귀한 과일 감귤의 모든 것
- 감귤 가계도 샅샅이 파헤치기!

▲ 제주 천혜향 농장 @박종희 여행작가
▲ 제주 천혜향 농장 @박종희 여행작가

지금은 흔한 과일이지만 감귤은 옛날 왕에게 진상했던 귀한 몸이었습니다. [고려사]에 따르면 고려 문종 6년에 탐라국에서 해마다 감귤 100포를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제주 감귤의 역사는 고려 시대까지 올라갑니다. 

이제는 남해에서도 감귤이 재배된다고 하지만, 예전에는 따뜻한 기후를 가지고 있는 제주도에서만 재배되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왕가에서 제주 감귤을 관리하였는데, 파견 온 관리는 감귤 나무의 수를 일일이 기록하고 수확물을 거두어 한양으로 보냈습니다. 감귤을 귀하게 여겼던 때여서 감귤이 제주에서 올라오면 이를 축하하기 위해 성균관과 사학의 유생들을 모아 시험을 보게 하고 이를 나누어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주도의 감귤 공납 제도는 제주도민을 힘들게 했습니다. 관리들이 초여름에 피는 감귤 꽃의 수를 세어두고 그만큼의 감귤을 내놓으라고 하다 보니, 한동안 제주도민들은 감귤 재배를 기피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감귤 진상은 이후 갑오개혁이 일어난 1894년 고종 31년에야 폐지가 되었습니다.

현재 제주도에서 재배되는 감귤의 대부분은 1911년 일본에서 수입된 온주밀감입니다. 제주 홍로성당에 부임한 에밀 조세프 타케 신부가 일본에 있는 동료 신부에게 제주 왕벚나무를 선물로 보냈는데, 답례로 일본의 온주귤나무 14그루를 받아 성당 앞뜰에 심었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근대식 감귤농원도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감귤이 귀하던 시절에는 감귤 나무 몇 그루만 있으면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다고 해서 감귤나무가 ‘대학나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지만, 1960년대부터 대량으로 재배되며 귀한 과일이라는 타이틀은 자연스레 사라졌습니다. 

▲ 제주 감귤따기 체험 @박종희 여행작가
▲ 제주 천혜향 따기 체험 @박종희 여행작가

그러면 감귤의 친척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온주밀감에 해당하는 하우스밀감, 노지밀감, 타이백밀감, 비가림 밀감의 출하시기는 조금씩 다릅니다. 우선은 각 이름에 해당하는 귤 재배법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노지밀감은 말 그대로 자연에서 키우는 일반적인 귤인데, 제주의 햇볕과 비바람으로 자라기에 그해 날씨에 따라 귤 맛이 정해집니다. 노지에서 자란 탓에 표면에 흠이 있을 수 있으나 맛에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하우스밀감은 흔히 아는 온주귤을 비닐하우스에서 난방 방식으로 키운 귤인데, 온도 조절에 따라 5월부터 10월 사이에 수확합니다. 껍질 색이 옅고 푸른빛이 도는 것이 특징이며, 난방비가 들어있어 가격이 노지귤에 비해 비싸지만 더운 여름에도 새콤달콤한 귤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국 화학 회사 듀폰이 개발한 합성 고밀도 폴리에틸렌 섬유를 타이백이라고 부르는데, 방수성과 통기성을 갖추고 있어 흑 위에 깔아 빛을 반사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타이백밀감은 이 섬유를 사용하여 귤이 흡수하는 햇빛 양을 배로 높여 당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비가림 밀감은 3월 하순에서 4월 중순에 난방 없이 하우스 시설에서 재배하여 키운 귤인데, 말 그대로 비바람을 막아 키워 늦가을까지 귤 수확이 가능합니다. 

다음으로 만감류에는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 청견, 황금향, 제주오렌지, 홍미향이 있습니다.

한라봉은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두껍지만, 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고 과육이 부드러우며 과즙이 풍부합니다. 한라봉은 1월부터 3월까지 맛볼 수 있습니다.

레드향은 한라봉과 서지향을 합친 개량종으로 크고 납작하며 울퉁불퉁한 생김새로 껍질 색은 붉고 과육은 부드럽습니다. 한라봉이 나오는 시기인 1월부터 3월까지 맛볼 수 있습니다.

천혜향은 하늘이 내린 맛이라고 하는데 청견, 앙콜, 마코트가 합쳐진 개량종입니다. 껍질은 얇고 모양이 펑퍼짐하며 한라봉 만큼 당도가 높습니다. 천혜향은 1월부터 4월까지 맛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몇몇 농장에서는 ‘천혜향 따기’체험도 진행하고 있으니 내 손으로 직접 따서 맛보는 천혜향을 드셔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 천혜향 @박종희 여행작가
▲ 천혜향 @박종희 여행작가

청견은 궁천조생과 트로비타 오렌지가 합쳐진 개량종으로 오렌지의 두꺼운 껍질과 감귤의 부드러운 과육을 추출해 만들었습니다. 청견은 2월부터 5월까지 맛볼 수 있습니다.

황금향은 한라봉과 천혜향이 합쳐진 개량종으로 껍질이 얇아 손으로 벗기기 어렵지만, 모양이 매우 동그랗고 과즙이 풍부합니다. 7월부터 12월까지 맛볼 수 있습니다.

제주오렌지는 궁천조생과 트로비타오렌지, 청견이 합쳐진 개량종으로 크기나 모양이 감귤과 흡사하나 껍질이 두껍고 단단하며 밝은 오렌지색을 띱니다. 12월에만 맛볼 수 있으니 12월에는 꼭 드셔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홍미향은 청견, 앙콜, 홍진조생, 이요칸이 합쳐진 개량종으로 색깔이 붉고 껍질이 얇고 신미는 적은 편입니다. 홍미향은 11월부터 2월까지 맛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청귤과 풋귤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 풋귤 @박종희 여행작가
▲ 풋귤 @박종희 여행작가

청귤은 제주 재래종이지만 지금은 거의 멸종위기에 있어 거의 유통되지 않고, 대부분 유통되는 것은 노지감귤이 덜 익은 상태인 풋귤입니다.

덜 익은 감귤이 지닌 초록빛 색깔 때문에 ‘청귤’로 불리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품종이 다릅니다. 풋귤은 미숙과로 분류돼 폐기처분 대상이었고 유통도 금지되었으나, 픗귤의 시큼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 때문에 제주도 조례가 개정되어 풋귤의 유통을 합법적으로 허용했고, 명칭은 감귤 재래종 청귤과 헷갈릴 수 있어 풋귤이라 정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제주에서 먹는 청귤에이드는 정확히 말하자면 풋귤에이드가 정확한 명칭입니다. 

겨울이 되면 손이 노래질 정도로 계속 까먹게 되는 귤의 종류가 이렇게 많으니 내 입맛에 맞는 귤을 찾아서 골라 먹는 재미를 느껴보세요. 면역력에도 좋은 비타민C가 가득한 감귤을 먹으며 올겨울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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