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려한 내설악의 알록달록한 가을 단풍
- 남북접경지, 남한 최북단 마을에서 열리는 끄트머리 마을영화제
- 야생화 천국 곰배령, 남한 최고 습지 대암산 용늪

▲ 마을극장 DMZ @박종희 여행작가
▲ 마을극장 DMZ @박종희 여행작가

한바탕 물난리와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귀뚜라미 우는 소리 가 들리는 가을이 온다. 이제는 사람들이 많은 곳보다 자연스 레 언택트 여행지를 찾아 떠나게 된다. 안전한 여행을 위한 여 행자로서의 본능이 아닐까 싶다. 최대한 자연을 느끼며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곳. 그래서 이번 가을은 인제로 선택했다!

지난 초여름 인제 백담사에 다녀오고 나서 가을에 꼭 다시 오 겠다고 다짐했다. 강원도 인제가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는 아니 지만, 모든 것은 마음의 거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가고 싶 은 곳은 아무리 지리적으로 멀어도, 그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 은 가볍고 설레며 가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테니까…….
 

끄트머리 국제마을영화제가 뭐지?

남북이 만나는 접경지, 남한 최북단 마을인 인제 서화리에서 세계의 마을영화를 볼 수 있는 끄트머리 국제마을영화제가 열 린다는 소식에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인제로 떠났다. 서화리 는 해방 직후에는 북한에 편입됐다가 한국전쟁 이후 남한으로 수복됐으며 1979년 대북선전을 위해 만들어진 민북마을이다. 서화리에 터전을 잡고 사는 주민들이 대포소리는 물론 온갖 풍 파를 겪으며 계속 머무는 이유는 통일이 되면 가장 빨리 북으 로 넘어가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그런 곳에 5톤 트럭을 개조하여 온 가족이 20년간 전국을 다니며 마을영화를 찍던 신지승 감독은 서화리에 정착을 했다. 5톤 트럭 한쪽 면은 하 얀 스크린처럼 영화관이 되었다. 그렇게 마을극장DMZ가 탄생했다.

신지승 감독이 촬영하는 마을영화에는 전문 연기자가 출연하 지 않는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배우가 되고 감독이 되어 그들 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낸다. 그렇게 주민들의 삶은 영화가 되고 역사이자 새로운 예술작품이 된다. 그리고 만들어진 마을 영화들이 모여 끄트머리 국제마을영화제에서 모두 만나게 된 다. 마을영화가 만들어지는 서화리의 영상은 곰tv에서도 볼 수 있다. 여행자의 시선이 아닌 참여자의 입장에서 마을에 머무르 고 싶다면 신지승감독이 살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면 서 천천히 스며들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 우리나라 최고 습지 대암산 용늪

일반적으로 습지는 강가나 바닷가처럼 낮은 지대에 형성된다. 하지만 유일하게 높은 산에 위치한 습지가 바로 서화리 마을극 장DMZ에서 차로 약 11km 떨어진 대암산에 있다. 대암산은 해발 1,304m의 산자락부터 정상까지 바위들로 이루어진 험준 한 산이다. 대암산 남서쪽 사면에 있는 1,280m의 구릉지에 형 성된 용늪은 북방계 식물이 남하하다가 남방계 식물과 만나는 곳. 즉 북방계와 남방계 식물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전설에서 유래 한 이름으로 큰 용늪, 작은 용늪, 애기 용늪으로 이루어졌으며, 우리나라 유일의 고층습원이다.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지형으로 생태적,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게다가 이곳 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이탄습지(泥炭濕地)이다. 이탄층이란 식물이 죽어도 썩지 않고 쌓여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한 지층의 일종으로 용늪에는 평균 1m에서 1.8m정도 쌓여있다. 용늪은 산 정상부에 위치하고 있고 1년 중 170일 이상이 안개에 싸여 있다 보니 습도가 높다. 또 5개월 이상이 영하의 기온이며 적 설기간도 길어 식물이 죽어도 잘 썩지 않고 그대로 쌓이는 이 탄층이 발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용늪에는 여러 희귀 동식물들이 살고 있으며, 빼어난 자연경관 때문에 1973년 문화재청에서는 천연보호구역으로, 환경부에 서는 1999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였다. 우리나라가 람사 르 협약에 가입하면서 제일 먼저 등록한 습지이기도 하다. 이후 2006년에는 산림청에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 할 만큼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자연유산이자 유네스코에 서 지정한 강원생태평화 생물권보전지역이기도 하다. 보존지역이지만 그렇다고 들어갈 수 없는 곳은 아니다. 대암산 용늪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서흥리 탐방코스 혹은 가아리 탐방 코스를 사전에 예약하고 이용할 수 있다.

