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우치공원관리사업소
최종욱수의사 ㅣ 대수회 동물칼럼니스트

[대한수의사회 제공 l 힐링앤라이프 편집]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세상에 동물원 동물들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동물원 사람들일 것이다. 가끔 동물 프로그램에 나오는 동물원 사람들을 보면, 일부 과장된 측면이 전혀 없지 않고 연기력이 좀 부족하지만, 방송에 나오는 것보다 실제론 훨씬 더 순수하고 동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분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동물들은 그들에게 식구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동료들이자 생활의 원천이니 그래야 하는 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그들의 단점을 먼저 꼬집으려 하지 그 내면까지를 조금이라도 헤아리려는 이들은 매우 드문 것 같다. 아마도 그 점이 우리가 동물원에서는 일할 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소외감 내지 고립감의 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애정이 있으면 당연히 마음을 쓰게 되는 법, 그 애정의 대상인 동물들에게 동물원 사람들은 나름 해주고 싶어 하는 일들을 한두 가지쯤은 늘 가지고 있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 물새장과 조류사를 돌보는 사육사(여)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제공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제공

“난 앵무새 초롱이와 진짜 대화 같은 대화를 꼭 나눠보고 싶어. 애가 나를 좋아하는 건 같은 데 통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만단 말이야. 언젠간 꼭 내 편으로 만들어 볼 거야. 큰물새장에는 바깥의 냇물을 끌어들여 고이지 않고 수량이 풍부한 자연수를 꼭 흐르게 하고 싶어. 그리고 물새장 높이를 지금보다 10배쯤은 더 크고 높게 만들어 물새들이 마음껏 하늘을 날면서 번식 활동도 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습지 같은 곳도 꼭 안에 만들어 주고 싶어.”

# 파충류사 사육사(남)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제공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제공

 

“난 동물원에 인공사막과 밀림을 유리온실 안에 꼭 조성해 주고 싶어. 파충류들은 어차피 열대나 사막의 동물이니 그런 곳이 키우기에 딱 적당할 거야. 관람객들도 색다른 기후를 느끼는 재미도 있고 자연환경도 경험할 수 있으니 동물도 사람도 일석이조 아니겠어. 여건이 된다면 곁에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는 모래 미끄럼장이나 자그마한 사막 사파리도 꾸미면 더욱 좋지 않을까?” 

# 사자사 사육사(남)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제공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제공

 

“우리 동물원에는 에버랜드처럼 사파리가 없는 게 늘 아쉬워. 만일 사파리가 가능하다면 다른 동물원처럼 좁게 만들지 않고 사바나처럼 넓게 만들어 하늘다리나 유리터널을 통해 관람케 하는 거야. 그리고 맹수들 곁에는 보이지 않은 투명 울타리나 함정을 두고 초식동물 사파리도 곁에 함께 만드는 거야. 서로 긴장관계를 조성해주면 동물들도 오히려 더 건강해 질 거야.”

# 해양동물사 사육사(남)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제공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제공

 

“나 역시 해양동물사에 바닷물이 없는 게 늘 아쉬워. 여건만 허락한다면 큰 수족관처럼 만들고 바닷물도 넣어주고 고래나 상어도 직접 키워보고 싶어. 물론 지금 있는 펭귄이나 물개들도 무척 좋아할 거야. 펭귄이 물속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아래에서 보면 마치 나는 것 같아 보인데. 물속을 나는 새, 물속을 헤엄치는 북극곰 정말 환상적인 그림 아니야?”

# 원숭이사 사육사(여)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제공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제공

 

“선배님들 말씀 들으니 저도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우선 저는 원숭이 인공 섬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그곳에서 원숭이들이 종류별로 각 섬에서 무리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사람들은 배를 타고 구경하는 거예요.

그 섬에는 화초와 유실수 같은 나무도 많이 심고 ‘앙코르 와트’ 같은 미니어처를 만들어 원숭이들이 그곳에 살게 하는 거예요. 동물구경도 하고 세계문화유산도 함께 체험하는 거지요. 저는 인디아나 존스 같은 복장을 하고 밥을 주러 들어 가구요. 상상만 해도 정말 끝내주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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