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남동부 템즈 강 유역에 위치한 런던, 매년 2천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그래서 볼 거리가 풍부한 도시.

특유의 액센트부터 익숙한 풍경까지 유럽 다른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그들 만의 독특함으로 하루를 채워보자.

▲ 김진규 작가 제공
▲ 김진규 작가 제공

영국 런던이라는 도시가 주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잡지나 티브이 등에서 자주 보아온 빅밴이나 런던아이 그리고 타워브리지 등으로 대변되는 몇 가지 독특한 건축물들. 그리고 그들 만의 독특한 액센트 정도일 것이다.
사실 작가도 런던에 대한 특별한 뭔가를 가지고 간 것은 아니다. 유럽 출장 일정 중에 런던의 쇼핑몰 몇 곳을 돌며 시장 조사도 할 겸 주말 정도를 머물러도 좋다는 허락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여유 있게 머물 수 있었다.

시차 적응이라는 핑계를 붙이든, 관광지를 좀 벗어나 현지인들의 삶을 조금 옅 보고 싶다는 이유를 달든 출장지 도시를 천천히 걷는 버릇을 가진 작가는 영국 런던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길을 걷다 만난 영국 근위병의 멋진 모자와 제복, 내셔널 갤러리에서 만난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Venus and Mars), 실물을 그대로 보는 듯 너무나 생생했던 밀랍인형,

업무의 성격을 더한 몇 곳의 백화점 투어 그리고 하루에도 사계절의 날씨를 경험할 수 있을 정도로 변덕스러운 날씨로 당황했던 기억들.

마땅히 먹을 것을 찾지 못해 저렴한 스시집에서 스시 몇 점과 장국으로 허기를 달랜 기억과 카페에서의 조식을 먹고 계산하다가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던 기억.

그래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아 차라리 파스타를 먹었던 기억.

사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일정이었으나 마음은 유럽 어느 곳에서 보다 조급했다. 몇 곳의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 튜브라는 애칭을 가진 지하철을 제외한 대중교통은 익숙하지 않은데다 택시비는 살인적이라서 결국 왠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런던의 아주 클래식한 블랙캡(Black Cab) 택시를 이용해 보기도 했다.

첫 날부터 밤이 되자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기온이 급속히 떨어진다. 출장전에 런던의 계절적 기온과 대략의 날씨를 확인하고 옷을 맞춰서 가져 갔는데 어림도 없다.
급히 식당을 찾아 몸을 녹이고는 다음날 일정을 좀 수정해서 두터운 옷을 사러 가기로 했다. 다행히 시장 조사가 필요한 유명 마트 근처에 버버리 아울렛 매장이 있어서 그곳을 방문하기로 한다.

버스와 택시를 이용해 도착한 버버리 아울렛은 기대이상이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대충 만들어진 전단지에 얼마 이상을 구매하면 얼마의 추가 할인이 있다는 내용이 있다.

아울렛 안으로 들어서니 이게 버버리 아울렛이 맞나 싶다. 청담동 거리나 백화점 또는 공항 면세점에서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디스플레이 되어 있던 버버리에 대한 이미지만 알고 있던 작가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팔렛트 위에 대충 올라가 있는 옷가지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을 맞을 게다. 동양인 체형에 맞는 몇 가지 옷을 추천받아 입어보다 또 한번 깜짝 놀란다. 옷사이즈와 재질을 확인하기 위하여 속주머니에 있는 텍을 보니 청담동 어쩌고 하는 한글 표기가 있다.

다행히 디자인이 마음에 들고 사이즈가 맞아서 구매하기로 결정한다. 얼마를 맞추면 얼마의 추가 할인 어쩌고 하는 행사까지 대충 계산해 보니, 현지인들에게 이건 버버리 쇼핑이 아니라 그저 주워서 나오는 정도의 가격이다.

아울렛 가격으로 저렴하게 구매했고, 현지의 변덕스런 날씨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니 이정도면 합리적인 쇼핑일 게다. 하늘색 제법 멋진 자켓을 아무렇 게나 껴입고 업무상의 일정들을 소화한다.

백화점을 찾아 회사의 플래그쉽 매장을 방문하여 판매하는 직원들과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영국에서의 판매 트렌드나 소비자 응대 매뉴얼 그리고 판매 소구점 등에 대하여 의견을 나눈다.

