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개 국적의 이민자들이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하는 ‘자유로운 도시’
운하가 많아 ‘북쪽의 베니스’라 불리는 도시…지친 여행객을 깨우는 ‘마법의 도시’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의 저녁 풍경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의 저녁 풍경

네덜란드는 처음이다. 네덜란드 국적기인 KLM 항공을 이용한 출장이었기 때문에 암스테르담에서 하루를 머물 시간이 생겼다. 

스키폴 공항을 빠져나와 기차를 타고 숙소가 있는 중앙역으로 향한다. 공항에서 기차를 탈 때는 복잡한 플랫폼에 더하여 출장객의 어깨와 손을 묶는 많은 짐들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여행용 큰 가방을 끌고, 노트북 가방과 작은 카메라 가방을 양쪽 어깨에 매고 이리 저리 기차 플랫폼을 찾아 움직이다 보면 자칫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리는 가방 끈으로 인하여 주의가 분산되기 쉽다. 

그러나 1인당 국민 총생산규모가 전세계 10위권인 선진국이기 때문에 쉽게 길을 묻고 복잡한 기차역에서 시내로 향하는 기차의 플랫폼을 찾아 기차에 오른다.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짐들을 정리한다. 그 때 키가 훤칠하게 큰 젊은이 하나가 다가오더니 뭔가를 건네며 “Sir, is this yours?”라고 묻길래 무심코 받아 들고 보니 내 여권이다. 아뿔싸… 노트북 가방은 열려 있고, 여권을 넣어둔 케이스 모양이 꼭 지갑을 닮았나 보다.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려고 고개를 드니 이미 그 청년은 사라지고 없다. 

순간 수많은 상상과 의심이 머릿속을 맴돈다. 옆에 앉은 금발의 아주머니가 걱정이 되는 듯이 다른 것은 잊어 버린 것은 없느냐고 묻는다. 아마도 그 젊은이들이 지갑인 줄 알고 훔쳤다가 여권이니 다시 돌려준 것 같다고 여기서는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암스테르담이 주는 첫인상은 썩 유쾌하지 않게 시작된다.

 

네덜란드의 여정 중 묵게 된 숙소
네덜란드의 여정 중 묵게 된 숙소

중앙역에 내려 호텔로 가는 길을 찾는데, 큰 여행용 가방을 끌고 다니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택시를 타기는 짧은 거리, 걸어가기에는 다소 멀어 보이는 애매한 위치다. 지도를 보며 길을 재촉하는 도중 갑자기 자전거 경적이 요란스레 울린다. 사람보다도 자동차 보다도 우대받는 자전거 도로를 걷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나 빠른 속도로 달리며 경적을 울려 대는지 이곳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객은 적잖이 당황했다. 

The Bridge Hotel이라는 작지만 아담한 규모의 호텔에 짐을 풀고 오후 시간을 좀 걷기로 한다. 암스테르담도 큰 도시는 아니기 때문에 굳이 지도를 보지 않아도 좀 걷다 보면 자연스레 위치가 파악이 되고, 어디를 둘러 볼 것인지가 정해진다. 

호텔 프론트에서 호텔의 위치와 주요 볼거리 몇 개만 동그라미로 표시해 두고 무작정 걸어 보기로 한다. 165개의 운하를 따라 동화에 나올 것 같은 집들과 뭔가 잘 정리되었지만 자유로운 아름다움을 감추지 않은 풍경이 펼쳐진다. 우리가 잘아는 빈센트 반 고흐나 램브란트와 같은 유명한 예술가들의 도시답다. 
여느 때와 같이 특별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낯선 도시가 주는 매력에 흠뻑 빠져 천천히 걷다 길가 카페에 들러 커피를 주문한다. 

 

암스테르담에는 14,000여개의 다양한 브라운카페가 있다.
암스테르담에는 14,000여개의 다양한 브라운카페가 있다.

이곳 카페는 대부분 오래된 브라운 카페다. 14,000여 곳의 카페가 있는 이 곳 암스테르담은 오랜 세월 동안 담배 연기가 가구와 벽들에 배여 들어 세월의 운치를 더해주는 브라운 카페가 많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기 때문에 마음이 더욱 여유롭다. 

