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여행의 Must See, 센강(세느강)을 따라 파리의 밤 풍경을 즐겨 보자

 

순수 여행자가 아니라 출장 중에 잠시 짬을 내어 견문을 넓히는 필자에게 하루 밤을 머물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미팅 일정이 있는 상황에서 야간 투어를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시차 적응을 위하여 햇볕을 받으며 좀 걷거나, 약간의 욕심을 내어 제법 오랜 시간을 시내를 둘러 보고 나면 시차 적응이 한결
쉽다는 것은 오랜 출장 경험에서 터득한 기술이다. 

첫날 밤에 얼마나 숙면을 취할 수 있느냐가 곧 시차 적응의 척도이니, 몸이 피곤할수록 시차와 관계없이 깊은 잠을 청할 수 있다. 해외 출장을 다녀 본 분들은 누구나 시차 적응으로 고통을 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미국은 12시간 정도의 시차가 나기 때문에 오히려 쉽다. 그러나 유럽은 8시간 내외의 시간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계산하기도 힘들뿐 아니라, 몸도 적응이 쉽지 않다. 혹자는 수면을 유도하는 약을 먹거나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있으나, 억지로 잠을 자는 것은 오히려 몸에 무리가 온다. 호텔 내 헬스장을 찾아 좀 무리다 싶을 정도로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기는 하나 필자의 선택은 항상 걷기다. 햇볕을 받으며 걸으면 몸이 낮과 밤을 스스로 익히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저녁이 오면 장거리 비행에 더해 시차에서 오는 피로감과 얼마간의 산책에서 오는 피로감이 힘을 합쳐 간단한 저녁 식사 후에는 자연스레 침대로 들게 한다.

이번 파리에서의 시간은 꽤 오랜 시간을 걸었다. 몸은 이미 충분히 피곤하다. 간단한 저녁 식사에 곁들인 두어 잔의 술은 온 몸의 근육을 마비시키며 호텔로 돌아갈 것을 재촉한다. 일행은 이미 호텔로 돌아가 쉬고 있다. 그러나 에펠탑 앞에 위치한 선상카페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날은 어두워지고, 하나 둘 불빛이 들어오는 센 강의 야경은 필자의 선택지를 좁힌다. 그래 야경을 보고 가자. 몸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으니, 배를 타고 센강을 돌아보는 유람선 투어를 해보기로 한다. 조금 더 무리하면 조금 더 깊은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 스스로를 합리화 해본다.

에펠탑 앞을 출발하여 앵발리드, 오르세미술관, 퐁네프다리, 노트르담대성당, 루브르박물관, 콩코드광장, 알렉산드 3세교를 돌아오는 여정으로 1시간 10분가량 소요된다. 1층은 실내이고, 2층은 지붕이 없이 오픈 된 공간으로 되어 있다. 밤 공기가 좀 쌀쌀 하기는 하지만, 2층 괜찮은 자리를 잡고, 배가 출발하기를 기다린다.

에펠탑 야경
에펠탑 야경

날이 어두워지면서 에펠탑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조금은 삭막해 보이던 철재탑이 불빛을 받으며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 간다. 시간에 맞추어 점멸등으로 바뀌기도 하고, 레이져 빛을 쏘기도 한다. 유람선을 타고 돌며 바라보는 에펠탑은 다른 건축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보는 각도에 따른 다른 느낌을 준다.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라는 말이 새삼 다시 다가 온다.

센강에 있는 다리들은 각자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다리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 주듯 오랜 시간 담아둔 역사를 줄줄이 읊는 듯 관광객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 같이 머무는 청춘들은 강가의 여기 저기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에 곁들이는 와인보다 저들처럼 강가에 앉아 맥주한잔 나누는 젊음이 어느덧 부럽다.

