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가장 아름다운 꽃을 찾아 떠난 항저우 당일치기 여행

박종희 ㅣ 여행 칼럼니스트

코로나 이산가족이었다가 2023년 4월에서야 중국 상하이 주재원 신랑과 함께 사는 국내 여행 전문 가이드 우렁색시입니다.

그동안 국내 여행 이야기를 들려드렸는데, 앞으로는 당분간 중국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제공
▲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제공

처음 겪어보는 상하이의 여름은 극한체험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덥다. 적도를 기준으로 제주보다 아래에 있는 상하이의 여름은 평균 체감온도가 40도를 넘고 습도도 한국보다 아주 높아 마치 도시 전체가 한증막인 것처럼 끈적거리는 습한 날씨에 볼쾌지수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악명높다.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집 밖은 위험해’라는 말을 절실히 체감 중이다. 일주일 동안 집 밖을 한 번도 안 나갈 정도로 상하이의 여름은 정말 무서울 정도로 덥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 나를 집 밖으로 유혹하는 이름다운 꽃을 보러 상하이 근교 항저우(抗州)에 다녀왔다. 항저우는 오는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제19회 아시아 게임이 열리는 중국 동부 저장성에 있는 성도(省都)로, 상하이에서는 고속열차를 타면 1시간이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다. 원래는 작년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개최가 1년 미뤄졌다. 

▲ 항저우 '서호'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 항저우 '서호'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상하이로 여행을 온 사람들이 시간적인 여유가 조금 있다면 가고 싶어 하는 여행지로 소주와 항주를 말할 정도로 항주는 중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들도 사랑하는 도시이다. 

또한 항저우는 장쑤(江蘇), 안후이(安徽)와 함께 중국에서 말하는 3대 강남 중 한 곳이다. 중국에서 말하는 강남은 양쯔강 이남의 지방을 말하는데, 이곳은 날씨가 사계절 온화하고 땅이 비옥해 곡식이 풍부하고, 산과 들이 만들어낸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어서, 중국의 옛 시인들과 묵객들이 이곳을 찬양하는 시와 글을 많이 남겼다. 그중 유명한 중국 시인 소동파는 "상유천당(上有天堂), 하유소항(下有苏杭)"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항저우와 쑤저우가 있다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이탈리아 여행가인 마르코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진귀한 도시’라고 기록하기도 한 곳이 바로 항저우이다. 

▲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항저우 여행은 처음이 아니라서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지만 두렵거나 걱정되지는 않았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뜨거운 낮에는 연꽃도 꽃봉오리를 닫아버리기 때문에, 오전에 일찍 도착하기 위해 새벽 7시 15분 고속열차를 타고 항저우동역(抗州東站)에 도착했다. 조금이라도 연꽃을 더 오래 보기 위해 서둘러 서호로 향했다.

더운 날씨임에도 아침 일찍 나와 넓은 장소에서 음악을 틀고 춤을 추는 어르신들은 이미 예쁜 옷을 입고 행복한 표정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항저우의 대표 여행코스 서호(西湖)에는 약 10ha(헥타르), 평으로 계산하면 약 3만 평에 해당하는 24개의 연꽃 구역이 있다. 즉, 한꺼번에 다 볼 수 없을 만큼 넓은 면적에 연꽃이 분포해있다. 

더러운 펄 흙에서 자라지만 꽃만큼은 맑고 깨끗하고 향기로운 연꽃은 유교에서는 혼탁한 세상에서 군자의 청빈과 고결하게 살아가려는 마음이 담겨있고, 도교에서는 팔신선(八神仙) 중의 하나인 하선고(何仙姑)가 지니는 신선계의 꽃이다. 또한 불교에서도 연꽃은 부처님이 마야부인의 오른쪽 겨드랑이에서 태어나 일곱 발자국을 걸을 때 발자국마다 피어난 꽃이어서 화생의 상징물로 여겨진다. 그래서 사찰 벽화나 불단 장식에는 연꽃이 많이 등장한다. 심청전에서도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가 연꽃에서 다시 환생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 항저우 '서호 연꽃'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 항저우 '서호 연꽃'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실제로 서호에서 만난 연꽃은 군자의 꽃답게 아름다웠다. 분홍빛을 뽐내고 있는 홍련에는 과연 저 연못에서 피어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흙탕물이 전혀 묻지 않은 깨끗한 모습이었다. 순수하리만큼 고결한 연꽃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꽃이기도 하다. 특히 청나라 강희제는 서호의 이름다운 풍경을 10개로 묘사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서호 10경’이다. 서호 10경을 따라 보는 것도 좋은 여행코스가 된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힘든 여름날이지만, 예쁜 연꽃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스냅촬영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웨딩촬영을 하는 커플들이 보인다. 나도 예쁜 옷을 입고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중국에서는 특히 남쪽 지방인 상하이 그리고 주변 인근 도시에서는 자외선 차단이 되는 냉감 소재의 긴팔이 있는 옷은 필수이다. 긴팔을 입지 않으면 살이 타들어 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 항저우 '서호 연꽃'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 항저우 '서호 연꽃'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연꽃 사진을 열심히 찍다가 더위를 잔뜩 먹고 나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 정원이 아름다운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단숨에 들이킨 다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래도 이날 본 서호의 연꽃은 그동안 내가 봤던 연꽃보다 훨씬 많았지만, 내가 본 서호 연꽃은 지극히 일부였다는 것이다. 마음먹고 본다면 다 볼 수 있었지만 습하고 뜨거운 여름날에 연꽃을 다 보겠다고 돌아다니는 것은 고난의 행군이 될 수 있어 이날의 일정을 여기서 마무리해야 했다. 

멋진 차관(찻집)에서 항저우의 대표 명차인 용정차도 마시지 못했고, 승려가 된 고려 왕자 대각국사 의천이 머물렀다는 서호 주변 혜인고려사도 가보지 못했고, 악왕묘, 서호 10경, 항저우에 있는 임시정부 관련 유적도 보지 못했다. 앞으로 몇 번을 더 가야 할 이유가 있으니 무리하지 않고 서호 연꽃 투어를 마쳤다.

앞으로 누군가가 나에게 연꽃 명소를 물어본다면 주저 없이 항저우 서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항저우 매력에 듬뿍 빠져버린 7월의 여름이었다. 
 

☞우렁색시 박종희 여행칼럼니스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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