동양인의 급작스러운 방문에 적잖이 당황하는 듯도 하지만 같은 회사 동료인지라 웃으며 친절하게 본인들의 생각을 나눠준다. 백화점 몇 곳을 추천받아 돌아보다 발견한 광고판에서 이 곳의 독특한 결혼 선물 문화가 눈길을 끈다.

신랑 신부가 신혼 살림을 차리며 필요한 그들만의 위시리스트를 백화점에 등록해 두면 지인들이 본인들의 예산에 맞춰 그것을 구매해 준다. 혼자 부담하기 어려운 제품의 경우는 몇 명이 일정 금액을 나눠서 구매해 줄 수도 있는 시스템도 있다. 우리처럼 일정 금액으로 인사를 하거나 친한 친구들끼리 집 떨이 등을 하며 선물해 주는 것을 각자의 예산에 맞춰 백화점 구매 시스템 속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 김진규 작가 제공
▲ 김진규 작가 제공

다음 날 돌아본 하이드 파크는 평온함 그 자체로 기억되고, 지난 호에 소개한 노팅힐은 강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다시 런던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준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런던이 주는 무게보다는 무척이나 화려한 그들의 경찰차와 독특한 모양의 빨간색 이층버스도 작가의 눈길을 끈다. 영국 국기의 디자인을 이용한 유니온잭 디자인의 제품들은 어디에도 널려 있다. 태극기를 이용한 제품이 기념품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것과는 좀 다른 문화적 차이다.

맥주를 즐기는 펍의 문화가 발달한 덕분에 ‘맥주가 여자보다 좋은 15가지 이유’라는 포스터도 참 재미 있다. 마시던 잔을 두고 새로운 잔을 잡아도 맥주는 질투하지 않는다, 늦은 밤 귀가하면서 입에서 맥주 냄새를 풍기며 들어와도 맥주는 화를 내지 않는다, 맥주는 친구와 나눌 수 있다 등등 그들만의 위트로 표현한 재미있는 문구들!

영국의 펍은 Public House의 약자로 일반 주점 개념이다. 친한 친구들과 맥주 한잔하는 그런 곳인데, 워낙에 많은 펍들이 있다보니 각자의 개성을 살린 독특한 디자인과 분위기의 펍들이 잘 발달해 있다.

▲ 김진규 작가 제공
▲ 김진규 작가 제공

초창기의 펍은 술과 식사 그리고 숙박까지 제공하는 개념이었는데, 19세기경부터 지금의 맥주 등의 술과 간단한 식사 정도를 파는 곳으로 바뀌었다. 저렴한 가격과 영국의 독특한 문화 체험을 위하여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과거에는 여성의 출입을 금지하기도 하고, 블루컬러와 화이트컬러를 차별하기까지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누구나 편하게 들러서 요기를 겸한 맥주한잔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한국에서 흔하게 마시는 맥주를 마시고 싶다면 라거 맥주를, 영국에 왔으니 좀 특별한 맥주를 맛보고 싶다면 에일맥주나 포트맥주 등을 경험해 보면 좋을 것이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왕실 근위병. 교대식까지는 기대하기 힘들었으나, 사진 한 장을 부탁하니 웃으며 응해 준다. 영국하면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중 하나인 왕실 근위병의 빨간 제복과 검은색 털모자. 언뜻 장난감 병정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들은 엄연히 버킹엄 궁전을 지키는 늠름한 근위병들이다. 

▲ 김진규 작가 제공
▲ 김진규 작가 제공

내셔널 갤러리에서 만난 두 작품. 빈센트 반 고흐가 절친이었던 화가 고갱이 지내던 방을 장식하기 위하여 그렸다는 해바라기(sunflower) 작품과 가로로 길쭉한 특이한 형태로 그려진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Venus and Mars) 그림은 누구나 한 장씩 사진을 담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 김진규 작가 제공
▲ 김진규 작가 제공

 

▲ 김진규 작가 제공
▲ 김진규 작가 제공

 

런던을 상징하는 탬즈 강가에서 담은 타워 브릿지 야경도 꼭 다시 보고 싶은 장면 중 하나다. 산책이나 휴식을 즐기기에 좋은 하이드 파크(Hyde Park)도 기억에 선명하고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배경이 된 히드로 공항 그리고 영화 해리포트에서 호그와트로 가는 열차가 정차하던 런던 킹스크로스역(King’s Cross Station)도 런던을 다시 찾아야할 좋은 이유가 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닫혔던 하늘길도 열렸으니 슬슬 해외 여행의 계획들을 만들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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