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히 흐르는 적수하(赤水河)를 바라보며, 술 한 잔을 마셔본다
장향(醬香)이 돌출하고, 입 안에 그윽함이 가득 퍼지네!

적수하는 귀주성(贵州省)의 모태진(茅台镇)이라는 마을에 흐르는 강 이름이다. 홍색의 사암(砂巖)으로 이루어져서 많은 비로 인해 강물이 범람할 때면 홍색을 띤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모태진이라는 곳은 그 유명한 귀주모태주(贵州茅台酒, 구이저우마오타이주)가 만들어지는 마을이다. 중국 백주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술이 바로 귀주모태주이다. 중국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한번쯤은 그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왜냐하면 수천 가지의 중국술 가운데 귀주모태주를 최고로 치기 때문이다.

저녁 모임에 귀주모태주를 들고 가면, 저마다 한잔씩 달라고 술잔을 내민다. 그런데 잠시 후에 대부분의 표정이 유쾌하지 않다. 여타의 다른 백주보다 훨씬 맛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 먹어보니 맛이 짜고 이상하였기 때문이다. 귀주모태주는 연태고양이나 노주노교처럼 단향과 단맛을 지닌 농향형 백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 귀주모태주 53%
▲ 귀주모태주 53%

모태진에 간 것은 2017년 늦가을이었다. 중경(重慶)에서 출발하여 귀주성 준의시(遵義市)를 거쳐 오후 늦게 모태진에 도착하였다. 우선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을 겸 거리로 나섰다. 그런데 주위가 온통 술파는 가게였다. 귀주모태주창에서 만든 술뿐만 아니라, 모태진에서 생산되는 중소형 업체들의 술들도 상당히 많았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광경으로, 모태진 전체가 거대한 술의 도시였다. 

어둠이 내리자 적수하의 채홍교(彩虹桥) 입구에 모태진 지역음식을 파는 좌판이 들어섰다. 자리를 정하고 간단하게 양고기 꼬치와 가지 요리 등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방금 전 술가게에서 구입한 술 한 잔을 따른다. 적수하를 바라보며 술을 마시니, 내가 모태진에 왔구나 하는 느낌이 확 들었다. 주위의 왁자지껄하는 하는 소리는 음악처럼 들리고, 독한 장향형(醬香型) 술은 달달하게만 느껴졌다.
 

▲ 모태진 지역음식을 파는 좌판
▲ 모태진 지역음식을 파는 좌판

장향형 백주로는 대표적으로 귀주모태주를 비롯하여 사천성의 낭주(郞酒), 호북성의 상덕무릉주(常德武陵酒)가 있다. 모두 중국명주로 귀주모태주는 제1차 중국평주회(1952)부터, 낭주는 4차(1984)부터, 상덕무릉주는 마지막 5차(1989)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흑룡강성의 특양용빈주(特酿龙滨酒), 귀주성의 습주(习酒) 등도 유명하다. 요즘에는 모태진 지역의 중소업체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 낭주(郞酒) 53%
▲ 낭주(郞酒) 53%

장향형이란 장류 식품의 향이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실제로 간장보다는 엷은, 된장・청국장 향기보다는 강한, 여러 복합적 향기를 지니고 있다. 

더불어 향이 그윽하게 퍼지는데, 그것을 유아(幽雅: 그윽하고 우아함)하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이것은 맛에도 연관된다. 짠맛, 쓴맛, 자극적 맛, 단맛들이 강렬하지만 서로 잘 섞여서 부드럽게 느껴진다. 좋은 제품일수록 향과 맛에서 순정하고 세밀한 부드러움(細膩)을 느끼게 된다. 

또한 장향형 술은 다른 향형보다 깊고 풍만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향과 맛을 결정하는 화학적 물질이 농향형과 청향형 백주보다 많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맛과 진함은 3년 이상의 숙성을 통해서 완숙되고 서로 조화하게 된다. 

한편 술을 다 마신 빈 잔의 경우에 그 향이 오랫동안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을 유향지구(留香持久: 다 마신 빈 잔의 향이 오랫동안 지속됨)라고 한다. 장향형 백주의 큰 특징 중에 하나인데, 품질이 좋은 술은 몇 시간 혹은 그 다음날까지 기분 좋은 장향이 난다고 말한다. 반대로 좋지 않은 술은 몇 시간 후에 향이 약해지고 또한 변질되게 된다. 

현재 국내에 정식 수입되어 유통되는 장향형 백주는 아직 많지 않은데, 귀주모태주 계열의 술과 모태진에서 생산된 장향형 백주 정도가 있다. 

모태주 계열의 경우 모태영빈주(茅台迎賓酒)와 모태왕자주(茅台王子酒)이다. 모태영빈주는 모태주 입문용으로 대형마트에서 4만원 전후(500㎖ 기준, 이하 동일)이고, 모태왕자주는 이보다 좀 더 순후한 맛을 보여주는데, 대형마트에서 대략 7만원 전후이다. 

모태진에서 생산되는 제품으로는 모태진금장주업유한공사(茅台镇金酱酒业有限公司)의 강소이(犟小二) 대사친양(大师亲酿)과 강소이 홍색경전(红色经典)이 있다. 가격대는 2만원과 3만원 전후로, 귀주모태주 계열의 술보다 상당히 저렴하다. 그러나 장향형 백주의 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백주 Tip〕


귀주모태주 상표
사진을 보면, 모태영빈주와 모태왕자주의 상표와 귀주모태주의 상표가 다르다. 모태영빈주와 모태왕자주의 상표는 붉은색 별, 금색 톱니바퀴모양과 보리 이삭으로 이루어졌는데, ‘오성패(五星牌. 金輪牌라고 하기도 함)’라고 한다.

오성패는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상표로 붉은색 별은 중국 공산당을, 금색 톱니바퀴는 공업과 노동자 계급을, 보리 이삭은 농업과 농민 계급을 의미하며, 1953년부터 사용하였다.

귀주모태주의 상표는 두 명의 선녀가 잔을 받치고 있는 모양으로 이루어졌는데, ‘비천패(飛天牌)’라고 한다. 비천패는 돈황석굴(敦煌石窟) 벽화의 선녀 그림으로부터 도안된 것이며, 1959년부터 사용하였다.

이 두 상표는 귀주모태주창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상표이나, 오성패가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서 수출용보다는 내수용으로, 비천패는 수출용 귀주모태주에 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내수용에도 비천패 귀주모태주가 많이 유통되고 있다.

 

▲ 모태영빈주 53% (왼쪽)와 모태왕자주 53%, 강소이(犟小二) 대사친양(大师亲酿) 53%와 홍색경전(红色经典) 53%
▲ 모태영빈주 53% (왼쪽)와 모태왕자주 53%, 강소이(犟小二) 대사친양(大师亲酿) 53%와 홍색경전(红色经典) 53%

 

 

 

 

저작권자 © 힐링앤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