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 김진규 칼럼니스트
▲ 사진 제공, 김진규 칼럼니스트

 

이탈리아 여행의 필수 코스 베니스, 여유를 좀 가지고 무라노섬과 부라노섬까지 돌아보자. 이탈리아 사람들의 여유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그들 만의 독특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한나절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일정은 쇼핑을 포기하고 베니스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산 마르코 광장에 위치한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카페 플로리안(Caffe Florian, Piazza San Marco, 30124, Venezia)에 들러 식사에 곁들인 커피 한잔으로 여유를 부려본다. 여기 커피 맛은 타 지역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이탈리아에서도 알아주는 맛이다.  

1720년 오픈한 카페 플로리안은 베네치아의 상징 중 하나로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관광명소이자 작가에게는 출장오면 꼭 들리는 곳 중 하나다.  산 마르코 광장의 남쪽에 위치한 프로쿠라티에 누오베(Procuratie Nuove) 건물에 위치해 있으며, 카페 플로리안을 오픈한 플로리아노 프란체스코니(Floriano Francesconi)의 이름을 따서 플로리안(플로리아노의 베니스식 발음)이라 지었다.

역사적으로도 카사노바, 괴테, 바이런 경, 찰스 디킨스 등 여러 유명 인사들이 자주 방문한 곳이다. 5개의 방과 광장에 넓게 펼쳐 둔 테이블로 구성된 카페 플로리안에서 악사들의 공연과 더불어 커피나 와인 한잔을 두고 앉으면 어떻게 시간이 흘러가는지 모른다. 굳이 어디를 가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을 할 사이도 없이 몇 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작가는 주로 야외 테이블에 앉아 악사들의 공연을 즐기며 여유를 부리는데, 이번에는 문득 실내가 궁금해진다. 오랜 역사를 그대로 담아내는 건물 속 실내는 어떨까 싶어 살짝 들여 다 본다.

저명인사의 방(Sala degli Uomini Illusri), 원로원의 방(Sala del Senato), 계절의 방(Sala degli Stagioni), 동양의 방(Sala Orientale) 그리고 자유의 방(Sala Liberty)이라는 이름을 가진 방들로 구성된 실내는 각 방 별로 그 주제에 맞는 독특한 작품들이 장식되어 있다. 국제 현대미술 전시회인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시작된 원로원의 방은 예술과 과학의 세계를 그린 패널들로 장식되어 있다.

카페 플로리안을 나서서 수상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간다.

물의 정원 베네치아의 모든 교통 수단은 수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무라노를 거쳐 부라노를 들러 오는 수상버스 티켓을 끊고 버스가 오기를 기다린다. 바포레토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무라노섬(Murano)은 베네치아의 특산품인 유리 생산지로 유명하다.

▲ 사진 제공, 김진규 칼럼니스트
▲ 사진 제공, 김진규 칼럼니스트

 

큰 공장이라기 보다는 공방형태의 공간에서 수제 작업으로 유리 공예 작품을 만드는데, 몇몇 곳은 관광객들에게 유리 공예 과정을 보여 주기도 한다. 작가도 한 곳을 들러 작품 만드는 과정을 관람했는데, 뜨거운 화로에서 유리물을 꺼내서 입으로 바람을 불고, 이리 저리 돌려가며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작업 과정을 본 후에 수제작업을 통해 만들어지 작품 몇 개를 구매해 왔는데, 당시 근무하던 회사의 CEO가 한국 방문시 VIP 선물로 들고 온 것도 바로 이 곳 무라노섬에서 만들어진 유리 공예 작품들이었다. 장식장에 넣어둬도 좋고 음료를 마시는 특별한 잔으로도 사용가능한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리 공예 작업장을 나와 무라노섬의 몇몇 유명한 곳을 돌아보고는 부라노섬으로 향하는 수상버스를 기다린다. 

부라노섬은 베네치아에서 북쪽으로 약 40분 가량 걸리는데 밝은 색으로 칠해진 집들이 인상 깊은 곳이다. 수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이곳 부라노섬에서의 첫인상은 절대 잊히지 않는 강력한 기억으로 지금도 남아 있다.

집의 외벽을 다양한 밝은 색으로 칠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어업을 해온 이 곳의 배들을 알록달록한 색으로 칠하던 풍습에서 유래했는데, 안개가 많은 부라노섬의 특성상 배가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귀가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화려하게 칠했다고도 합니다.

▲ 사진 제공, 김진규 칼럼니스트
▲ 사진 제공, 김진규 칼럼니스트

 

각 지역별로 칠할 수 있는 색을 정해두고 그 중에서 집주인이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서 칠하는 방식이다. 부라노의 집들은 작은 규모의 집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노랑, 보라, 분홍 등 밝은 색들로 칠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형형색색으로 장식된 놀이 동산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잠시 빠지기도 한다.

사진도 멋지게 나오기에 부라노에 내리자 마자 사진부터 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작가도 배를 같이 타고 온 한국분들에게 부탁하여 몇 장 사진을 남긴다. 부라노의 길을 걷다 보면 레이스 장식품을 파는 가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과거부터 이어져온 수작업 레이스 공예가 이곳의 특산품중 하나로 부라노에서 만들어진 레이스는 이탈리아 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 인기가 많으며 레이스 박물관까지 있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이 깊다.

▲ 사진 제공, 김진규 칼럼니스트
▲ 사진 제공, 김진규 칼럼니스트

베니스를 비롯하여 무라노섬과 부라노섬도 여러 개의 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물의 도시 답게 다리들로 이어져 있고 수상버스(바포레토)나 수상택시를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다. 주변 섬 구경을 마치면 산 마르코 광장의 산 마르코 대성당이나 맞은 편에 위치한 산 조르지오 마조레 성당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밖에서 바라보는 성당도 멋있지만, 성당 안도 둘러볼 것이 많고 또한 종루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트를 타고 올라가서 베니스 전체 전경도 감상해 본다. 베니스 골목길에서 바라보던 풍경과는 차원이 다른 전경이 펼쳐진다.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호텔로 귀가하기 전 베니스 야경을 배경으로 식사를 주문한다. 물가에 앉은 듯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서 해물류가 들어간 파스타와 작은 와인 한 병을 주문하고는 혼자지만 우아하게 앉아 다리를 쉬어 본다. 다음 출장때도 베니스를 들리고, 카페 플로리안에서 커피한잔과 여유를 즐길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천천히 베니스의 골목길을 걷고 길도 잃어 버리고 또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려볼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반대편에서 오는 기차를 바라보며 곧 다시 저 방향으로 올 것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 사진 제공, 김진규 칼럼니스트
▲ 사진 제공, 김진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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