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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욱수의사 ㅣ 대수회 동물칼럼니스트

[대한수의사회 제공 l 힐링앤라이프 편집]

한동안 잠잠하던 야생동물들과 인간의 전쟁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 대한수의사회 제공
▲ 대한수의사회 제공

 

이런 상황이라면 어느 한쪽이 끝나지 않는 한 멈출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전쟁은 언제나 그랬듯이 총을 가진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이 가공할 도구의 사용은 필히 대량학살과 멸종을 예고한다.

먼저 이런 류의 전쟁을 불러일으킨 배경부터 살펴보자. 

호랑이, 표범, 늑대, 곰 등은 모피와 유해조수 구제란 이름으로 이 총에 의해 일찌감치 멸종을 당했다. 그리고 관련 종이 멸종하자 심각한 생태계의 불균형이 초래되고 그 틈새로 멧돼지, 너구리 등이 우점종을 차지하게 되었다. 
멧돼지가 초식동물을 대표한다면 이젠 육식동물은 너구리가 대표한다. 그만큼 이들은 번식력이나 환경 친화력이 뛰어나다. 환경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즉 인간 주변에 사는데 매우 능숙하고 영리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들의 주 먹잇감은, 멧돼지는 벼와 고구마 등의 농사 작물이고, 너구리 또한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를 잡아먹는다. 이 대열에 청솔모와 까치까지 가세하여 야산 주변의 과수원마저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의 야생동물구역 침범에 있다. 

▲ 대한수의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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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끈질긴 개척정신은 동물들의 깊은 터전으로까지 파고들었다. 도심의 야트막한 야산들은 대부분 아파트에 둘러싸인 섬이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당연히 그곳에 사는 동물들은 고립될 수밖에 없고 인간과 부딪힐 수밖에 없게 되었다. 환경이 좋은 시골조차도 전원주택 단지니 비닐하우스니 해서 자꾸 야생동물구역으로 세력을 확장하다 보니 도대체 누가 침입자이고 누가 주인이지 애매한 상태까지 이르렀다. 물론 정당한 판정이라면 인간이 침입자겠지만 말이다.

일단 동물들의 침범이 잦아지면 처음에는 소극적인 방어 전략들을 구사한다.

주인들이 날을 새면서 꽹과리를 치거나, 구할 수 있다면 호랑이 똥까지 뿌리기도 하고 호랑이 울음소리를 틀기도 한다. 다음 단계는 조금 비용이 들지만, 물리적인 방어막을 구축하는 것이다. 즉 울타리나 덫을 놓는 것이다. 하지만 들인 비용에 비하면 효율성이 낮을 수 있고 영리하게 회피하는 동물들에겐 거의 무용지물이다. 
 

최후의 방법은 결국 총이다. 

총은 사냥꾼들이나 농민들에게 손쉬운 도구지만 야생동물들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요즈음 총기도 발달해서 조준경이나 레이저 표식을 이용하면 누구나 명사수가 될 수 있다. 산탄총은 반경 1m 내의 모든 생물을 박살낸다. 가끔 사람도 그 표적의 일부가 되는 불행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금의 현실은 이들 야생동물들의 서식지 분포나 행동 양태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지도 않고 있는 가운데, 유해조수 구제 사업이 앞서가고 있다. 만일 잘못 짚었다면 무분별한 총기사 용으로 인해 밀도가 편중된 지역을 집중 공략함으로써 일제강점기 맹수류에 이은 제2의 멸종을 부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멸종은 또 다른 멸종을 낳고 결국 인간을 포함한 어떤 종도 살 수 없는 죽음의 생태계가 되어 버린다. 새의 밀도가 증가하면 조류독감 위험은 그만큼 증가한다. 쥐의 전염병도 마찬가지다.
이런 악순환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예전에 농사를 많이 지셨던 어머니에게 한 번 조심스레 여쭤본 적이 있다. 옛날에는 멧돼지가 나타나면 어떻게 했느냐고, 어머니의 대답은 명료하고 간단했다.

‘원래 그런 곳에는 농사를 짓지 않았으니 멧돼지를 볼 일도 없었다!’ 고. ‘아, 그렇구나! 그것이 방법이구나!’ 

인간이 사는데 인간이, 동물이 사는 곳에 동물이 살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그걸 실천하는 건 말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다음 다음 세대까지 지속가능성을 고민한다면 조그만 거라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일임엔 틀림없다.

▲ 대한수의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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