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장마철, 마음이 답답하고 지칠 때 가면 좋은 곳
우중독서(雨中讀書)를 찾아 떠난 도심 속 힐링 여행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사진=박종희 객원기자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사진=박종희 객원기자

비가 많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보면서 나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했다. 비가 오기에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적을 것이라고...  이때가 기회다 싶었다. 나는 여유로운 여행을 하기 위한 즉흥 계획을 세웠다.

내가 국내 여행 가이드를 하면서 몸소 터득한 사실이자 진리는 일기예보가 100%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마철이라서 비가 온다고는 하지만 온종일 오지 않고 중간에 잠시 비가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날씨 운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여행만 가면 비가 온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여행을 가면 늘 하늘이 쨍쨍했고 파란 하늘이 날 반겼다. 분명 일기예보에서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내가 여행을 떠나면 차로 이동할 때만 비가 오고 차에서 내리면 비가 그치곤했다. 나는 날씨 운이 좋은 편이었다. 내가 삼청공원의 숲속도서관을 가기로 마음먹은 날에도 일기예보에서는 분명 온종일 비가 내린다고 했다. 

TV에서 온종일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약속을 미루거나 취소한다. 나에게는 지금이 좋은 기회였다. 비 오는 날 떠나는 여유롭고 소박한 여행을 하기위해 길을 나섰다.

멀리 가지 않아도 쉽게 갈 수 있는 곳. 그곳은 바로 삼청동에 있는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이었다. 

이날도 어김없이 나는 운이 좋았다. 숲속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비가 좀 내리기는 했지만 공원 안에는 나밖에 없었다. 내가 원하던 그런 풍경이었다. 비 내리는 공원에는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고, 지저귀는 새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이곳이 도심 속 풍경이라고 믿기지 않는 장면들로 가득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공원 안에는 몰래 숨겨놓기라도 한 듯이 작은 숲속도서관이 있었다. 코로나 영향으로 이곳도 들어갈 때 체온을 측정하고 개인정보를 적었어야했다. 도서관 안에 자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게끔 배치되어있었다. 

그리고 내가 예상한대로 도서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도서관을 통째로 빌린 것 같은 그런 기분마저 들었다. 내가 꿈꾸던 그런 도서관 풍경이었다. 도서관 안 작은 카페 덕분에 도서관은 커피 향기로 가득 찼고 창문 너머로 들리는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이 도서관을 채우고 있었다.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사진=박종희 객원기자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사진=박종희 객원기자

공원 안의 나무가 보이는 통유리창 옆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마치 대청마루에 앉아 있는것 같았다. 빗방울이 나뭇잎을 두드리고, 창문을 두들기며 나를 봐달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우중독서를 하겠다고 갔으나 책보다는 풍경에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빗소리를 들으며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은 그 어떤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최고의 힐링이었다.

코로나로 스트레스를 받고, 길어지는 장마로 우울해진 기분이 모두 씻겨져 나갔다. 그리고 그자리에는 초록초록한 싱그러움이 온몸 가득 채워졌다.

이제 비가 오는 날이면 다시 이곳을 찾아올거 같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힐링앤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