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유튜버들 ‘비만약’ 복용 권유 영상 ‘도마’ 올라
전문가 “당장 삭제해야” 비판

최근 의사 유튜버들의 ‘비만약’ 관련 영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확한 출처를 명시하지 않고 비만약(식욕억제제)들의 효과를 비교하거나 자신의 복용 후기를 전하는 방식으로 비만약 복용을 권유한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시장에서 퇴출된 비만약인 ‘벨빅’의 장점을 언급한 영상들이 유튜브 상에서 떠돌아다니고 있어 시청자들의 눈총을 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 사회에서는 전문가 유튜버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분위기가 엿보이고 있다.

식욕억제제는 뇌에서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거나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기전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국내에서 쓰이는 식욕억제제 성분은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의 출신 유튜버 A 씨는 2019년 5월경 “다이어트약 베스트3, 의사가 알려드립니다. 식욕억제제 효과와 부작용”이란 제목의 유튜브 영상에서 “식욕억제제 종류 중 가장 효과가 좋아 많이 처방 중인 식욕억제제 세 가지를 비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효과가 좋은 펜터민 성분 계열의 약은 디에타민, 아니펙스, 푸리민, 페스틴 펜키스 등이다”며 “대부분 나비 넥타이 모양이나 눈사람 모양이다. 두 번째로 효과가 좋은 약엔 펜디메트라진 성분 계열의 약인 푸딩, 펜틴 정도가 있다. 마지막으로 디에틸프로피온 성분 계열의 약으로 디피온, 암페몬 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사 사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에 대한 설명을 유튜브로 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3대 다이어트약을 정한 근거도 보이지 않는다. 위험하고 잘못된 설명이다. 식욕억제제를 판매하는 제약사조차 그런 홍보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 개의 성분을 위약과 대비해 비교하는 임상 지료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대규모 임상시험을 하는 경우는 없다”며 “비만치료제의 우월성을 검증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가 있더라도 위약 대비 우월성을 입증한 것이지, 타약 대비 우월한 효과를 입증할 만큼의 임상 연구는 없을 것”고 설명했다.

영상에서 비만약 순위를 정한 것은 물론 치료효과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방식’이라는 것.

이뿐만이 아니다. 의사 유튜버 B 씨는 최근 “식욕억제제를 먹을 때 하는 치명적인 실수들, 요요 없이 살빼기”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자신의 과거 모습이 담긴 사진을 시간 순서별로 보여주면서 “당신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 씨는 “식욕억제제를 먹어도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를 얘기하겠다”며 “먼저 밥 먹는 시간을 잘 지키고 약을 띄엄띄엄 먹지 않아야 한다. 약을 먹는 동안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약을 먹지 않아도 체중이 유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식욕억제제 복용시 주의사항을 지키면 ‘요요’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신처럼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같은 영상이 비만약에 대한 오남용 행태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배경이다.

앞서의 전문의는 “비만약의 허가상 적응증은 명확히 정해져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나도 먹고 있다’는 식의 후기는 비만 환자가 아닌 일반인들로 하여금,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면 무조건 살을 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비만약 오프라벨 처방이 만연한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비만약을 무차별적으로 복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최근 시장에서 퇴출된 비만약 벨빅(성분명: 로카세린) 관련 영상들이 허가 취소된 내용이 누락된 채, 유튜브에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의사 유튜버 C 씨는 지난해 11월경 영상을 통해 “벨빅의 가장 큰 장점은 디에타민처럼 교감신경 자극이 없어서 관련 부작용이 없다”며 “불면, 두근거림, 손떨림, 디에타민 관련 약물에 수반된 부작용이 벨빅에는 없다. 그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C 씨는 영상의 절반 이상을 벨빅의 장점을 설명하는데 할애했지만, 시청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한 시청자는 “벨빅은 식약처의 회수 대상 의약품이다”며 “동영상을 빨리 내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C 씨가 미국은 물론 한국시장에서도 암발생 이슈로 벨빅에 대한 시장 퇴출이 결정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영상을 그대로 남겨뒀다는 뜻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튜브에선 벨빅의 ‘흔적’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의사 유튜버 D 씨는 최근 “FDA 승인 비만치료약물 5가지 효과 비교”란 영상에서 “재미있는 논문을 통해 효과를 비교해서 알려드리겠다. 52주 동안 비만약을 복용했던 환자들을 분석한 내용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플라시보(위약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최고체중 감량이 ‘최대감량’이란 개념이다”며 “제니칼(성분명: 오르리스타트)은 최대감량이 6.65kg가 나타나는데 60주가 걸렸다. 벨빅의 최고체중감량은 5.39kg, 54주가 소요됐다”라고 비만의 효과를 비교했다.

하지만 일선 의사들 사이에서는 당장 영상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들리고 있다.

다른 전문의는 “벨빅은 식약처가 허가 취소한 약물”이라며 “유튜브 알고리즘상 무차별적으로 영상이 뜨는 점을 감안하면, 시청자들이 벨빅의 부작용보다는 효과가 강조한 영상들을 여과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적어도 의사를 자처하는 전문가 유튜버라면 관련 내용을 영상에 반드시 업데이트하거나 당장 영상을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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