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욱수의사 ㅣ 대수회 동물칼럼니스트
광주광역시 우치공원관리사업소

[자료제공ㅣ대한수의사회]

▲ 대한수의사회 제공
▲ 대한수의사회 제공

무려 아프리카 희망봉에 사는, 지구 최남단 거주 펭귄인 쟈카스펭귄(케이프펭귄) 여러 마리가 새로 들어왔다. 펭귄은 처음 키워보는 것인데, 암수 차이도 잘 모르겠고 서로 너무 닮아있어 개체별로 펭귄을 관리하려면 인공적인 표식을 하여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문헌을 뒤져봐도 딱히 규격화된 물건도 없고 해서 철물점에서 속칭 ‘찍찍이’라는 것을 사서, 숫자를 늘려가고 오른발, 왼발 번갈아 붙이면서 나름대로 머리를 쓴다고 써서 표시했다. 그러고 나서 금방 2개월이 지났는데 애초에 1년생 새끼들을 데려오다 보니 애들이 먹이면 먹이는 대로 부쩍부쩍 커지면서 털갈이도 하기 시작했다.
그걸 지켜보노라니까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슬슬 내가 붙인 찍찍이가 혹시 귀한 펭귄들의 살을 파고들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처음 부착할 땐 빠지지 않게 한다고 꽉 조여 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바로 확인해 보니 몇 마리는 좀 조여들었어도 나머지는 느슨하게 묶어져서 괜찮았다. 기왕 손댄 것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차라리 모두 제거해 주는 편이 나을 것 같아 또 그렇게 해 주었다. 이렇듯 우리는 흔히 동물들에게 사람과 동물의 안전을 위한다고, 연구목적이라고, 아니면 조련시키기 위한 도구로 각종 조임쇠를 동물들에게 인위적으로 부착하기도 한다. 이 기구들은 잘만 관리된다면 그렇게 큰 불편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긴장의 끈을 조금만 늦추면 말 못하는 그들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도 있다.
 

▲ 대한수의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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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은 동물원에 어떤 초로의 아저씨가 찾아와서 하시는 말씀이, 자기가 공장을 운영하는데 공장을 지킬 목적으로 지인한테서 개를 한 마리를 얻어와 마당에 묶어놓고 키웠단다. 그런데 그곳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개가 온 지 며칠도 안 돼서 그만 목 끈이 그대로 묶인 채로 달아나서 멀리 가지는 않고 주변을 배회하는데, 이제 어느 정도 성장하다 보니 그 목 끈이 조여오기 시작해서 거의 살을 파고 들어갈 지경이 되어버렸단다. 아저씬 개를 잡는 건 둘째 치고 차마 불쌍해서 볼 수 없어 사방으로 알아보았는데 일반 동물병원에서는 그런 일을 해줄 수 없다고 하고, 소방서에서는 거부하고 해서 고심 끝에 동물원을 찾아왔다고 했다.

아저씨 말을 들으니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까지 거절하면 아저씨의 실망도 실망이겠지만 개가 너무 안 되겠다 싶어 조용히 혼자서 장비를 갖추고 아저씨를 따라나섰다. 가 보니 역시 그 개는 옛 주인 곁으로는 일정 거리를 두고 오긴 오는 데 낯선 나에게는 도무지 마취총(블로우건)을 쏠 거리를 주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아저씨에게 쏘는 요령을 가르쳐 주고 내 총을 맡겼다.1)

의외로 쉽게 마취총을 맞추긴 했는데, 그 개는 본 마취 도입 전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신나게 달아나서 그만 산속으로 꼭 숨어 버렸다. 공장 직원들을 모두 풀어 겨우 무덤 옆에 꼬꾸라져 있는 개를 찾을 수 있었다.
일단 목걸이를 제거해 주었는데 정말 그 밑에 살 썩는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더러운 조직을 최대한 제거하고 지혈 후 소독까지 해주니 개 목은 회복이 가능할 정도로 깨끗해졌는데 미처 수술 장갑까지를 챙기지 못한 내 손에선 부패취가 가득했다.
그래도 이제는 안심해도 되겠구나 싶어서 기분 하나는 매우 좋았다.
 

▲ 대한수의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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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철새들이나 동물들에게 위치와 생태를 알기 위한 연구용으로 쇠나 플라스틱 부착물 또는 무선 발신기, 심지어 문신 같은 걸 하는 걸 본다. 색상이나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당연히 생물학자들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해서 고안해 내겠지만 행여라도 사람의 편리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괭이갈매기 새끼는 어미 부리의 빨간 점을 자극하여 먹이를 얻는다. 인공 새로 실험해 보와도 그 빨간 점에만 집착한다. 시력이 좋은 새들에게 동료의 특이한 모양과 색깔의 부착물은 엉뚱한 공격목표가 될 수도 있다.

호랑이나 사자들은 그들 귀 뒤의 희거나 검은 작은 반점을 보고 동료를 인식하기도 한다. 물론 나도 이런 연구용 부착물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선 이제까지 들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동물들이 낯선 사물이나 냄새에 대해 본능적으로 꺼리는 걸 보면서 혹시 이런 강제 인공부착물들이 왕따나 공격목표는 되지 않을까 우려가 들기도 하고 가끔 그게 너무 크고 안 어울려, 보기에 괜히 불편한 적도 있다. 

Ref.
1) 2016.12.30.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으로 2017.1.1.부터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진료가 금지됨에 따라 보호자 또는 소유자가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마취를 시킬 경우, 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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