# 천상의 화원 곰배령 가을 단풍길 따라...
 

▲ 곰배령 @박종희 여행작가
▲ 곰배령 @박종희 여행작가

4월부터 야생화가 피기 시작해 가을 단풍이 지는 10월말까지, 그리고 동절기에만 탐방이 가능한 곰배령은 해발고도 1,100m 고지에 위치한 약 5만평에 걸친 광활한 초원지대이다. 봄에는 산나물이 풍성하게 돋아나고 철따라 야생화가 아름다운 화원을 수놓는다. 곰배령은 곰이 배를 하늘로 향하고 벌떡 누워있 는 모습을 하고 있어서 붙여진 지명이다.
곰배령이 위치한 곳도 대암산 용늪처럼 한반도 자생식물의 북 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이 맞닿는 지역으로 약 850종의 식물 이 자생하고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숲이 서서히 변화해 가는 천이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극상림’을 이루고 있어 한반도의 대표적인 원시림을 볼 수 있는 숲이다. 이곳 역시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1987년부터 산림유전자원보호구 역으로 지정되었고 연중 입산을 통제하여 산림청이 보호, 관리 하고 있다.
그래서 곰배령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미리 산림청에서 산림생 태탐방을 신청해야 하며 하루에 선착순으로 450명만 예약할 수 있다. 혹시라도 선착순 예약이 마감이 되었다면, 마을대행 예약제로 곰배령과 연접한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산촌주민들을 통해 예약하는 방법도 있다.
곰배령은 5㎞ 정도의 완만한 구간이어서 트래킹 코스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가을에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단풍을 즐길 수 있는 곳임에도 많은 인파로 몰리지 않는 곳이다.

▲ 곰배령 @박종희 여행작가
▲ 곰배령 @박종희 여행작가

# 만해 한용운을 기억해야 하는 곳. 인제 백담사

인제에 왔다면 가볼만한 곳 중 으뜸은 인제 백담사이다. 전직 대통령 때문에 더 유명해지기도 했지만, 인제 백담사는 3·1운 동 당시 발표된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으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만해 한용운 선사가 수도를 했던 곳이다. 수많은 시 중에서도 유명한 <님의 침묵>이 바로 백담사에서 집필되었다.
백담사는 신라시대 진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한계사라는 이름 으로 창건했으며 내설악에 위치한 대표적인 절이다.

▲ 백담사 @박종희 여행작가
▲ 백담사 @박종희 여행작가

백담계곡 위쪽으로 아주 깊은 오지에 자리 잡고 있어 찾아가기 어려운 절이었지만 지금은 주차장에서 약 15분정도 소요되는 셔틀버 스를 타면 쉽게 갈 수 있다. 다만 그 15분 동안에는 버스 기사 님의 운전 실력에 감탄하면서 주변 풍경을 감상하게 된다. 좁 은 도로를 달리는 셔틀버스는 아슬아슬한 곡예 드라이빙 같기 때문이다.
한계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이후 운흥사, 심원사, 선구사, 영 취사로도 불리다가 1783년에 설악산 대청봉에서 절까지 작은 담이 100개가 있는 지점에 사찰을 세웠다는 의미에서 백담사 가 되었다. 백담사 안에는 비교적 넓은 전통찻집이 있다. 찻집 에 앉아 백담사 풍경을 바라보며 차 한 잔 마시는 여유를 가져 보는것도 좋다.
그리고 백담사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나오는 봉정암은 부처님 의 사리가 모셔진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한 곳이다. 다만 봉정암을 가기 위해서는 대략 8~10시간정도의 등산이 필요하 다. 봉정암까지는 가기 어려울 수 있지만 가을의 백담사 풍경 도 함께 둘러보면 좋은 인제 여행코스이다.

올 가을, 단풍 인파를 피해 조용한 힐링을 하고 싶다면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인제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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