센강의 밤은 유람선을 비롯한 수많은 배들이 오고 간다. 고층 빌딩 숲 속을 달리는 듯한 한강 유람선과는 대조적으로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많아서 센강의 유람선은 색다르고 의미가 깊다. 유람선 코스에 있는 몇몇 주요 건축물들을 정리해 보자. 

앵발리드는 나폴레옹 1세의 묘소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1670년 루이14세가 전쟁 부상병들을 위해 세운 요양소이다. 현재도 100여명의 퇴역 군인들이 여기서 요양생활을 한다고 한다.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센터와 함께 파리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오르세미술관은 건물의 모태인 오르세 역에서 그 이름을 가져왔으며, 19세기 이후의 근대 미술 작품을 전시한다.

퐁네프 다리는 누구나 아는 곳이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로 유명한 퐁네프 다리는 400여년의 역사를 가진 곳으로 30여개에 이르는 센강의 다리 중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며, 영화 상영 이후 많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명소가 되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퐁네프 다리를 넘어 시테섬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성당이다. 12세기 고딕 건축의 걸작으로 노트르담은 ‘우리의 귀부인’이라는 의미로 성모마리아를 의미한다. 

루브르 박물관은 영국의 대영박물관, 바티칸시티의 바티칸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헬레니즘 조각의 걸작인 사모트라케의 니케 등 유명 작품들이 전시된 이곳은 하루를 꼬박 투자해도 다 둘러보기 힘들 정도다.

지금은 루브르 박물관의 상징이 된 박물관 정면의 유리 피라미드는 1989년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인 에이오 밍 페이가 설계한 것이다.

파리에서 가장 큰 규모에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진 콩코드 광장을 지나 알렉산드 3세교로 향한다. 알렉산드 3세교는 파리 센강에 놓인 37개 다리중 가장 화려한 다리로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를 기념하여 1897년 ~1900년에 건축되었다. 1892년 체결한 러시아와의 동맹을 기념하기 위하여 러시아의 황제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알렉산드로 3세교라 하였으며, 1896년 10월 알렉산드로 3세의 아들인 니콜라스 2세가 주춧돌을 놓았다고 한다. 다리 양끝에 20미터 높이의 금빛 청동상을 세웠으며, 아르누보 양식의 가로등과 꽃, 동물 등의 조각을 새겨 넣었다.

배는 어느새 출발지로 향하여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간다. 같은 곳을 지나가지만 반대 방향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새로운 느낌을주기에 충분하다. 지나는 유람선에 손을 흔들기도 하고, 같은 유람선을 탄 외국인들에게 부탁해 서로의 사진을 담기도 한다. 센강의 야경은 동양인과 서양인을 구분하지 않는다. 모두들 화려한 야경에 몰입하며 감탄한다. 조명으로 둘러 쌓인 에펠탑의 아름다움이 점점 가까워 진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배가 선착장에 가까워짐을 안다.

짐을 챙기고 화려한 야경은 다음을 또 기약하며 택시를 찾는다. 수년 전 낮 시간에 타본 유람선과는 완전히 다른 광경이다. 한강이나 해운대의 유람선도 낮보다는 밤이 더 화려하겠지만, 센강의 야경은 밤이 확실히 좋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함이다. 카메라를 잡는 순간에도 혹시 사진을 담는다고 놓치는 경치가 있을까 싶어 조마조마할 정도다. 다음에 파리에 온다면 또다시 야경 투어를 할 것이다.

택시에 몸을 얹고 숙소로 향하는 동안 잠시 잠깐 졸음이 쏟아 진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낮과 밤을 걸어 다녔으니 그럴 만도 하다. 오늘 밤은 유래 없는 깊은 잠을 에약하는 듯하다. 

호텔에 도착하고, 수동식 여닫이 엘리베이트를 타고 방으로 향한다. 센강에서 즐겼던 그 오래되고 화려한 건축물들의 끝을 영화에서나 봄직한 수동식 여닫이 엘리베이트로 마무리한다. 불편함으로 다가왔던 호텔이 갑자기 친근해 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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