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떡’ 벌어지는 ‘한 상’을 맛보고 싶다면
품(品) 단위로 구분되는 메뉴, 고즈넉한 주변 경관은 ‘일품’

 

 

한정식 전문점 ‘윤세원의 일송정’
한정식 전문점 ‘윤세원의 일송정’

우리나라에서 방송 활동 중인 외국인들이, 모국의 친구들을 한국으로 초대해 여행하는 모습을 그린 리얼리티 예능을 우연히 시청한 적이 있었다. 난생처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가 궁금해서였다. 

그렇게 몇 편의 방송을 보다 보니, 한 가지 재미있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됐다. 바로 여행을 온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식문화’에 굉장히 많은 흥미를 갖고 있었고, 특히 ‘한정식’에 열광한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가 고향 친구들을 데리고 한정식집에 방문했는데 그의 친구들은 상을 빼곡히 채운 반찬에 “이거 푸드 파이트(음식먹기) 도전이야?”라는 질문을 던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에 알베르토 몬디는 “한국 식당에서는 반찬을 더 시켜도 추가금을 내지 않는다. 반찬이 ‘무제한’이다”라고 말하며 반찬 몇 가지를 리필하자 그의 친구들은 “맘마미아(맙소사)! 한국 음식에 대한 기대가 없었는데 정말 맛있고 훌륭하다. 이곳은 천국”이라고 말했다.
 

한정식 전문점 ‘윤세원의 일송정’
한정식 전문점 ‘윤세원의 일송정’

그런데,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입이 ‘떡’ 벌어지는 ‘한 상’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일산 킨텍스 인근에 위치한 한정식 전문점 ‘윤세원의 일송정(이하 일송정)’이다.

일송정을 추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아내였다. 필자는 매 2~3주 간격으로 임신한 아내와 함께 산부인과 진료를 위해 일산에 오는데, 임신 중에는 평소보다 더 건강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말에 진료 후엔 늘 일산 근교의 맛집에서 점심을 먹어왔다.

이날도 진료 후에 아내에게 먹고 싶은 음식이 있냐고 물어보니 입이 ‘떡’ 벌어지는 한정식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혹시 마음에 생각나는 식당은 없느냐고 재차 묻자, 몇 년 전 풍동 애니골에 ‘일송정’이란 곳을 가본 적이 있었는데 근사했던 기억이 난다고 대답했다.

곧바로 검색해서 식당에 전화를 했지만, 수화기 너머로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렸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시고 걸어주십시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필자보다 반년 먼저 출산을 겪은 친구가 조언해줬던 임신한 아내를 둔 남편의 올바른 태도 중에서 ‘아내가 원하는 음식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사수할 것’이라는 말이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필사적으로 구글링을 한 끝에, 일송정이 지난 2019년 8월에 일산 대화역 킨텍스 인근으로 이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일송정은 외관부터 기대 이상이었다. 일송(一松)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푸른 소나무들이 자연적인 울타리를 이루고 있었으며, 각종 항아리와 절구통, 돌수조, 표주박 등 ‘앤티크’한 전통 소품들이 외관을 꾸미고 있었다. 음식점 입구에는 기쁜 날에 걸리는 청사초롱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일송정 실내
일송정 실내

고즈넉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풍경을 지나 실내로 들어서자, 한적하면서도 널찍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통나무 마감이 그대로 보이는 높은 천장은 탁 트여 있는 느낌을 선사해 실내 공간이지만 답답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즐거움은 이제부터였다. 필자가 주문한 음식은 ‘일송정 이품(二品)’ 이었는데 4명이서 충분히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가득 채우는 상이 나오는게 아닌가. 
 

일송정의 '일송정 이품' 한상차림
일송정의 '일송정 이품' 한상차림

일송정 이품은 낙지호롱과 연어샐러드를 시작으로 홍어삼합, 들깨탕, 수제떡갈비, 마른생선찜, 두부스테이크, 가지선, 북어구이, 올방개묵, 양태포, 양념게장, 잡채, 홍어무침, 전, 샐러드, 진지와 정찬, 단호박식혜(후식) 등이 모두 한 상에 나온다.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한 상’이었다. 음식 맛도 맛이었지만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점은 음식과 밥이 방짜 유기그릇에 담겨 나왔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손님들이 식당에 와서 단순히 밥을 먹고 가는 것이 아니라, ‘대접’ 받았다는 느낌을 선사하고 싶었다”라는 일송정 윤세원 대표의 가치관 때문에 반찬들을 방짜 유기그릇에 정갈하게 담아 대접한다는 것이었다. 

고즈넉한 주변 경관에 눈이 즐겁고 맛있고 가짓수 많은 음식에 입도 즐겁고 수라상과 같은 ‘한 상’을 대접받는 느낌에 마음마저 즐거워지는 근사한 식사를 하고 싶다면, 필자는 이곳 ‘일송정’을 자신있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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