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동물, 초식동물 진료에 진심...영양제 '오로시' 개발로 이어져

에코동물병원 ㅣ 김미혜 대표원장

에코특수동물병원은 강아지와 고양이 진료 외에 고슴도치와 기니피그, 친칠라 등 20여종의 특수동물을 진료하고 있다. 전체 환자의 80%가 특수동물 환자일 정도이다.

이곳도 개원 초기에는 개와 고양이 진료에 주력했지만 특수동물 진료가 많아지면서 2층에 특수동물 환자를 위한 진료실을 별도로 마련하며 병원을 확장했을 정도다.

초식동물을 위한 영양제와 고슴도치 처방식도 개발했을 정도로 특수동물 진료에 진심을 다하고 있는 김미혜원장을 만나봤다.

▲ 에코동물병원 김미혜원장 @벳클리닉
▲ 에코동물병원 김미혜원장 @벳클리닉

 

Q.  특수동물병원을 개원하시게 된 동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2009년 개원했을 당시에는 특수동물 환자가 많지 않았지만 기니피그와 토끼 등을 치료하다 보니 입소문이 나서 특수동물 환자가 늘어나게 됐다. 환자를 진료하다 보니 저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기니피그를 키우게 되고 제가 좋아하게 되면서 초식동물 환자에게 필요한 영양제도 만들게 되었다. 처음부터 특수동물병원을 개원하게 된 것은 아니다.
 

Q. 특수동물 진료에 대한 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저는 미국 시카고의 Gellen Allen Animal Hospital에서 연수를 했으며, 용산 미군 부대에 있는 129 Vet 클리닉에서 근무를 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수의사들에게 교육을 했으며, 그들 중에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의사들이 많아졌다. 그들을 통해 조류나 소형 포유류 등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국내에는 특수동물 코스가 없어 해외 동물병원과 학회를 통해 배울 수밖에 없었다. 특수동물은 일본과 미국이 발달해 있어 수술부터 내과진료와 혈액검사까지 많은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외국 자료를 보면서 특수 동물 임상을 배우기도 하고, 직접 키우면서 경험하기도 했다. 
 

Q. 특수 동물병원 진료에 대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엄청 많았다. 생소한 동물이다 보니 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보다 지식이 부족할 때도 있었다. 더군다나 희귀동물 중에는 한 마리당 5,000만원 이상인 고가 동물도 있다. 그런 동물은 보호자의 애정도 클 수밖에 없다. 비용적인 것도 천차만별이지만 마니아층도 많다. 밀착도나 애정이 개나 고양이보다 심한 보호자도 있다. 그런 경우 동물을 부르는 호칭이나 사용하는 용어가 일반인과 달라 소통을 위해서는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 사이에 통하는 기초적인 언어를 이해해서 대화를 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Q. 특수동물 중 어떤 동물의 진료가 많은 가요?

고슴도치, 토끼, 친칠라, 미니피그 등 20여종의 동물을 진료하고 있으며, 내원 환자의 80%는 특수동물이다. 종마다 호발하는 질병이 달라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앵무새의 경우 조그만 스트레스로 인해 낙조할 수 있어 안전하게 검사하고 퇴원할 때까지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충류는 전 세계적으로 3,000여종이 있는데, 종마다 적정 온도가 다르다. 종마다 다른 영상을 보다보니 20여종의 특수 동물을 진단하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Q. 기억에 남는 진료 케이스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너무 많아서 어느 한 가지만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 같다. 특수동물 중에는 교감이 뛰어난 아이들이 많다. 다른 동물병원에서 종양이라고 생각해서 온 특수동물 중에는 보호자가 종양인 경우가 있다. 반려동물의 사타구니에 종양이 있었는데, 진단 결과 횡경막허니아로 확진해 수술로 회복할 수 있었다. 다행히 보호자도 종양 수술을 받아 회복했다.

