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가 가정을 떠나 요양병원에 오게 되는 계기는 대개 크게 두 가지이다.폭력적이거나 또는 용변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억력이 떨어져서 오는 문제는 어찌 보면 가정에서 돌보지 못하게 되는 사유 중에는 하위 목록에 해당한다고 본다. 우리 병원에는 폭력적인 행동으로 인해 오시는 분들이 왕왕 있다. 이 분들의 삶이 워낙 극적으로 변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얼마 전에 임종하신 김 할아버지의 경우도 그러하였다. 김 할아버지는 키가 크고 건장하였다. 80이 넘은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
전세계적으로 노년층이 핵심 세대로 급부상 중이다. 특히 그랜드 제너레이션(Grand Generation)은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활동적이고 장수하는 은퇴 세대로 정의된다.MZ세대도 X세대도 아닌 그랜드 제너레이션이 국내에서도 인구의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주목을 받는 이유다. 이들은 건강에 관심이 높고 강력한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하지만 '그랜드 제너레이션' 세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약사신문(팜뉴스)이 지난 5일 "그랜드 제너레이션 컨퍼런스"를 주최한 배경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교수,
출근하자마자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원장님, 환자가 숨을 안 쉬어요!”병동으로 가서 환자를 진찰해보니 이미 심정지가 온 상태였다. 심폐소생술을 원하지 않는다는 보호자의 의사 표시가 있었던 분이었다. 보호자에게 전화로 현재 상황을 말씀드렸다. 30분 후 도착한 보호자 앞에서 사망 선언을 하였고, 환갑이 넘은 보호자 부부는 이내 눈물을 터뜨렸다. 어떤 위로의 말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힘들지 않게 가셨다는 말을 뒤로 하고 방을 나왔다. 서류를 정리하면서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나
6개월쯤 입원해 있던 할머니 한 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도 가끔 얼굴이 생각나는 분이다. 아마 남들보다 더 잘 웃는 분이어서 그런 것 같다. 이 분은 뇌경색이 있었으나 특이 후유증 없이 일상 생활을 하시던 분인데 갑작스러운 의식 소실이 발생하여 대학병원에 입원, 요로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및 급성 신장 기능 저하로 치료받았다. 이후 보행이 되지 않아 자택으로 갈 수 없어 우리 병원으로 오시게 되었다. 뇌 검사를 포함 여러 검사를 해도 걷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재활 치료를 해도 반응이 없었고, 어찌
원장님, 저 수혈 하는거 원치 않습니다.수화기 너머 떨리는 목소리로 보호자께서 말씀하셨다. 환자는 90세를 바라보는 나이로 치매가 심하고 누워서 눈만 깜빡이는 것이 전부인 어떠한 의사소통도 안되는 분이다. 자식들도 못 알아보는 상황에서 수 년째 조금씩 컨디션이 나빠져 가고 있었다. 이 환자는 우리 병원에 오기 전부터 계속 빈혈 문제를 갖고 계셨다. 그런데 최근 빈혈 수치가 급격히 나빠지는 양상이었다. 수혈을 해도 잠시 뿐, 다시 일반 성인의 절반 수준의 수치를 보였다.두세 달에 한번꼴로 수혈을 하였는데, 세 번째인가 네 번째 수혈을
30을 바라보던 시절에 흔히 듣던 말이 “결혼할 때 집안을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때는 그 말이 참 듣기 싫었다. 사람이 중요하지 왜 자꾸 배경을 따지려 할까. 속물근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양병원에서 일을 하면서 부모와 자식을 동시에 보게 되는 일이 많다 보니 이제는 결혼과 같은 중대사에는 반드시 집안을 봐야 한다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A 할머니는 첫 인상부터 참 선한 얼굴이었다.말기 암 환자로 통증 조절이 안되어 입원하였다. 순간적으로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응급실 몇 번 다니다 보니 너무 고생스
아빠, 뇌를 버려!운전 중에 뒷자석에 있던 아이가 필자에게 외쳤다. 가족 나들이 중 차량 정체가 심해지고, 네비게이션마저 최소시간 경로에서 갈팡질팡할 때 필자는 여지없이 네비게이션의 지도를 이리 저리 살펴본다. 샛길이 있지 않을까? 혹시 이 길로 가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이다.하지만 이 길을 가봐도 저 길을 가봐도 결국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은 네비게이션이 예상한 시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네비게이션을 불신하고 운전해 얻은 것이라고는 좁고 낯선 길에서 불편하게 운전하며 얻은 긴장감과 피로감, 그리고 다시는 그 길로 진
