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시가지 경계의 화약탑, 틴 성모교회는 꼭 가봐야할 곳
먹어봐야 할 체코 전통음식 ‘굴라쉬’와 ‘꼴레뇨’ 그리고, 전통 맥주

 

프라하의 전경
프라하의 전경

새벽 택시를 타고 도착한 밀란 공항은 여명이 서서히 밝아 온다. 유럽에서 보는 일출 광경이 경이롭다는 생각을 하며 공항으로 들어선다. 

이른 시간이라서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 커피한잔에 간단한 요기를 할 시간이 있어 좋다. 체코 프라하로 향하는 비행기는 이륙부터가 터프 하다는 느낌이다. 

그 동안 수많은 출장을 다니며 비행기를 타봤지만 밀란에서 프라하로 향하는 비행기의 이륙 느낌을 지울만한 터프함 또는 스포티함은 없었다. 비행기의 앞 바퀴가 지상에서 떨어지는 순간 몸이 뒤로 밀리는 느낌이다. 비행기 중앙에서 뒤쪽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이륙 후 고도가 올라갈 수록 가팔라지는 각도가 느껴진다. 마치 전투기가 이륙하는 정도의 느낌이다. 새벽잠이 확 깨는 듯한 스포티함에 약간의 불안감이 섞여온다.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국제 공항에 도착하여 간단한 입국 수속을 마치고는 공항 밖으로 나온다. 장기간의 출장이다 보니 여행 가방이 터질 듯 뒤뚱거린다. 

프라하 국제 공항은 벨벳 혁명과 체코의 민주화를 이끈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의 이름을 사용한 공항이며, 시내 중심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시내로 향하는 길은 버스를 선택한다. 프라하 택시의 바가지 요금도 유명 하지만 사실은 현지인들의 삶을 좀 더 체험해 보고 싶어서 이다. 지도를 찾아 미리 예약해 둔 민박집으로 향한다. 

이번 여정에서 프라하에 잠시 체류를 하는 것은, 체코 항공에서 제공하는 특별한 혜택 때문이다. 

프라하에서 1박을 머물면 항공료를 일정 부분 할인해 주는 프로모션이 있고, 출장을 마치면 바로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에 사전에 본사의 승인을 득한 여정이다. 호텔에서 머물고도 남을 충분한 항공료 차액이 발생하지만, 장기 유럽 여행의 끝자락에 한국 음식이 그립기도 하고 또한 사전에 큰 계획 없이 도착한 프라하라는 익숙하지 않은 도시에서 몸보다는 마음이 좀 편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민박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이 내어주는 식사는 한국 가정식으로 어떻게 먹어도 꿀맛이다. 짧은 체류기간 동안 어디를 어떻게 둘러 보면 좋다는 설명까지 친절하게 해줘서 좋다. 

알기 쉽게 풀이해둔 작은 지도와 맛 집 표시 그리고 기념품에 대한 요약도 있다. 짐을 풀고 우선은 좀 걷기로 한다. 

사실 프라하하면 프라하성이나 카를교 등의 유명 장소를 둘러 보는 것도 좋지만 스카이 다이빙 체험이 워낙 유명한 곳이라서 몇 번을 확인하였으나 기류가 좋지 않아 비행기가 뜨지 못한다고 한다. 프라하를 다시 찾을 좋은 핑계 거리가 생긴 셈이다. 

 

화약탑
화약탑

우선 시내 도로를 따라 걸어 본다. 프라하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나뉘는 지점에서 만난 화약탑, 1475년 지금의 프라하 구시가지를 지키는 13개 성문 중에서 대포 요새로 건설된 고딕양식의 탑으로 65m 높이에 186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의 화약탑은 어두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주변의 화려한 장식을 한 건물들과는 대비되어 쉽게 눈에 띄지만 과거에는 이곳에서 왕과 왕비의 대관식 뿐만 아니라 외국 사신들이 프라하로 들어올 때 꼭 거쳐야 하는 중요한 관문이었다고 한다. 