어느새 스키폴 공항에서의 나쁜 기억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편안함이 자리를 잡는다. 

이 곳 암스테르담은 집 모양이 특이하다. 과거의 정부가 집의 폭과 넓이 그리고 커튼 길이까지 감안하여 세금을 걷기 시작하자 집들이 점점 좁으면서 기다란 모양이 되었다고 하며, 집의 폭이 좁아서 가구를 옮기기 힘들기 때문에 옥상에 도르래를 설치했다고 한다. 건물을 유심히 쳐다보면 위로 갈수록 건물이 앞으로 조금씩 나와있게 설계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도르래를 이용해 물건을 옮길 때 발생할 수 있는 물건의 파손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필자가 머무는 호텔의 객실도 정말 작지만 아담하고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 처음에는 호텔 객실이 왜 이렇게 작을까라고 의아해 하였는데, 이곳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해 가면서 자연스레 익숙해져 갔다. 어차피 필자에게 호텔방이란 지칠 만큼 걷고 들어가 잠시 몸을 뉘이는 곳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 크기나 화려함은 중요하지 않다. 

암스테르담의 연중 최저기온은 0도 내외 그리고 최고 기온은 20도 내외로 유지되는 해양성 기후이기 때문에 언제 방문을 해도 좋다. 길을 걷다 인상에 남는 곳은 잠시 머물며 바라보고, 사진에 담고 또 걷고 하다 보니 어느새 어둠이 내린다. 

어느 특정 관광명소를 방문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를 바라다 보아도 인상 깊은 곳. 천천히 걷다 잠시 잠시 머물며 도시가 주는 독특한 정취의 매력에 빠져드는 그런 곳이 암스테르담이다. 

 

암스테르담의 운하는 꼭 한번 가야한다고 추천할 만한 코스이다.
암스테르담의 운하는 꼭 한번 가야한다고 추천할 만한 코스이다.

이 곳을 왔으면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운하를 따라 도시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크루즈를 이용해볼 것을 권한다. 천천히 걷고 경치를 바라보는 것을 즐기는 필자이지만, 크루즈선 위에서는 셔터를 누르는 손이 빠르게 움직인다. 

다양한 전통이 담긴 암스테르담의 오랜 건물들을 볼 수 있는 운하
다양한 전통이 담긴 암스테르담의 오랜 건물들을 볼 수 있는 운하

다리 아래 좁은 공간을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크루즈 운전 기술에 놀라고 보트하우스라 불리는 수상가옥 넘어 암스테르담의 전통을 담은 건물들을 감상하다 좀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면 뉴메트로폴리스 과학 기술센터 등의 현대식 화려한 건물들이 야경을 뽐낸다. 

육지에서 바라보는 단편적인 모습이 아니라 멀리서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는 화려한 암스테르담의 밤. 프랑스 파리에서의 그것과는 또다른 맛이다.

 

암스테르담의 거리 야경
암스테르담의 거리 야경

크루즈를 내려 중앙역, 쇼핑거리, 궁전 등의 야경을 즐기며 암스테르담의 밤거리를 걷다 간단한 식사를 하고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펍에 들러 맥주를 주문한다. 술을 마실 생각 보다는 여행객의 갈증을 푼다는 생각으로 들어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이 곳 사람들의 삶을 잠시 바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다. 맥주 한두 잔에 출장길 피로와 긴장이 풀리며 서서히 졸음을 느낄 즈음에 지도를 펼쳐 들고 호텔로 향하는 길을 물어 방향을 잡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알고 있기에 좀 늦었더라도 다시 걸어 보기로 한다. 

새로운 도시를 돌아보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그러나 출장길에 잠시 부지런을 떨어 이만큼이라도 새로운 경험을 했다라는 뿌듯함이 교차하는 밤길을 따라 어느새 호텔 근처에 도착한다. 

호텔 프론트를 지키는 직원과 눈인사를 나누고 작지만 아담한 침대가 있는 방에 누워 내일 일정에 대하여 잠시 생각하나 싶었는데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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