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 ‘뜨끈하고 진한’ 국물이 생각날 때 찾게 되는 곳, ‘하랑’
라멘과 돈까스, 메밀과 우동 등 다채로운 메뉴에 실속 세트 메뉴까지
넉넉한 양(量)에서 엿볼 수 있는 사장님의 인심은 덤

 

일산 라멘 & 돈까스 맛집 ‘하랑’
일산 라멘 & 돈까스 맛집 ‘하랑’

동장군(冬將軍)의 계절이 왔다. 거리를 조금만 거닐어도 귀가 시리고 뺨이 얼얼해질 정도다. 작년에는 이렇게 춥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올해는 유독 한파가 몰아치는 날이 많은 모양새다. 

실제로 기상청은 지난 1월 초 서울 전역에 한파경보를 발령했는데 이는 2018년 이후 약 3년 만의 일이다고 한다. 또한 제주도에는 57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한파경보가 내려진 것에 더해 대설경보까지 발효되기도 했다. 

한파경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이하인 상태가 2일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지는 조치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한파경보가 발령됐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영하 15도권에서 ‘꽁꽁’ 얼어붙었다는 의미인 셈이다. 

이렇게 코끝을 시리게 하는 추운 날씨에는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따뜻한 국물 한 모금이면 매서운 칼바람에 얼었던 몸이 스르르 녹기 때문이다. 한낮에도 영하권이 계속되며 ‘북극 한파’가 몰아치던 1월의 어느 날, 필자가 ‘하랑’을 찾은 까닭이다.

‘하랑’은 알게 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출출했던 배를 채우기 위해 같이 퇴근하던 동료의 추천을 받아 들르게 된 곳이 하랑이었다. 행주산성 근처에 위치한 탓에 인적이 드물고 날까지 어두웠지만, 가게는 깔끔했고 음식 맛도 일품이었다. 

 

일산 라멘 & 돈까스 맛집 ‘하랑’ 내부전경
일산 라멘 & 돈까스 맛집 ‘하랑’ 내부전경

필자 혼자만 이 맛을 알기엔 아쉬워서, 아내에게 드라이브를 핑계삼아 하랑으로 향했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쾌적했다. 겨울 하늘은 시린 날씨만큼이나 푸르렀고 청명했다. 

예전에 어디선가 날씨가 추운 날일수록 하늘이 유난히 맑은 것은 바로 ‘복사냉각 효과’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낮 동안 태양광선으로 달궈졌던 지표면이 밤사이 열에너지를 적외선 형태로 공기 중이나 대기권 밖으로 내보내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을 뜻하는데, 구름이 없고 공기가 맑을수록 이런 현상이 잘 나타난다고 한다. 

청명한 하늘만큼이나 뻥 뚫린 자유로를 타고 달리다 보니 금세 음식점에 도착했다. 행주산성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하랑’은 깔끔한 모습이었다. 넉넉한 주차공간에 여유롭게 주차한 뒤 내부로 들어서자 아기자기한 소품이 눈에 들어왔다. 

앙증맞은 캐릭터 액자가 벽에 걸려 있었고 재물과 복을 상징하는 황금돼지 피규어가 선반을 장식하고 있었다. 특히 기둥마다 달려있던 성탄절 장식이 코로나19로 즐기지 못했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나게 했다.

 

일산 라멘 & 돈까스 맛집 ‘하랑’의 오픈형태의 주방
일산 라멘 & 돈까스 맛집 ‘하랑’의 오픈형태의 주방

주방은 한쪽에 오픈키친 형태로 자리 잡고 있어서 음식들이 깔끔하고 청결한 환경에서 조리되고 있음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었다. 홀 외에도 반(半) 오픈식으로 된 별도의 식사 공간이 있었는데 지인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오면 안성맞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살펴보니 꽤나 다양한 메뉴가 마련돼 있었다. 메뉴판에는 돈까스 생선까스, 치즈 돈까스, 돈코츠 라멘, 미소라멘, 냉·판모밀, 유부우동, 돈까스김치찌개, 등갈비김치찌개 등 십여가지의 음식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돈까스와 라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하랑세트 메뉴’도 있었다.

 

하랑세트 메뉴 ‘등심+돈코츠라멘’
하랑세트 메뉴 ‘등심+돈코츠라멘’

라멘과 돈까스 모두 놓칠 수 없었기에 필자는 하랑세트 메뉴 중 ‘등심+돈코츠라멘’을, 아내는 ‘등심+얼큰라멘’을 주문했다.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탓이었을까. 10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결코 짧지만은 않았던 ‘기나긴’ 기다림 끝에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우선 메인디쉬를 먹기 전에 함께 나온 샐러드부터 맛을 봤다. 채소는 신선했고, 거기에 고소한 소스까지 곁들여지니 더욱 맛이 좋았다. 그다음으로 필자의 젓가락이 향한 곳은 돈까스였다. 

겉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였지만 실제로 입에 넣으니 ‘바삭바삭’함이 살아 있었다. 곱게 빻은 깨가 얹혀있던 소스에 돈까스 한 점을 찍어 먹으니 여느 고급 일식집 못지않은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하랑세트 메뉴 ‘등심+얼큰라멘’
하랑세트 메뉴 ‘등심+얼큰라멘’

하지만 ‘진짜’는 이제부터였다. 숙주와 반숙 달걀, 그리고 마늘 후레이크가 듬뿍 올려져 있는 라멘을 맛볼 차례였기 때문이다. 먼저 국물을 한입 먹었다. 돈코츠 라멘 특유의 쿰쿰하면서 묵직한 맛이 느껴졌다. 거기에 약간의 매콤함도 함께 어우러지면서 느끼함마저 없어, 필자의 입맛에 ‘딱’ 이었다. 

듬뿍 올라간 고명만큼이나 필자를 기쁘게 했던 것이 바로 라멘의 ‘양(量)’이었다. 도저히 세트 메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의 면과 국물이 그릇에 담겨있었는데, 그 라멘 그릇의 크기기 웬만한 성인 남자 얼굴은 덮고도 남을 정도임을 감안하면 사장님의 넉넉한 인심을 엿볼 수 있었다. 

어디선가 들으니, 올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추운 날씨가 지속될수록 하랑을 방문할 횟수는 더 많아질 것 같다. 코끝을 시리게 하는 추운 날씨에는 으레 ‘뜨끈하고 진한’ 국물이 당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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