대한수의사회 서정주 수의사(이플동물병원 원장)이 아시아수의사회(Federation of Asian Veterinary Associations)와 VNU Asia Pacific이 시상하는 “2022년도 아시아 동물의료대상(Asian Animal Health Award 2022)” 임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아시아수의사회는 아시아권 24개 국가 수의사회 및 수의 관련 국제 단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VNU Asia Pacific은 네덜란드에 본사가 있는 VNU 그룹 산하의 국제행사 전문 기업이다.“아시아 동물의료대상”은 동물의 건강과
”까톡~“아침에 출근하여 일을 시작하려는데 아내로부터 연락이 왔다. 두 줄이 나온 코로나 키트 사진과 함께. 머리가 하얘졌다.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며칠 전부터 시름시름 아프던 작은아이가 급기야 열이 나고 혹시나 해서 한 자가진단 키트에서 양성이 나왔다. 아이는 PCR 검사를 받으러 갔고, 나는 서둘러 퇴근을 했다. 다음날 아침 아이의 확진 소식에 큰애와 아내도 PCR 검사를 했다. 주말에 일이 있어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 나는 난감해졌다. 퇴근 이후 집안에서 마스크는 물론이고 페이스쉴드까지 쓰면서 방에 있었지만 불안감은 더
사람의 신체적, 정신적 장애의 치료를 돕기 위해 설계된 프로그램에 개를 포함 시키는 현대의 관행은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에 보리스 레빈슨(Boris Levinson)이라는 아동 심리치료사의 글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반려동물은 아이에게 거울이 되어, 돼야 하거나 됐을지도 모르는 자신이 아닌 지금 그대로의 자신이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을 보게 한다.# 동물 매개활동동물매개치료(animal-assisted therapy,AAT)라는 용어는 동물이 치료환경에 개입하는 상황을 설명하는데 종종 사용되지만, AA
“한국은 저 신뢰사회다”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OECD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국가신뢰도에서 아주 낮은 위치에 있다. 쉽게 말해 상대방을 잘 믿지 못한다는 뜻이다. 필자 역시 얼마 전에 집 인테리어를 하면서도 느꼈고, 정찰제가 아닌 상황에서 무언가를 구입할 때 머리가 복잡해진다.생각해보면 이런 모든 일은 정보가 비대칭적인 상황-파는 사람은 많은 것을 알지만 사는 사람은 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일 때 심해지는 것 같다.의료는 대표적인 비대칭 상황에서의 구매이다. 내가 먹는 약에 대해, 내가 받는 치료에 대해 의사만큼 잘
올해는 봄에 비가 잦았다. 평소 같으면 봄 가뭄에 신음할 들녘이 사뭇 더 푸르고, 막 모내기를 마친 논이 정갈하게 펼쳐지는 계절이다. 많은 사람들은 황금 들판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지만 필자에게는 이 시기 논이 제일 아름다워 보인다. 드넓게 논이 펼쳐진 지역이 흡사 그림같은 호수뷰를 연상시키고, 파란 하늘에 떠있는 구름이 반사되며 펼쳐지는 풍광은 세상 어떤 그림보다도 더 멋지게 보인다.농업을 숭상하고, 뼛속까지 농경민족인 우리이기에 농사 한 번 지어본 적 없는 필자도 모내기가 중요하고 벼농사가 중요하다는 것은 어려서부터 익히 잘 알
반려동물 1500만 시대에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변화된 상황에서 반려동물과 관련 된 모든 이들이 뒤돌아 보며 잠시 쉬지도 못한 체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현 상황에서 잠시 쉼표를 찍는 마음으로 장안대학교 바이오동물보호학과 오희경 교수를 만나 최근의 반려동물 산업과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교수님의 소개와 학과 소개도 부탁드립니다.장안대학교 바이오동물보호과는 21세기 생명산업의 미래를 주도해 나가는 탁월한 동물전문가 양성을 비전으로 2018년에 학과가 신설되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반려동물
위드메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병원 동행 서비스 매칭 플랫폼’을 운영하는 헬스케어 기업이다. 지난 2015년 1인 기업인 ‘JS 메디케어’로 시작해 2017년 법인 전환했고, 국내 최초로 병원동행서비스 개념을 구축하며 개인과 기관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위드메이트는 2020년 4월 현재 운영 중인 웹-앱(Web-App) 기반 ‘병원동행서비스’ 매칭 플랫폼을 론칭했다. 위드메이트 지승배 대표를 만나 ‘병원동행서비스 기업’으로 걸어온 길과 향후 비전 등에 대해 들어 봤다. ‘위드메이트’ 설립 배경은대학 졸업 후 연
