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신 접종 거부로 최근 홍역·볼거리·풍진 감염 사례 늘어나
- "코로나, 여전히 고위험군에겐 치명적…선제적 예방 필요"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세계를 신종 감염병의 공포로 물들였던 코로나19 사태가 지난해 엔데믹을 맞이하면서 종료됐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긴장의 끈을 놓치 말아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고위험군과 한번도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까닭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23년 5월, 코로나19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위기상황(PHEIC)' 선언을 종료했다. 즉, 2020년 1월 이후 약 3년 4개월만에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종식을 사실상 선언한 것이다.

당시 WHO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사망자와 중환자실 입원환자 등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며 면역력을 가진 인구 비율이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라며 "새로운 변이가 등장할 불확실성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제는 코로나19를 장기적 관점에서 관리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 정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하고 격리 의무 해제, PCR 검사 권고 해제,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각종 방역 조치를 완화했다.

기나긴 팬데믹을 지나 일상으로의 완전한 회복을 이뤄낸 것이다. 하지만 최근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치 말아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로버트 칼리프(Robert Califf) 국장과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 피터 마크스(Peter Marks) 소장은 최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기고문을 통해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은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국민들의 건강을 개선시켰지만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현재 미국 국민들의 면역 수준이 백신으로 예방가능한 일부 감염성 질환에 대해 위험 수준에 있으며 중증도를 낮출 수 있는 질병에서조차 면역력 약화로 수천명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예시로 최근 미국 내에서 유행한 홍역 사례를 꼽았다.

홍역(Measles)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전염병으로 주로 1~6세 영유아에서 발병하며 특징적인 발진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고열과 전신에 걸쳐 급성 발진 증상이 나타나고 이염과 폐렴 합병증과 같은 2차 감염이 생기기도 한다.

특징적인 것은 감염병 재생산지수가 12~18로 일반적인 질병들 중에서 감염 계수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홍역에 대한 집단면역이 생성되려면 적어도 인구의 95%가 백신을 맞아야 하고 보수적일 때는 98%까지 접종을 해야한다는 견해도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 1983년부터 국가필수예방접종을 실시해 1984년 WHO로부터 홍역 퇴치국가를 인증 받은 이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역시 국가 단위의 접종을 통해 '홍역 완전 퇴치 국가'로 분류된 바 있다.

하지만 소위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Anti-Vaxxers)'로 인해 홍역이 수차례 집단 발병하는 사례가 지속됐고 최근에는 오하이오 중부지방에서 85명의 어린이가 집단 감염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들 중 36명(42%)은 2차 합병증으로 입원 치료까지 받았다.

이들 전문가는 "홍역이나 풍진 백신과 같이 아동기에서 중요한 백신 접종을 꺼리는 현상은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하기보다는 SNS에 떠도는 정보들을 신뢰하는 부모들의 영향이 크다"라며 "놀라운 점은 이러한 부모들이 중산층 이상의 소득 수준과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보유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이게도 지금껏 수많은 백신 예방접종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둔 것으로 인해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 안주하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외면하고 백신 미접종으로 발생하는 실제적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 자료=JAMA
▲ 자료=JAMA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역시 엔데믹 선언 이후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보건의료 환경이 위험한 '티핑 포인트'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란 '갑작스럽게 뒤집히는 지점'이라는 뜻으로 사소한 요소들이 모여 어느 순간 균형을 깨고 한순간에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극적인 전환점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젊은 연령층에서는 심각한 질병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지만, 나이와 상관 없이 코로나 백신을 한 번 이상 접종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사망 위험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이 입증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백신 미접종자 1171만명과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990만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백신 미접종자군의 사망위험이 접종군 대비 2.4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백신 접종에 따른 중증 질환으로의 진행 여부와 입원률, 사망률에 대한 데이터를 명확하다"라고 덧붙였다.

차량에 탑승하면 누구나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처럼 백신 예방접종도 모두가 진행해야 하지만, 최근 백신 접종에 대한 역전 현상이 심화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에 근거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하는 한편,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백신접종에 대한 유익(Benefit)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들 전문가는 "코로나19 백신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은 과학에 근거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확산시켜 허위 정보를 희석시키는 것"이라며 "정확한 정보 제공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나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고 사망을 감소시킬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백신접종이 개인 및 사회에 주는 유익에 대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알기 쉽고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소아감염병을 예방하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유행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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