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트 한종철 대표(현 삼성서울병원 안과 부교수)

안과 전문의들 사이에서 녹내장 수술은 흔히 골프에 비유되곤 합니다. 이론은 쉽지만 막상 필드에 나가면 공을 제대로 맞히기가 어려운 까닭에 꾸준한 연습만이 살길이라고들 하죠.

녹내장 수술도 이와 비슷합니다. 배우기는 쉬운데 수술 난도가 높아 수많은 경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마이크로트의 녹내장 임플란트 '에이스트림'은 정교한 기술로 녹내장 수술에서 발생하는 변수들을 줄여, 치료 효과는 높이고 수술 난이도는 낮췄습니다.

 

▲ 마이크로트 한종철 대표 (안과 전문의)
▲ 마이크로트 한종철 대표 (안과 전문의)

안과 분야 의료기기 전문기업 '마이크로트'를 창업한 한종철 대표는 여타의 스타트업 대표들과는 다른 이색적인 프로필을 갖고 있다. 기업 대표인 동시에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안과 부교수로 근무하면서 직접 환자들을 수술하는 의사인 것이다.

줄곧 의학의 길을 걸었던 그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기업 대표가 된 사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팜뉴스가 최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마이크로트 본사를 방문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과 분야 의료기기 전문기업 '마이크로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지난 2019년 의료기기 벤처기업으로 설립된 마이크로트는 녹내장 및 안과 분야에서 다양한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기업이다.

환자에게 보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는 혁신형 녹내장 임플란트를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제품 판매에 돌입했다.
 

프로필이 이색적이다. 마이크로트 대표인 동시에 삼성서울병원 안과 부교수로 근무하고 있는데, 창업 배경이 궁금하다

안과 전문의로 일하면서 '좋은 의사'란 무엇일까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환자에게 친절하고 착한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의사는 환자의 문제, 즉 질병을 더 잘 치료하는 의사임을 현장에서 많이 느끼게 됐다.

특히 녹내장이란 질병은 전세계적으로 실명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 질환의 하나로 경우에 따라 치료 난이도가 높을 수 있고 그렇기에 많은 경우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어려운 질환이다. 

제가 안과로 전공을 정하고 전문의로서 수련 과정을 밟고 있었을 당시, 은사께서 어려운 녹내장 수술을 미세 튜브를 이용한 쉽고 예측가능한 수술로 해결하는 방법을 개발하셨다.

녹내장 수술은 마이크로리터 단위의 미세한 안방수를 배출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부분을 조절하는 것이 경험이 적고 숙련되지 않은 의사에게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일정한 형태의 미세 튜브를 사용하게 되면 합병증이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될 수 있으며 수술 시간도 짧아 환자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해당 미세 튜브는 판매나 상업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환자 치료를 위해 실험실 수준에서 이뤄졌던 탓에 기술 자체가 사장(死藏)될 상황에 처했었다.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에서 기술이전할 수 있는 파트너를 물색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혔고, 결국 '직접 하자'라는 마음을 먹고 2019년에 삼성서울병원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마이크로트를 설립하게 됐다.

▲ (주)마이크로트 한종철 대표(안과 전문의) @힐링앤라이프
▲ (주)마이크로트 한종철 대표(안과 전문의) @힐링앤라이프

 

마이크로트가 핵심 연구 분야로 삼고 있는 '녹내장'은 어떤 질환인가?

녹내장(glaucoma)이란 시신경(optic nerve)이 안압을 감당하지 못해 급성으로 혹은 만성적으로 손상돼 시야결손이 생기는 질환이다. 우리나라에는 안압이 정상임에도 시신경이 정상 안압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서서히 죽어가는 정상안압 녹내장이 가장 흔하지만, 안압이 높은 형태의 녹내장은 안압을 충분히 떨어뜨리지 않으면 짧은 시간 동안에도 실명이 될 수 있기에 더 위험할 수 있다.

안압은 안구 앞부분인 전방(anterior chamber)을 채우고 있는 방수(aqueous humor)에 의해 결정된다. 방수란 각막과 수정체 사이를 채우고 있는 투명한 액체다. 만약 방수 배출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안압이 상승하게 되고 주변 시야부터 손상이 시작돼 시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녹내장 치료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알려 달라.

