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서 밀란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에 잠시 젖어 보다

김진규 칼럼니스트

 

베로나
베로나

베네치아 근처 트레비소에서의 출장 일정을 마치고 밀란에 있는 플래그쉽 스토아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몇몇 아시아 사장들과 차를 빌려 같이 이동하기로 한다. 이탈리아의 하늘도 한국의 날씨와 비슷하여 맑고도 푸르다. 두어 시간 정도 운전을 하였을까? 점심 식사를 위하여 잠시 차를 세운 곳이 어디냐고 질문하니 베로나라고 한다. 

이탈리아 중요한 곡물 시장이며 공업의 중심지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방문자들에게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야기로 유명한 바로 그곳이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고, 이탈리아답게 에스프레소를 한잔 나눈 후 밀란까지의 여정을 보니 잠시 머물다 출발해도 되겠다는 판단이다. 

유럽의 왠만한 골목이 그러하듯 이곳 베로나도 역사적 유물이 많은 도시인지라 어디를 둘러 보아도 작품 사진이 나올 듯 하다. 디저트 삼아 젤라또 하나씩을 들고 골목을 걷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특이한 복장과 행동으로 관광객들의 팁을 유혹하는 모습이 재미 있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맛보는 젤라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베스킨라빈스처럼 다양한 종류의 맛을 선택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맛볼 수 없는 진한 느낌과 신선함 그리고 특유의 부드러움이 있다. 

이탈리아어로 Gelato는 영어로 번역하면 Frozen(얼린)이라는 뜻으로 우유, 계란, 설탕과 함께 다양한 천연 향미 재료를 넣은 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이다. 이탈리아 젤라또는 매일 만들기 때문에 신선하고 대량 생산 아이스크림보다는 지방 함량도 적어서 일반 아이스크림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을 선사한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요리책 ‘주방에서의 과학과 잘 먹는 것의 예술’이라는 책을 펴낸 아르투시 펠레그리노(Artusi Pellegrino)는 ‘살면서 때때로 젤라또를 먹는 기쁨을 누리지 않는 것은 죄를 짓는 것과 같다’ 라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아이스크림은 10~13세기경 시칠리아를 점령했던 아랍인들에 의해서 이탈리아로 전해졌으며, 16세기 이후 ‘가장 독특한 요리’를 주제로 진행한 요리 경연 대회에서 현재 모양의 젤라또가 출품되었고, 그 후 현재의 맛까지 발전했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가니 자그마한 건물이 나오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관람을 하고 있다.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야기가 있는 줄리엣의 집(Juliet’s House, 라 카사 데 줄리에타)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집이라 여겨지는 이 곳은 베로나를 지나는 모든 관광객들이 들리는 곳이다. 건축학적, 역사적, 문학적 사연으로 유명한 줄리엣의 집은 방문객들이 벽에 남겨둔 수많은 낙서와 사랑의 열쇠 들로도 유명세를 얻고 있는 곳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실존 인물인지 아니면 셰익스피어가 실제 이 곳을 방문 했는지에 대한 부분은 명확하지 않지만, 사실 이 집은 델 카펠로라는 가문의 소유였으며, 작가도 잠시 머물렀던 이 집의 발코니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발코니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을 속삭였던 발코니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을 속삭였던 발코니

역사상 가장 훌륭한 러브스토리의 하나로 자리 잡은 로미오와 줄리엣, 로미오가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에 줄리엣이 서 있었던 발코니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줄리엣의 집 근처에는 로미오의 집이 있으며, 줄리엣의 무덤이라고 하는 무덤이 있는데, 사실 연극에서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함께 묻힌다. 

줄리엣의 집은 현재 작은 박물관이 되었고, 계단으로 올라가면 줄리엣의 방이 있고, 발코니로 나가 밖을 내다볼 수 있다. 마당에는 줄리엣의 청동상이 있는데, 조각상의 오른쪽 가슴을 어루만지면 사랑에 행운이 따른다는 관습 때문에 유사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아서 긴 줄을 서서 기다린 후에야 추억의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러브스토리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러하다. 이 지역 두 명문가인 캐풀렛 가와 몬터규 가는 대대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몬터규가의  아들 로미오와 캐풀렛 가의 외동딸인 줄리엣이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두사람의 사랑으로 두집안을 화해의 길로 인도하는 뜻에서 수도승 로렌스가 두 사람의 결혼식을 몰래 올려 주게 된다. 

그 후 줄리엣의 사촌 오빠인 티볼트가 로미오에게 싸움을 걸어오고 결국 로미오의 칼에 티볼트가 죽게 된다. 이 일로 결국 베로나에서 쫓겨나게된 로미오는 줄리엣과 마지막 밤을 보내는데, 그 날 밤이 두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기쁨과 동시에 곧 다가올 이별의 슬픔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로미오가 떠나고 줄리엣의 아버지는 파리스 백작과의 결혼을 줄리엣에게 종용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하여 줄리엣은 수도승 로렌스가 전해준 약을 먹고 죽은 척을 하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로미오는 무덤으로 달려가 죽은 척 하는 줄리엣을 보고 실제로 죽은 줄 알고, 본인도 독약을 먹고 죽는다. 잠시 후 약에서 깨어난 줄리엣은 죽은 로미오를 보게 되고 자신도 단도로 목을 찔러 로미오의 시체위에 쓰러진다. 슬픈 사랑이 끝나고 이 이야기를 로렌스 수도승에게 전해 들은 몬터규가와 캐풀렛 가는 서로 화해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얼마나 슬프고 아픈 그러나 가슴에 메아리를 남기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인가.

 

줄리엣의 침실
줄리엣의 침실

계획보다는 좀 오랜 시간을 줄리엣의 집에 머물며 침실과 거실 등 구석구석을 둘러 보고 다시 밀란으로 향하는 차에 오른다. 오랜 시간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야기가 머리 속을 맴돈다. 잘 왔다는 생각과 함께 이곳을 방문하자고 제안해준 중국사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밀란에 도착하니 저녁 무렵이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오늘 방문 목적지인 플래그쉽 스토어를 방문하여 담당 직원에게 충분한 안내를 받고, 호텔로 돌아 오는 길에 밀란의 밤거리를 거닐어 본다. 삼성의 광고판이 보이는 밀라노 대성당을 중심으로 산책겸, 구경겸 걷다가 늦은 밤 호텔로 돌아온다. 

내일 아침 일찍 일행들이 방문 해야할 곳이 있다고 한다. 어디인지 정확한 안내를 하지는 않았지만, 곧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에 다들 귀국 비행기를 좀 여유 있게 일정을 잡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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