 

틴 성모교회
틴 성모교회

프라하 시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틴 성모 교회가 80m 높이의 두 개의 탑과 그 탑 위의 첨탑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건물이 처음 세워진 11세기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 졌다가, 13세기 고딕양식으로 개축된 교회로 성 비투스 대성당과 함께 프라하를 대표하는 종교 건축물이다. 양쪽의 첨탑은 높이가 조금 다른데, 조금 더 높은 오른쪽 탑을 아담 그리고 왼쪽 탑을 이브라고 부르기도 한다. 

 

굴뚝빵이라 불리는 뜨로들로를 판매 중인 길거리 상인
굴뚝빵이라 불리는 뜨로들로를 판매 중인 길거리 상인

걷는 도중 길거리에서 굴뚝빵이라 불리는 뜨로들로 그리고 소시지 등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점심은 민박집에서 추천해준 레스토랑을 찾아 체코 전통 음식인 굴라쉬에 맥주 한잔을 주문한다. 

 

체코 전통 음식인 '굴라쉬'
체코 전통 음식인 '굴라쉬'

프라하식 족발 요리인 꼴레뇨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혼자 먹기에는 좀 과한 듯하여 굴라쉬를 선택한 것이다. 

굴라쉬는 부드러운 소고기에 맛있는 소스를 듬뿍 올린 음식인데, 같이 나오는 부드러운 빵을 같이 찍어 먹으면 제법 쌀쌀한 프라하의 추위도 녹일 정도로 맛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체코 전통 맥주! 부드바이져, 필스너우르켈, 코젤 등 과연 전세계에서 개인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체코다운 리스트들이다. 라거 계열 맥주를 대표하는 필스너는 전세계 맥주 생산량의 약 90%를 차지한다. 

1842년에 플젠 지방에서 처음 만들어진 필스너는 밝고 투명한 황금색으로 깔끔한 맛과 후미에 붙는 고급스런 홉 맛이 인상적인데, 플젠 지방에서 생산되는 필스너를 필스너 우르켈이라고 하여 필스너의 원조라는 의미를 담았다. 

코젤은 1874년 프란츠 링호프가 프라하 근처에 있는 마을에 세운 벨코포포비츠키 코젤에서 만들기 시작한 맥주브랜드로 체코어로 숫염소라는 뜻이다. 그래서 코젤 브랜드는 염소가 맥주잔을 들고 있는 독특한 이미지로 디자인되어 있다. 지금은 일본회사가 경영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종주국에서 마시는 코젤다크 생맥주는 기억에 남는 별미다. 

부드바이져는 지금의 미국 버드와이져(보헤미안 스타일 라거)개발에 영감을 준 체코 맥주로, 버드와이져 창업자 아돌푸스 부시가 친구와 함께 체코의 보헤미아 지역을 여행하다가 그 지역 맥주 맛에 반해 개발한 맥주가 지금의 버드와이져이다. 

전세계에서 1인당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 체코, 맥주의 깊은 역사와 더불어 현지에서 서빙되는 생맥주를 마셔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이라는 것이 특정한 목적 보다는 현지에서 얼마나 융통성을 잘 발휘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오늘의 점심은 프라하 관광지를 둘러 보는 것보다 더 큰 감동으로 남는다. 

지금도 지인 모임이 있을 때면 전문 체코 맥주집을 추천하는 기본기가 여기서 만들어 졌다고 할 수 있다. 넉넉한 시간을 할애하여 식사를 하면서 종류별 생맥주들을 맛보는 느긋함을 즐긴다. 

긴 여정의 피로가 풀리면서 긴장감도 같이 늦추어 진다. 프라하의 역사적 건축물들과 체코 전통 음식이 조화를 이루면서 어느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그리고 프라하성을 잇는 카를교까지 도보 여행으로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거리이고 야경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프라하의 밤은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기대하며 잠시 더 쉬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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