녹내장 치료의 핵심은 '안압'을 조절하는 것이다. 크게 약물 치료, 레이저 치료, 외과적 수술이 있는데 이들 치료법 모두 안압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보면 된다.

약물 치료는 프로스타글란딘 유사체, 베타차단제, 탄산탈수효소억제제 등의 치료제를 통해 안압을 낮추는 방법이다. 다만, 매번 안약을 눈에 넣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복약 순응도가 낮고 충혈이나 눈가 피부 염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약물만으로 치료가 어려운 경우에 레이저 치료를 하게 된다. 안구 내에는 방수가 드나드는 '섬유주'란 길이 있는데 레이저를 통해 섬유주 성형술을 하거나 레이저 홍채절개술 등을 실시한다.

마지막으로 외과적 수술은 안구 내 방수가 안구 밖으로 적절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주는 방법이다. 다만, 이 수술을 이용한 방법은 난이도가 높을 수 있으며 수술 직후의 안압 조절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수술 후 안압이 여전히 높은 경우 재수술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고 안압이 낮은 경우 이로 인한 시력 저하, 망막부종, 안내 출혈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MIGS'란 어떤 치료법이며 마이크로트의 핵심 제품인 '에이스트림'은 무엇인가?

MIGS란 Minimally Invasive Glaucoma Surgery의 약자로 최소 침습 녹내장 수술을 뜻한다. 안구 내 방수가 원활히 배출될 수 있게 미세한 션트 튜브(shunt tube)를 삽입해 눈의 압력을 낮추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션트 튜브는 사이즈가 커서 수술이 어렵고 어떤 경우에는 튜브가 너무 커서 닫을 수가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MIGS 방식은 기존 녹내장 수술의 한계를 극복한 치료법으로 일관적이고 지속적으로 안압을 감소시켜 높은 안전성 프로파일을 갖고 있다.

마이크로트의 에이스트림(Astream)은 길이 6mm, 내경 100μm의 초소형 녹내장 임플란트로 안구 내 안정적인 삽입이 가능해 정교한 미세 튜브를 이용한 안정적인 안압 조절을 가능케 한다. 또한 생체적합성과 생체안전성이 높은 메디컬 등급 실리콘을 사용해 안전성도 확보했다.

▲ 마이크로트 녹내장 임플란트 의료기기 '에이스트림' @힐링앤라이프
▲ 마이크로트 녹내장 임플란트 의료기기 '에이스트림' @힐링앤라이프

 

올해부터 본격적인 국내 판매를 시작한 에이스트림의 현장 반응이 궁금하다

오랜 시간 동안 임상에서 확인된 결과를 바탕으로 개발한 제품이라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국내 대형 병원과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에이스트림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반응도 좋은 편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향후 성장성에 대한 내용이다. 일례로 외과에서 복부 장기의 문제를 교정하기 위해 시행하는 수술은 배를 열어서 진행하는 개복 수술이 표준이었다. 이후 복강경이 등장했지만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효과성과 보수적인 관점 때문에 답보했다. 점차 숙련도가 쌓이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많은 수술이 복강경으로 이뤄진다.

현재의 녹내장 수술이 이와 유사한 상황이다. 다만 마이크로트의 제품은 오랜 노하우와 임상적 결과를 통해 복강경으로 수술하는 것처럼 안전하고 편리하며, 기존의 섬유주 절제술 같은 표준 수술만큼의 예후를 확보한다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을 제시한다면.

아직 국내 안과용 임플란트 시장은 규모가 작은 편이다. 수술 난이도가 낮아지고 치료 효과가 좋아진다면 예전보다 녹내장 수술하는 환자들이 늘어나 시장 규모가 커지겠지만, 사업성을 놓고 보면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은 필수적이다.

그중에서도 미국 등 북미 시장은 전세계의 50%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유럽이 30%, 일본과 중국이 10% 정도이다. 마이크로트가 미국 FDA와 유럽 CE 인증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현재 미국 FDA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오는 2027년까지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FDA 승인 받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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