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기자의 맛집 탐방기] Episode. 12. ‘단 하나’의 메뉴만으로 승부한다! ‘설악전복뚝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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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기자의 맛집 탐방기] Episode. 12. ‘단 하나’의 메뉴만으로 승부한다! ‘설악전복뚝배기’
  • 김응민 에디터
  • 승인 2020.12.2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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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준비한 싱싱한 생물 재료만 엄선 … 무(無)MSG
청어알‧가리비 젓갈을 비롯해 국내산 전복·쌀·김치 사용

 

올해 초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것들이 제한됐지만, 그중에서도 마음 아픈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온천욕’이었다. 일상에 지친 몸을 뜨끈한 온탕에 담그면 금세 노곤노곤해지며 피로가 풀린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공기와 비말을 통해 전파되는 것이 밝혀지면서 대중탕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꺼려지게 됐고, 특히 지난 12월 1일부터는 수도권 지역의 한증막과 사우나 이용을 전면 제한하는 조치가 내려지면서 온천욕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되어 버렸다.

그러던 중 ‘탄산온천’과 ‘오색약수’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의 오색그린야드에서 숙박을 하면, 객실 내에 있는 욕조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모르는 사람과 섞이지 않아 감염에 대한 우려가 없고, 가족끼리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최근 ‘비대면 여행지’로 뜨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오색그린야드는 호텔이나 콘도 형태의 객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 식자재를 준비해 콘도를 이용하면 직접 조리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1박 2일 동안 사람들을 마주치지 않고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주말이 되자마자 강원도를 향해 차를 몰았다. 

속초를 향하는 길은 맑은 겨울 하늘처럼 뻥 뚫려 있었다. 날이 너무 맑고 좋아서 터널로 ‘편하게’ 갈 수 있는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대신에, 꼬불꼬불 산길을 지나야 하는 ‘불편한’ 한계령 옛길을 이용했다. 

가수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을 들으면서 천천히 차를 몰았고, 정상에 다다르자 탁 트인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차를 잠시 멈추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출발한 까닭에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했기 때문이다.

마침 숙소에 체크인할 수 있는 시간까지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 속초에 들러 식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전에 갔었던 ‘명성게찜’이 생각났으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다른 대안을 생각했다.

 

설악전복뚝배기
설악전복뚝배기

그런데 그때.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식당이 있었다. 필자가 속초에 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전복해물뚝배기 집이었다.

사실 이 식당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5~6년 전에 부모님과 함께 속초로 가족여행을 왔을 때, 조미료를 좋아하시지 않는 부모님의 입맛을 생각해 인터넷을 뒤져 발견한 음식점이었는데 가족들 모두가 너무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덕에 그날 이후로 속초에 올 때마다 찾곤 했다.

속초의 맛집, ‘설악전복뚝배기’는 속초시 번영로에 자리 잡고 있다. 속초중앙시장에서 차로 오면 1~2분, 걸어서 와도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식당에 들어서자 단출한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메뉴판엔 ‘전북뚝배기’ 하나만 적혀 있었다. 단 하나의 메뉴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사장님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고민할 것도 없이 전복뚝배기 2인분을 주문했다. 

김치와 정갈한 나물 밑반찬이 나왔고, 무엇보다 청어알 젓갈과 가리비 젓갈이 눈에 띄었다. 함께 나온 김에 싸 먹으니 식전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이윽고 기다리던 ‘메인 요리’ 전복뚝배기가 나왔다. 

사장님은 활전복을 비롯해 가리비와 새우 등 신선한 해산물들이 한가득 담겨 있는 해물뚝배기를 내주시면서 “우선 숟가락을 이용해 가리비에 붙어 있는 살을 분리시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라며 “활전복은 뜨거운 국물에 5분 정도 담가 두었다가 먹는 것이 가장 맛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분 후에 전복을 꺼내서 내장이 있는 부분을 숟가락으로 슬슬 긁어주면 힘들이지 않고 전복만 발라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복뚝배기
전복뚝배기

설명대로 뚝배기의 공간을 확보한 뒤에, 우선 시원한 국물을 한 숟갈 먹어봤다. 조미료를 쓰지 않아 깔끔하고 시원하면서도, 신선한 해산물들을 사용해 전혀 비리지 않은 ‘일품’ 국물 맛이 느껴졌다. 술은 먹지 않았는데 마치 해장이 되는 기분이었다.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 맛을 잊지 못해 매년 찾아오고 있다는 말을 사장님께 전하자, “매일 새롭게 준비하는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로 전복뚝배기를 조리해 오고 있다”라며 “국내산 전복을 사용하며 조미료는 전혀 넣지 않는다. 만약 당일 준비한 생물재료가 모두 소진되면 식사를 조기에 마감한다”라고 전했다. 몇 년째 방문하는 집이지만, 처음 느꼈던 맛을 그대로 간직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웠던 것은 코로나19 여파 탓인지 가게에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었다. 최대한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점심시간보다 일찍 온 탓도 있었겠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썰렁한 분위기여서 마음이 좋지 못했다. 

어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 마스크 없이 즐거운 마음만 안고 다시 이곳을 방문하는 날이 오기를 기도하며 식당을 나섰다. 다행히 우리가 음식점을 나오자마자 새로운 일행이 식당에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 그들도 설악전복뚝배기의 매력에 빠진 것이 틀림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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