▲ 벳클리닉 제공
▲ 벳클리닉 제공

                                                                                                  

햄스터 환자 중에는 보호자의 손가락을 물어 집에 불이 난 것을 알려주었을 정도로 사람과 교감을 한다. 기니피그도 손을 달라고 하면 손을 줄 정도로 다양한 표현을 한다.
지능이 높은 앵무새는 우울증 환자가 많아 미국에는 앵무새 요양소가 따로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자해를 하기도 한다. 그만큼 특수 동물은 인간과 다양한 교감을 하지만 수의사의 눈높이가 보호자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지방에서 응급 상황에 연락이 오기도 한다. 지방 환자는 거리가 멀다 보니 상태가 악화되서 오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때도 많다. 

Q. 특수동물도 수술과 약물처치 이외에 예방접종이나 정기 검진 등이 이뤄지나요?

보호자의 성향에 따라 정기적인 검진을 원하기도 하지만 상품으로 준비해 놓고 있지는 않다. 동물의 종별에 따라 항생제나 약제가 다르다. 보정이나 처치, 수술 등도 종별로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진료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기 어렵다. 동물에 따라 적절한 시술을 하고 있다.
 

Q. 특수동물의 사료나 먹이 등에 대한 지도나 교육도 하시나요?

보호자들이 마니아다보니 공부가 돼 있는 분들이 많다. 20대 초반만 해도 사육경험이 10년 이상된 경우 있으며 직접 수입하고 분양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사육환경이나 먹이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보호자도 있을 정도로 보 호자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보호자에 따라 다른 만큼 상담 하는데 오랜 시간 이 걸릴 수밖에 없다.

▲ 벳클리닉 제공
▲ 벳클리닉 제공

 

Q. 특수 동물 진료를 다른 수의사에게 추천하실 수 있으신가요?

개와 고양이만 진료하던 수의사가가 갑자기 특수 동물을 진료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수동물 대부분이 소형동물이다보니 수술이 어렵고 다루기도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국내에 특수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들이 있지만 많지 않은 상황이다. 개와 고양이 시장은 포화가 돼 있으며 큰 병원과 소형 동물병원의 진료 영역도 달라지고 있다. 그렇게 봤을 때 특수 동물 개원에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대신 경험을 쌓고 개원을 하셨으면 좋겠다.
 

Q. 특수 동물 개원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경험도 필요하고 손기술도 좋아야 한다. 특수동물은 예민하고 작기 때문에 30분 이내에 수술을 끝내야 한다. 피가 나지 않도록 최소한의 절개로 빠른 시술을 해야 살릴 수 있다. 햄스터의 자궁난종 수술은 30분 이내에 봉합까지 마무리하려면 순발력과 손기술이 필요하다. 
 

Q. 특수 동물 진료에 있어서 추천하고 싶은 장비나 재료, 약물이 있으시다면?

동물마다 사용하는 항생제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장비와 재료, 약물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특수동물의 먹거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토끼와 기니피그, 친칠라 등은 이가 많이 자라 절치(치아 트리밍)를 해야 한다. 절치 후에는 잘 먹어야 하는데 그때 먹일 수 있는 제품이 없다. 성인이 된 이후에 유아용 제품을 먹이면 결석이 올 수도 있다. 또한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장에 가스가 차서 병이 생기는 초식동물이 많다. 그래서 직접 초식동물용 영양제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Q. 끝으로 수의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학 졸업 마지막학기에 로얄왕립수의과대학 교수가 강의 중 “뱀이 피를 흘리면 눈물이 안 날까요?”라는 질문을 했다. 역사적 종교적으로 뱀은 안 좋은 시선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과 교감도 하고 깨끗하다. 특수 동물에 대해서 다른 시선으로 봤으면 좋겠다.

▲ 동물농장에 출연한 김미혜 원장 @벳클리닉
▲ 동물농장에 출연한 김미혜 원장 @벳클리닉

외국에서도 소형포유류나 파충류 등 한 종류의 특수 동물을 진료하는 동물병원이 있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다. 특수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많지 않으며, 동물병원을 찾는 수도 적어 고슴도치나 파충류 등 특수동물의 진료에 대해 수의과대학생들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희 병원에 인턴으로 오는 수의과대학생들도 특수동물을 직접 키워본 후에 진료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경우가 있다.
특수동물은 소형동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여성 수의사들이 진료하기에 좋다. 진료 경험을 쌓는다면 다양한 동물과 교감하고 진료할 수 있다. 특수동물에 대한 관심과 긍정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벳 클리닉 제공, 힐링앤라이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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