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경쟁 과열양상…수의사 동물시약 니즈 ‘공략’
녹십자MS·동구바이오 등 중대형제약사 시장 선점 나서
반려-산업동물 제품 ‘동시 개발’로 잠재적 리스크 관리

국내 중대형 제약사들이 동물용 체외진단시약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팽창한 데다 산업동물에 대한 진단 수요도 급격하게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제약사들이 동물용 체외진단시약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동물용 체외진단시약’은 혈액, 분뇨, 체액 등 동물에서 유래한 물질을 이용해 질병 진단, 예후 관찰 등의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시약을 말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중대형 제약사들이 동물용 진단시약 시장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최근 바이오노트에 30억원 투자를 진행했다. 바이오노트는 반려동물과 산업동물(가금류, 돼지, 소 등)용 질환 진단시약을 개발하는 곳이다.

동구바이오제약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평균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반려동물 시장이 커졌다”며 “반려동물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질환과 치료 쪽이다. 미용과 같은 분야는 선택 사항이지만 반려동물은 아프면 무조건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영업력이나 제조·연구 설비 역량을 접목시킬 수 있는 분야가 동물용 진단시약 쪽이라는 판단이 들었다”며 “바이오노트는 향후 IPO(기업공개)가 예상되는 만큼 미래 투자가치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동물용 진단시약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동구바이오제약뿐만이 아니다.

GC녹십자엠에스는 최근 중국 의약품·의료기기 판매 업체인 ‘샤인윈’과 345억원 규모의 동물용 혈당측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동물용 체외진단시약을 중국에 수출하는 성과를 올린 것.

GC녹십자엠에스 관계자는 “혈액형 진단사업 등 인체 관련 의료기기 및 진단시약 분야에서 40년간 축적한 노하우가 있다”며 “우리가 갖춘 기술력이라면 중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국내용 체외진단시약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중국 시장까지 겨냥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중대형 제약사들의 동물용 진단시약 시장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이유는 뭘까. ‘산업의 매력도’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동물용 의료기기 시장은 2016년 16억6500만달러(약 1조9365억원)에서 2021년 22억6900만달러(약 2조639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2018년 반려동물 관련 의료·의약품 산업 관련 시장 규모는 약 37조 3천억원에 달할 정도다.

국내 역시 이러한 추세와 다르지 않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동물용 체외진단 시장은 1000억원 규모다. 동물의약품 시장 규모는 최근 5년간 7745억원에서 1조2373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산업의 성장률이나 규모 면에서 제약사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요소가 충분한 배경인 것.

이뿐만이 아니다. 수의사들의 ‘니즈’ 역시 영향을 미쳤다.

홍지희 행복이가득한동물병원 원장은 “2~3년 전부터 동물병원 간의 경쟁 심화로 빠른 진단이 화두로 떠올랐다”며 “과거에는 혈액검사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서 검사기관에 의뢰한 뒤 2~3일이 걸렸다. 하지만 진단시약은 10~15분이면 바로 결과가 나온다”고 밝혔다. 진단속도가 빠른 시약의 특성상 진단시약(키트)에 대한 수의사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홍 원장의 의견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특성을 반영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동물병원에서 바로 진단 결과를 알고 싶어한다”며 “사람의 경우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채혈 후 전문분석기관을 거쳐 며칠 후에 결과를 듣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느 정도 기다리는 것을 당연시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진보한 진단기기를 찾을 수밖에 없다. 반려인들의 특성 때문에 제약사들이 더욱 이쪽으로 눈독을 들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략적으로 유리한 측면도 있다.

동물용 진단시약은 크게 소, 돼지, 닭 등 식용 산업동물용과 앞서 언급한 개,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용으로 구분된다. 산업동물에서의 진단시약은 주로 구제역이나 조류독감과 같은 질병을 진단·예방하는 방역 차원에서 사용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은 경기가 나빠지고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떨어지면 위축될 수 있다”며 “하지만 반려동물 쪽이 위축되더라도 산업동물 쪽으로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최근 제약사들이 반려동물뿐 아니라 산업동물의 체외진단시약을 동시에 개발하는 업체에 투자에 나선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처럼, 산업동물 분야에서 ‘방역’은 중요한 이슈다. 발 빠른 진단은 곧 신속한 대응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동물용 체외진단시약 관계자는 “산업동물 관련 신종 질병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효과가 탁월한 돼지열병 진단키트가 개발된다면 관련 시장이 갑자기 커질 수 있다. 검역 당국이 빠른 진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동물용 체외진단 시약을 향한 제약사들의 러시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란 예측도 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은 검사 장비를 저렴한 가격이나 무상으로 공급하고 키트를 사용하도록 유도한다”며 “산업동물이든 반려동물이든 수의사 입장에서 기계를 들이는 부담이 줄어들고 키트를 통해 검사 결과를 빨리 받아 볼 수 있다. 산업동물이든 반려동물이든 키트를 쓰면 쓸수록 이익은 끊임없이 창출된다. 앞으로 더 많은 제약사들이 뛰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출처 : 팜뉴스(http://www.phar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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