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 속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병원, 정부는 우선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 임기 중 무면허 진료 근절과 ‘반려동물기초건강보험제도’ 도입이 큰 목표
- 질병과 고통 벗어나 건강한 삶 누리는 것이 진정한 동물복지
- 아픈 동물을 위한 동물병원 전용제품의 무분별한 온라인유통은 위험천만한 일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l 이병렬 회장

총 임기 3년 중 1년이란 시간을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한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제15대 이병렬 회장, 회장으로 선임되기 전까지 다양한 정책과 협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겠지만 지금의 펜데믹 속에서 어떠한 일들을 이뤘고 앞으로 또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힐링앤라이프에서 이병렬 회장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이병렬 회장 |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 이병렬 회장 |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 간단한 회장님 소개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네, 저는 고향인 광주광역시에서 현재까지 동물병원을 27년째 운영하고 있는 임상수의사입니다.
 

>> 임기를 시작하신지 1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기억에 남는 힘들었던 일과 보람된 일이 있으시다면?
네, 어려웠던 점은 짐작하시겠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직접 대면으로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제한되었던 점입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온라인으로 전환하여 “2020 KAHA 온라인 학술컨퍼런스”를 수의계에서는 처음으로 시행하여 모범적이고 성공적으로 치룬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가지가 더 있는데, 농식품부의 “수의사처방대상동물약품의 확대고시”입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지만 일명 ‘강아지 공장 사건’으로 촉발되어 2017.7.1.부로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치료를 전면 금지하는 수의사법이 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약사법의 예외조항 때문에 동물약품을 취급하는 약국에서는 백신 등 주사제를 제한없이 판매하는 상황으로 수의사법 개정과 위배되는 상황이었는데, 저희 협회의 주도적인 노력으로 농식품부의 고시가 개정되어서 이것을 바로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음주운전은 금지시켜 놓고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술을 팔고 있는 상황을 바로 잡은 것입니다.
 

>> 펜데믹이 반려동물산업 또는 수의업계에 전반에 끼친 영향은?
동물병원을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매출 저하로 어려운 상황이며, 일부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업종은 그나마 좀더 나은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관심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협회가 바라보는 방향은 어떠한지? 그리고 정부에 제안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동물보호와 복지에 대해 관심과 여러 가지 의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동물복지의 기초는 질병과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어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것입니다.
즉, 동물복지의 기본은 건강인데, 복지는 얘기들을 많이 하지만 동물의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없고 오로지 진료비용에 대한 이야기들만 하고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각종 선거철만 되면 동물진료비에 대한 법안들이 발의되지만 실상은 동물의료의 특수성과 이해의 부족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서 진료비를 청구하는 항목(용어)이 병원마다 다르게 사용하고 있어서 진료항목코드를 만들기 위해 농식품부에서 예산을 국회에 상정하였는데 전액 삭감한 국회의원들이 진료비를 공시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다거나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 진료비를 사전에 고시하도록 강제하는 수의사법을 발의하는 것을 보면 동물의료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표를 의식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의사들이 실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만들어 놓고 순서대로 해야 하는데 중간과정은 전혀 없이 결론만 가지고 법을 만들어서 강제하려고 하니 수의사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많습니다. 참고로 “질병관리청의 2분기 주요 코로나19 예방접종대상군(보건의료인과 사회필수인력)”에 수의사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동물병원은 사람처럼 공적의료가 아닌 사적인 개인사업을 하는 보건의료인도 아니고 사회필수인력도 아니라고 규정해 놓고서 규제와 법안은 의료법과 똑같이 규제하고 있고 의료인은 정부의 여러 가지 제도적인 지원도 있으나 수의사는 의료인이 아니라서 단 1원의 지원도 없고 오로지 규제만 있습니다.
또한, 농식품부에는 반려동물 의료를 전담하는 부서도 없고 담당인력도 없습니다. 이제라도 기본부터 하나씩 순리대로 시스템적인 방식으로 접근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이병렬 회장 |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 이병렬 회장 |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 반려동물 자가진료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가진료는 동물의료 사각지역의 가축에 한해서 예외조항을 두고자 시행하게 된 것인데 관련 수의사법이 제정된 당시에는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이 없을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반려동물문화가 성장하면서 법률 적용이 잘못되어 “강아지 공장 사건” 등 여러 사회문제와 생명을 경시하고 부작용으로 동물이 사망하는 등 동물학대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불법적인 무면허 의료행위를 바로 잡고자 작년에 “자가진료 부작용 사례집”을 협회에서 발행하여 관련 단체, 정부, 언론사에 배포하여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고 지속적으로 제보받은 자가진료행위를 고발하여 법원에서도 동물에게 주사행위는 동물병원을 개설한 수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는 판결을 받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되고 있습니다.
 

>> 반려동물 등록제가 고양이까지 확대 시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보호자들의 인식은 어느 정도 일까요?
고양이에 대한 등록은 현재는 선택사항이고 반려견은 법적인 의무사항이지만 이런 내용조차도 모르는 보호자가 아직도 많으시고 동물등록의 필요성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물등록제의 본래 목적달성을 위해 내원하는 보호자분들에게 설명드리고 있고 정부에서도 더 홍보가 필요해 보입니다.
 

>> 처방식 사료 등 동물병원 전용 제품들의 온라인 유통으로 일선 원장님들의 스트레스와 피로도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협회 차원의 대응·대처방안에 대해 말씀 주신다면?
처방사료는 아픈 동물의 식이를 조절하여 질병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함인데 잘못 선택하면 오히려 질병을 악화시키고 자칫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1가지 질병이 아니라 여러 복합적인 질병상태라면 더욱 수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고 일정기간 급여하고 검사를 통해 중단하거나 사료를 변경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해가 없이 처음 처방받은 사료를 평생동안 계속해서 먹이는 보호자분들도 진료하면서 상당히 많이 접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질병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수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먹여야 하는 것이 처방사료인데, 단순히 비용 때문에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희 협회도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회원단속과 함께 관련 업체 및 유통회사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으며, 사료법을 일부 개정하자는 의견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 동물병원협회장으로서 임기 내 이것만큼은 반드시 이루고자 하시는 목표가 있으시다면?
자가치료는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의 확산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무면허 진료가 사라지는 것이며, 임기 내에 협회를 사단법인으로 설립등기를 마치는 것을 계획하고 있고 국가 주도의 “반려동물 기초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하는 큰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 협회 업무와 동물병원 진료를 병행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으시다면?
진료와 협회의 업무를 동시에 한다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수의사로서 사명감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없지만 영화를 즐겨 보는 것이 유일한 해소법입니다. (웃음)
 

>> 동물병원협회 임상수의사 회원분들과 보호자분들에게 한 말씀 주신다면?
코로나19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회원들의 동료의식이 저하될까 우려스러우나 모든 회원들께 힘내시기를 당부드리며, 뉴스를 통한 반려동물의 코로나 감염에 대한 보호자분들의 걱정스런 질문이 있으나 아직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를 전염시킨다는 명확한 근거도 없고 실제 사례도 거의 없으니 걱정마시고 일상적인 개인 방역수칙만 준수하시면 큰 문제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끝으로 구독자분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희 한국동물병원협회(KAHA)는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반려동물 보호자분들에게 올바른 반려동물 양육과 질병정보를 제공하고자 금년부터 매월 1회 “위들아카데미”라는 온라인 무료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월 다양한 주제를 선정하여 참가자에게 이벤트와 경품은 물론 실시간 라이브방송을 진행하고 있으니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고 보호자는 물론 반려동물과 가정에 건강과 행복과 웃음이 넘쳐나시기를 항상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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