“사실 요양병원 코로나 걱정돼서 안 가기로 했어요. 죄송합니다”얼마 전 입원하기로 했던 분이 전화를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해가 되면서도 요양병원에 덧씌워진 주홍글씨에 마음이 무거워 지는 순간이었다. 코로나 환자가 연일 1000명을 넘으면서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고, 몇몇 요양병원 내 감염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필자 역시 매일 뉴스를 모니터링 하고 직원들 모두 같은 마음으로 마음 졸이면서 지내고 있던 터라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양병원이 진짜로 위험한 곳일까?필자의 생각은 그렇다이다. 그리고 좀
필자는 수원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입원 문의 중에 가끔 있는 케이스가 ‘얼마 못 가서 돌아가실 것 같은데, 입원 가능한가요?’에 대한 것이다. 돌아가시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한 질문이다. 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택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 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로병사의 많은 순간을 병원에서 맞이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옳고 그름의 영역을 떠나 한번쯤 의문을 가져봄직한 화두이다. 우리는 병원에서
필자는 1980년대 후반 큰 인기를 끌었던 2020 원더키디라는 TV 만화영화를 기억하고 있다. 그 때 어린 마음에 2020년이 되면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상상을 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겪은 2020년은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는 당장 닥친 현실을 헤쳐나가는 데 급급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올해 가장 큰 화두를 뽑으라면 누구나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여러 사회적 문제를 지적할 것이라 생각한다. 설 연휴동안 중국에서 코로나 감염 사태가 보도되고, 아니나 다를까 국내에서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급기야 우리 국민
격리와 검역이라는 낯선 단어가 우리의 삶에 들어온 지 벌써 9개월이 넘었다. 이제 마스크 없이 타인을 만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 되었고, 사람을 가까이 대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시절이 되었다.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질병에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타인으로부터 떨어뜨리고, 서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낯선 단어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격리와 검역은 영어로 각각 isolation/quarantine으로 불리운다. isolation은 island에 가둔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단어이고, quarantine은 이탈리아 베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이다. 서로 왕래할 수 없으니 만남의 장이 되었던 여러 시설들은 텅 비게 되고, 주요 상권에서 사람 찾기가 힘드니 경제 또한 말이 아니다. 이 와중에 호황 아닌 호황인 곳이 인테리어 업계라 한다. 실내에만 있다 보니 공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좀 더 안락하고 내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를 하려는 수요가 늘어서라니, 세상일은 다 명암이 있는 것 같다. 2년 전 가을, 필자의 병원은 한창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다. 여러 병원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의 기본 설계 도면을 연필로 그려가며 공간을 구상해 봤지만
원장님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수원센트럴요양병원 대표원장 홍두희입니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아주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교실에서 전공의, 전임의를 수료하였습니다. 이후 고대구로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 표준교육과정 1기를 수료하였으며 다수의 요양병원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에 수원센트럴요양병원을 개원하였습니다.지난해 1월 개원 후 2년 7개월의 시간동안 의사가 아닌 경영자로서 좌충우돌 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기본에 충실하면서 환자 잘 보는 병원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